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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절대 못 바꾼다

내 삶으로 선한 영향을

by 글장이


아버지 형제 중에 둘째, 그러니까 저한테는 작은 아버지가 되시죠. 월남전에 참전했던 적 있습니다. 그 때 다리를 좀 다치셔서 평생 불편한 몸으로 살았습니다. 몸이 불편하다 보니, 이것저것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을 테지요. 말만 꺼냈다 하면 불평과 불만 투성이였습니다. 제가 초등하교 다닐 적부터 기억이 선명합니다. 가족이 모이기만 했다 하면 세상과 사람에 대한 투덜투덜 불만을 내뱉기만 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집안 사람들은 작은 아버지를 볼 때마다 "말을 좀 가려서 해라,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불평하지 말아라" 등 별별 조언을 다 해주었습니다. 40년도 더 지났지만, 작은 아버지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추석 명절에 작은 아버지를 뵈었습니다. 노래 가락을 흥얼거리듯, 지금도 여전히 투덜투덜 불평 불만 종일 중얼거렸습니다.


어머니 형제는 5남매입니다. 막내 외삼촌은 알코올 중독입니다. 제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 무슨 문제를 겪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뒤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술에 절어 살고 있습니다.


정신과 치료도 받았고, 자식들이 진심 다해 권해 보기도 했고, 중독자 모임에도 나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일, 그렇습니다, 매일 폭음을 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술로 인한 여러가지 병을 진단 받았고, 앞으로 위험하다는 말까지 의사로부터 들었는데도, 조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집안 일에 관심 없습니다. 매일 밖에 나가십니다. 바둑이나 등산 등 개인 취미 활동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래 전부터 집안에 가만히 머물러 계시는 걸 견디지 못하셨지요.


틈만 나면 나갑니다. 몇 시까지 어디에 다녀오겠다, 그런 말씀 하시는 걸 들어본 적 없습니다. 식구들이 애타게 기다려도 연락조차 되질 않아 걱정한 것이 한두 번 아니고요.


웬만하면 집에 좀 계시라고 해도 듣지 않습니다. 다녀오실 거면 연락이라도 좀 해달라 말씀드리지만, 겉으로만 알았다 하시고는 전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제, 어머니 얘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작은 아버지가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는 것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못마땅해 하십니다. 40년이 넘었습니다. 무려 40년 동안, 불평 불만 쏟아내는 작은 아버지에 대한 불평 불만을 쏟아내고 계신 것이지요.


막내 외삼촌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는 아직도 막내 외삼촌으로 하여금 술을 끊게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계십니다. 이것을 노력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머니는 자신의 막내 동생이 술을 마시는 사실 때문에 늘 불행하다고까지 말씀하십니다.


아버지에 대해서도 다를 바 없습니다. 50년 넘게 함께 할면서, 저는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잔소리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입니다. 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 하지 마라, 이런 것 좀 해라, 저런 것 좀 해라...... 어쩌면 아버지가 집안에 계시지 않고 밖으로만 나다니시는 이유가 어머니 잔소리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직장 생활을 10년쯤 했습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온갖 시련과 험난한 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수많은 사람을 상대로 글 쓰는 삶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살면서 깨달은 바가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내 힘으로 다른 사람 절대 못 바꾼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이 변하는 건 오직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서 비롯됩니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열정으로 변화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 아니지요. 특별한 계기가 있거나, 어떤 깨달음이 있거나, 도저히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과 조건이 주어지거나, 엄청난 결단을 내리거나......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주변 사람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것이 우리 인간입니다.


대부분 사람이 갖고 있는 엄청난 착각이 있습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상대가 달라지겠지'라는 생각이지요.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바뀌지 않는 사람을 향해 끝도 없이 조언이나 잔소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진정 그 사람을 위하는 마음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볼 때는 자기 만족이 더 큰 이유인 듯합니다.


어머니는, 작은 아버지를 위해 평생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막내 외삼촌을 평생 위해주었다고 믿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확신하고 계십니다. 제가 볼 때는, 어머니는 그저 평생 동안 다른 사람 일에만 관심 가지며 잔소리를 해왔을 뿐인데 말이죠.


결론은 이렇습니다. 어머니는 결국, 아무도 바꾸지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어머니 당신은 평생 마음 불편했고, 다른 사람 눈에는 '잔소리하는 여자'로 낙인 찍히고 말았지요.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아서 제가 어머니한테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잔소리도 그만 하고, 어머니 자신의 행복에만 관심을 가져라"고 말씀드렸다면, 어머니는 과연 달라졌을까요?


스스로 바뀌는 건 어렵긴 하지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른 사람 바꾸는 건 불가능합니다. 평생 동안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에도 시간은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 순간 다른 사람의 잘못과 특성을 지적하며 그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외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며 살아갑니다.


"사람이 어떻게 혼자만 생각합니까? 다른 사람 위하며 살아야 마땅하지 않습니까?"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 한 가지가 있지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하고, 또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까지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내 말과 행동을 보고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도록 계기를 제공하는 선에서 멈춰야 합니다. 억지로 바꾸려 하거나,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면,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닮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길 겁니다. 이것이 그들에게 있어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마음 편안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자기 성찰을 하는 것 뿐입니다.


좋든 나쁘든 그들의 인생을 인정해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좋다, 나쁘다'라는 기준도 사실은 내 입장에서 정한 것 뿐이거든요. 작은 아버지가 불평하는 것과 막내 외삼촌이 술을 마시는 것과 아버지가 밖으로만 다니시는 것. 어머니 입장에서 "틀렸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결국은 어머니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었으니, 어머니 인생도 옳다고 볼 수 없는 것이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언 한 마디 권할 수 있지요. 그 사람 위해서 진심 담아 충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의 변화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자기 삶을 망치면서까지 다른 사람 돕는다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수강생들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사인 제가 글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들로 하여금 책을 쓰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제가 꾸준히 책을 출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주변 사람이 행복하길 원한다면, 자신이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누군가 달라지길 원한다면, 자신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다른 사람 바꾸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그들이 바뀌지 않는다고 짜증낼 이유도 없습니다. 나는 그저 나의 삶을 살아가며, 나의 삶이 더 아름답고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런 인생이야말로 '선한 영향'의 핵심임을 기억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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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편안하면 세상도 편안합니다. 내가 행복하면 다른 사람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내가 변화하면 그들도 변화할 수 있습니다. 내 삶을 제대로 챙겨야, 그들이 내 삶을 보고 배우고 따라할 테지요. 자기 인생 돌보고, 자기 처신 똑바로 하고, 자기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 결국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전하는 최선의 길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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