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가
화가 났습니다. 속상했습니다. 저는 우리 자이언트 작가님들을 믿습니다. 부족하고 모자란 점 있지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들이기에, 저를 믿고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니까, 제게는 가장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우리 작가님들에게 대해서 털끝만큼이라도 안 좋은 이야기를 하면 저는 폭발하고 맙니다.
물론, 욱하는 성질을 좀 죽여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저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입니다. 폭발할 때는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사고도 많이 치고,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글 쓰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후로, 그나마 예전보다는 성격을 많이 고쳤습니다만, 아직도 조금은 남아 있습니다. 더 많이 노력해야겠지요.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온가족이 거실에서 저의 폭발을 듣고 말았지요. 아버지와 어머니, 연세도 많으신데 걱정 심하게 하셨고요. 고3 아들 공부시키느라 노심초사하는 아내도 많이 놀랐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너무 그리 화내지 말아라.
가족도 아닌 사람한테
뭘 그리 화를 내고 그러냐.
저녁 식사 자리에서 어머니가 하신 말씀입니다. 가족도 아닌 남한테 뭘 그리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냐고, 그래서 저 자신한테 뭐 좋을 게 있느냐고 말이죠.
가족도 아닌 사람한테 저는 뭘 그리 애를 쓰는 것일까요. 그들이 옳다고 하여 제게 도움되는 것은 무엇이며, 그들이 옳지 않다고 하여 제게 해가 될 건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가족도 아닌데. 그냥 그런 대로. 하자는 대로. 비위 맞춰가며 그들이 원하는 대로 그냥 그렇게 살아도 아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인 제가 화병이라도 걸릴까 싶어 염려하는 마음에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가족이 아니니까 대충 흘러가는 대로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넘어가야 한다니요. 그렇게 할 거면 애초에 자이언트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글쓰기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 실력도 늘었지만, 쓰는 과정에서 배우고 깨달은 점 덕분에 인생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애초에 저는, 책 출간을 목적으로 자이언트를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글 쓰는 삶을 함께 하자는 의도였지요.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글쓰기가 희망이 되어주었습니다. 외롭고 괴로울 때마다 글 쓰면서 눈물 삼켰습니다. 글쓰기는 저에게 신앙이자 철학이며 신념이자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혹시라도 저 못지않게 힘들고 어려운 사람 있다면, 글쓰기를 통해 견디고 버티고 이겨낼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쓰는 글은 반드시 타인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이 또한 제 경험입니다. 책 한 권 잘 써 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태도라고 수도 없이 강조했습니다. 말을 조심해야 하고,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르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글쓰기라는 도구를 활용할 뿐이지요.
하고 싶은 대로 하게 그냥 두고, 쓰고 싶은 대로 그냥 쓰게 두면, 저야 편하고 좋지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면 스트레스 받지 않습니다. 과거에 사업 실패하고 무너졌을 때, 아무도 제 손을 잡아주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겉으로 뺀질한 소리만 했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모진 말, 아무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서럽고 슬펐지요. 제 마음 편하게 해주는 말들은 전부 독약이었습니다. 다들 자기 살기 바쁘구나. 나 하나쯤 없어져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겠구나. 이런 생각만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까 결국 자살 시도까지 하게 되었던 겁니다.
상대가 제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이은대는 까탈스럽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요. 혹은, 고집불통이고 독선적이라 소수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겁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합니다. 자이언트도 소중하고요. 어느 하나 소홀히 여길 수 없지요. 다만,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결국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쪽에 이로운 판단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의 입맛에 맞추려다가는 절대다수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난 사람 많습니다. 최근에 제가 만난 사람들은 전부 다 잘난 듯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아쉬울 것 없이 살아가니까 양보하고 배려해야 하는 타이밍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죠. 저도 다를 바 없고요.
한 가지만큼은 분명합니다. 자이언트 작가님들은 제게 전부입니다. 저는 그들이 잘 되기를 바라고, 그들을 위해서라면 인기를 포기한 채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지치고 힘든 날입니다. 크게 심호흡하고 야간 강의를 준비합니다. 저는 또 힘을 낼 겁니다. 가야 할 길이 있으니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