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할 시간이 있기에
다음 달 신규 수강생 모집을 합니다. 개강 전까지 예상 인원이 확보됩니다. 늘 그렇습니다. 함께 하는 분들이 소개도 많이 해주시고, 앞장서서 홍보와 마케팅 해주시는 분도 많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그러나, 제 마음은 늘 조급합니다. 혹시라도 예상 인원보다 적으면 어쩌나. 그 때문에 생계에 타격을 받을 정도도 아닌데, 저는 매번 수강생 확보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은 사람 때문에 다칩니다. 사람 때문에 행복하기도 하고, 사람 탓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저를 믿고 함께 해주신 수많은 수강생들.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지만, 그들과의 소통과 이해 관계에 있어 때로 갈등을 빚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도 수강생이 곁에 있었으며, 가장 마음 아팠던 순간에도 수강생이 옆에 있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저는, 류시와 시인이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서로 멀어져 감을 두려워하는' 것이죠.
없으면 갖고 싶고, 가지면 잃을까 염려합니다. 허기지면 먹고 싶고, 먹고 나면 거북합니다. 자유로운 빈자는 부자가 되길 원하고, 숨막히는 부자는 자유로운 가난을 그리워합니다. 부모 곁을 떠난 자식은 부모를 그리워하고, 부모 곁에 있는 자식은 부모와 다툽니다.
매 순간 행복해야 하는데, 매 순간 불행합니다. 우리는 늘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을 갈망하게 되는 업보를 타고 난 모양입니다. 신은 우리에게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지요. 그 때문인지, 없으면 없는 것에 대해 불평하고 있으면 있는 것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고요히 앉아 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없는 게 없습니다. 전부 다 가졌습니다. 먹고 살 만큼 돈도 벌고 있고, 주변에 저를 존중해주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글 쓰는 삶'을 마음껏 누리고 있으며, 제 경험을 나누며 타인을 돕고 살아갑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건강하시고, 아내와 아들 무탈합니다. 저도 건강에 별 문제 없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더 바랄 것 없는, 행복하고 소중한 인생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매일 매 순간 그 무엇과 부딪치고 속이 상하고 화를 내며 또 삭히는 등 마음의 파도를 멈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진정한 삶이라면, 우리 모두는 너무나 힘들고 어렵게 생을 마감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9월에 들어서도 한동안 뜨거운 볕 때문에 반바지에 반팔 셔츠를 입고 생활했습니다. 이틀 전부터인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지요. 아침 저녁으로만 쌀쌀한가 싶었지만, 아니었습니다. 한낮에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긴팔 셔츠를 꺼내 입었습니다.
제 뒤에 난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온 방안을 휘젓네요. 상쾌했습니다. 글도 잘 써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잠시 후에, 한참 글을 쓰고 있는데......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묘한 냄새도 났고요.
바람 소리입니다. 바람 냄새입니다. 향기라고 쓰면 더 좋겠지만, 이것은 엄연히 냄새입니다. 바람에서 풍기는 냄새. 향기라고 쓰면 '바람의 냄새'가 사라질 것만 같습니다.
키보드에서 손을 뗍니다. 눈을 감고, 바람 소리와 바람 냄새를 느낍니다. 바람입니다. 가을 바람이 붑니다.
글을 쓸 때는 '집중'하라고 강조합니다. 집중이란 무엇일까요? 내가 글이 되고, 글이 내가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어떤 이유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아직도 여전히 내가 나로 존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나가 아니라 내가 글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집중해서 쓸 수가 있습니다.
바람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내가 바람이 되어야 합니다. 춥다, 덥다, 차다, 서늘하다 등의 감각은 내가 나로 존재할 때 느끼는 것이죠. 내가 바람이 되면, 그저 바람처럼 흔들리고 불며 마냥 좋을 뿐입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마땅한 태도로 '공감'을 말합니다. 강의 시간에도 공감이라는 단어를 꽤 자주 언급합니다. 공감이란 무엇일까요? 내가 그 사람이 되는 것이죠. 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아니라, 온전히 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내가 그 사람이 되고 나면, 좋다 나쁘다 평가하고 분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잠시라도, 그 사람이 되는 것. 그 뿐입니다.
행복하기 살기 위해서는, 내가 곧 삶이 되어야 합니다. 가진 게 없으면, 없는 삶으로 살아갑니다. 가진 게 많으면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내가 나라는 사실에 집착하고 고집부리면, 언제나 나 중심으로 세상을 보게 됩니다. 모든 것이 못마땅하고 불만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삶이 되면, 그저 살아갈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글 쓰면서, 아직도 뭔가 더 바라고 욕심부리고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속이 상하니 참 어리석고 못난 존재입니다.
마음 편안한 삶이 최고라고, 책에다 써서 출간까지 해 놓고선, 여전히 마음 불편한 일상을 보내고 있으니 독자들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욱하는 감정, 속상한 마음, 못마땅한 심정 탓에 오늘도 많이 흔들렸습니다. 리더는 그 모든 상황을 참아내야 하고, 또한 감정도 잘 다스려야 한다는 책에 나오는 말들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하루였지요.
그러나, 저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저 자신이 힘든 하루를 보냈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렇게 또 글을 씁니다. 쓰는 동안 많이 차분해졌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상황이든, 글을 쓰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글 쓰는 시간은 저한테 퀘렌시아입니다. 충분한 휴식이며 고요한 침묵이자 고독한 명상이지요. 다시 힘을 냅니다.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살아야 할 시간이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