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되지 않기를
만사 귀찮을 때가 있습니다. 의욕을 상실한 채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종일 누워만 있거나, 일을 해도 하는 것 같지 않게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있지요.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사람 때문에 마음을 다쳤을 때도 그렇고, 일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도 이런 현상이 생깁니다. 혹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여겨질 때, 내가 이룬 성과가 별 볼 일 없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힘이 쪽 빠집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힘이 빠지고 의욕을 잃고 열정이 식어버리는 날이라 해도, 적어도 하루에 두 번은 (아주 짧은 순간이긴 하지만) 한 번 해 볼까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합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짐작됩니다. 사람 마음이란 게 시종일관 똑같지는 않거든요. 신이 나서 일하다가도 문득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 것인가 허탈한 때가 오듯이, 의욕 잃고 만사 귀찮을 때도 한 번 해 볼까 싶은 순간이 살짝 스쳐간다는 뜻입니다.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그것이 내 모습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는 각자 수십 수백 개의 모습을 갖게 되었습니다. 화를 낼 때도 있고, 모든 것을 수용할 때도 있지요. 다른 사람 말을 경청할 때도 있고, 귀를 딱 닫아버릴 때도 있습니다. 책을 파고 들 때도 있고, TV 앞에 벌렁 누워 리모컨만 만지작거릴 때도 있습니다.
어느 한 가지의 모습이 나의 전부라고 믿는 섣부른 판단이 일과 삶을 망칩니다. 오늘, 지금의 모습이 여러 가지 나의 모습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나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듭니다.
"저는 왜 이렇게 글 쓰는 재주가 없을까요?"
답답한 심정으로 이렇게 하소연하는 이들에게, 저는 늘 같은 대답을 합니다.
"글 쓰는 것 말고도 잘 하는 게 있으니까요. 글 쓰는 것 하나쯤 못해도 됩니다. 다른 잘하는 게 많으니까, 글은 조금만 연습하기로 합시다."
우리가 겪는 모든 사건과 경험과 생각은 그저 수많은 것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저도 누구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만약, 제가 겪은 모진 경험이 제 삶의 전부라고 여겼더라면 아마 저는 그 당시에 세상을 버리거나 떠났을 테지요.
헛된 욕망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니까요. 헛된 절망에 속아서도 안 됩니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우리에게는 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한 가지를 잃었다면, 새로운 또 다른 한 가지를 추구하면 그 뿐이지요.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면 내 인생도 끝이다!"
젊은 친구들 중에는 이런 생각을 대단한 각오나 결심으로 간주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안타깝고 아쉬운 노릇입니다. 이제 스물에서 서른 정도밖에 되지 않은 친구가, 무한한 삶의 가능성을 가진 존재가, 공무원 시험 하나에 목을 걸고 있는 듯하니 답답할 수밖에요.
높은 산 위에 올라가서 세상을 내려다보면, 할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할 기회도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겁니다. 어떤 일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은 중요하겠지만, 마치 그것 뿐이라는 생각은 위험하지요. 지금은 기회와 다양성의 세상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좁은 시야로 판단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하루에 두 번, 정신이 번쩍 듭니다. 저는 그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애씁니다. 마음과 생각은 순식간에 바뀌어버립니다. 어떤 것이 진짜인지 아무도 모르지요. 이런 생각이 들면 잠시 여기에 멈추고, 저런 생각이 들면 다시 힘을 내 봅니다.
어머니와 아내가 한창 심리적 갈등을 일으키던 시절에, 두 사람 모두에게 제가 한결 같이 했던 말이 있습니다.
"사흘만 지나면 잊을 일을 가지고 뭐 이리 난리야."
걱정이 많을 때는 걱정하지 않는 순간을 잡고, 아무 걱정 없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신호를 잡습니다. '파묻히는 삶'을 살아가지 말고,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아야겠지요.
온갖 일이 다 벌어지는 세상입니다. 별별 사람 다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하루에도 골백 번 감정이 바뀌는 것이 사람이지요. 하나에 매몰되지 말고, 크고 넓게 생각하는 습관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