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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대로 세상도 나를 본다

내가 받고 싶은 만큼

by 글장이


과거, 영업을 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입니다. 온갖 다양한 성향의 고객을 만났지요. 첫 대면에서 친근감을 갖게 만들고, 상품 설명을 쉽고 명확하게 하며, 마음을 움직여, 계약서에 사인을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공부도 많이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났습니다.


흔히 클로징 기법이라 하는데요. 충분한 시간 동안 노력과 정성을 들인 후에, 최종 오케이 사인을 받아내는 순간입니다. 그 때 제가 가장 어려워했던 고객은, "가족과 상의한 후에 다시 결정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가족과 상의하겠다"는 말이 때로는 진실이 아니란 사실을 말이죠. 그들은 거절을 위한 거절을 하는 것입니다.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 계약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어떻게든 저를 돌려보내기 위해 자기 가족의 힘을 빌리는 겁니다.


2년쯤 전이었습니다. 창원 어딘가에 모임이 있어 가던 중이었습니다. 급한 전화가 와서 길 옆에 차를 세웠지요. 통화를 하면서 저도 모르게 골목 안쪽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 물고는 불을 붙였습니다.


한참 통화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고성과 욕설이 들렸습니다. 전화를 하던 저는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지요. 담배를 피고 있던 골목 옆 가정집에서 누군가 창문을 열고 저한테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겁니다.


담배 연기가 집안으로 들어오니 다른 곳으로 가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좋은 말로 했더라면 얼른 담배를 끄고 머리 숙여 사과를 했겠지만, 그 남자한테는 전혀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눈을 부릅뜨고 따졌습니다. "언제 봤다고 욕을 하고 그럽니까!"


그 사람 눈이 두 배로 커지더니, 금세 집 밖으로 나와 저를 향해 다가왔습니다. 주먹으로 한 대 치기라도 할 기세였지요. 그 날, 얼마나 심한 욕설과 모욕적인 말을 들었는지 말도 못합니다. 담배 한 대 피다가 죽을 뻔했지요.


볼 일을 보고 늦게 오는 바람에 지하 주차장에다 '가로주차'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다음 날, 종일 원고 마감을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요. 점심 때쯤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가로주차를 했으면 차를 일찍 빼주는 것이 아파트 주민을 위한 배려 아닌가요? 양심 없는 행동 하지 마시고, 당장 차 빼세요!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궈 놓은 것도 아니고, 차를 삐딱하게 주차한 것도 아닌데...... 생면부지 타인에게 문자 보내면서, 이렇게 모질게 해야 하나 짜증이 났습니다.


당장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사람도 없고, 제 차도 얌전하게 딱 서 있더군요. 다른 차에 별 방해될 것도 없었습니다. 뭐가 그리 문제가 되었는지, 제가 무슨 피해를 주었는지 알 길이 없었지요.


물건을 사거나 계약을 할 때, 가족과 상의하겠다며 시간을 버는 것은 저의 습성이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면 불같이 화를 내는 것도 저의 습성이고요. 주차장 '빌런'한테 딱 부러지게 문자 보내는 것도 제 모습이었습니다.


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 대부분은, 저와 닮았습니다. 마치 저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되돌려 당해 보라는 신의 뜻 같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지요. 요즘은 정치판에서 많이 사용하더군요. 혹자는 이 말을 무슨 사자성어로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전혀 아닙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신조어입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거절은 소비자의 권리이고, 공공장소에서 담배 피우는 것과 주차장에 차를 아무렇게나 주차하는 것은 욕을 먹어도 싸다고 생각했지요. 제 나름 정의를 지키는 행동이었습니다. 막상 제가 당해 보니까, 정의고 나발이고 기분 팍 상하더군요.


세상은 그대로 돌려줍니다. 내가 세상을 보는 대로, 세상도 나를 봅니다. 내가 주면 세상도 주고, 내가 가지면 세상도 가져갑니다. 내가 세상을 욕하면 세상도 나를 욕하고, 내가 세상을 품으면 세상도 나를 품어줍니다.


당장 반응이 올 때도 있고,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시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세상은 반드시 내 말과 행동을 그대로 돌려준다는 사실입니다.


험한 꼴 당했을 땐, '내가 험한 짓 한 적 없는가'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상처를 받았을 땐, '내가 상처를 준 적은 없는가' 돌아보아야 합니다. 책이 잘 팔리지 않으면, '나는 책을 많이 샀던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독자 반응이 시원찮으면, '나는 작가에게 선한 마음 보낸 적 있는가' 짚어 보아야 합니다.


세상에는 분명 '나쁜 사람'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을 지적하고 욕하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당당할 수 있어야 꿈과 목표도 이룰 수 있습니다.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습니다. 실수와 실패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지요. 고집을 부리면, 고집 부리는 사람을 상대하게 됩니다. 뻔뻔스럽게 살면, 뻔뻔스러운 사람을 상대해야 하고요.


어떤 부류의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은가? 이 질문에 해당되는 대답처럼, 나도 그렇게 살면 최고입니다. 나는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으면서 독서 많이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 백날 기도해 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책 읽는 사람들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과 어울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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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을 보는 대로 세상이 나를 본다는 말, 자칫 섬짓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반면, 살아가는 방법이 선명하게 보이기도 하지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하면서 살면 됩니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쓰면 됩니다.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면 됩니다. 내가 받고 싶은 만큼, 사랑을 주면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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