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해야 할 일
아침 5시. 아버지 지인께 가져다드려야 할 물건이 있었습니다. 제게 부탁하셨죠. 차를 몰고 30분 정도 가야 하는 곳입니다.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낯선 길을 안내자 없이 가야 했지요.
아직 동이 완전히 트지 않아 어둑한 도로에서 일일이 표지판을 보며 길을 찾아 가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가는 길은 낯설고 두렵습니다. 혹여 길을 잘못 들면 출근 시간과 맞물려 도로에서 한참 시간을 낭비하게 될 테니까요.
일단 갑니다. 살살 갑니다. 주의를 집중합니다. 잘 모르겠다 싶을 때는 유턴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단 직진합니다. 다행히 이른 시간이라 차는 별로 없었습니다. 30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10분 정도 더 걸렸습니다. 물건 잘 전달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죽음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으로 대중 연설과 글쓰기를 꼽았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말을 하는 것도 두렵고, 백지에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도 힘들어한다는 증명이지요.
매일 수많은 사람 앞에서 10분간 말하기를 10년쯤 반복한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이런 사람은 대중 연설을 두려워할까요?
매일 하루 한 페이지씩 10년간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사람한테 글 쓰기가 두렵냐고 물어 보면 뭐라고 대답할까요?
낯선 길은 두렵습니다. 처음 하는 일은 어색하고 부족하고 모자랍니다. 세상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잘하는 사람은 잘하는 능력을 타고난 것이 아니라, 똑같이 불안하고 두려운 길을 우리보다 먼저 간 것뿐이죠. 그리고 많이 반복했기 때문에 익숙해진 겁니다.
저도 맨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수도 없이 생각했습니다. 쓸모도 없고 가치도 없는 짓을 어리석게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지요. 돌아보니 10년 지났습니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이제는 하얀 종이 앞에 앉아 뭔가 쓰는 행위가 별로 두렵지 않습니다.
문장수업 시간에 실시간 퇴고를 시연합니다. 제가 글을 수정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수강생들은 마치 마술을 보는 것 같다며 감탄합니다. 하나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0년간 글을 쓴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말이죠.
가장 강력한 신뢰는 '반복'을 통해 완성됩니다.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예외를 두지 말아야 합니다. '~때문에 하지 못했다'는 말은 최악입니다. 스스로를 형편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죽을 때까지 해서는 안 될 말이지요.
누군가 목에다 칼을 들이대지 않는 한, 우리로 하여금 뭔가 하지 못하게 막을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한한 잠재력이라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표현일 테지요.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두렵고 불안하게 마련입니다. 경험이 없거나 부족하니 당연한 일입니다. 이럴 때 가져야 할 마음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일단 직진합니다. 둘째, 천천히 갑니다. 셋째, 자주 멈춰 돌아보는 것이죠. 넷째, 이 세 가지를 매일 반복해야 합니다.
장담컨대, 위 네 가지 태도로 어떤 일을 계속하면, 인생에 분명 '커다란 일'이 일어날 겁니다.
반복과 지속이야말로 성장과 변화의 핵심입니다. 아쉽게도, 많은 이들이 반복과 지속보다는 '지름길을 찾아 빨리 잘하고 싶다는 조급함'으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중도 포기하게 됩니다.
시간의 권위와 함께 누적된 실력과 성과는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2016년 1월에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는데요. 당시 함께 이웃으로 활동하던 대부분 블로거가 사라지거나 드문드문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지금까지 반복하고 지속하고 있었다면, 글쎄요, 모르긴 해도 각자의 분야에서 탑 하나씩은 쌓았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시작하고, 계속하고, 끝까지 합니다.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 있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지요. 잘 시작하고, 잘하고, 잘 끝내려 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잘'이라는 부사가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에, 잘하지 못할 거라면 애초에 시작도 않겠다는 생각이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탓입니다.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모자라면 어떻습니까. 누구는 뭐 처음부터 잘했겠습니까. 시작은 다들 어설프고 불안합니다. 처음은 모두 낯설고 어색하지요. 반복하고 계속해서 누적이 되면, 그 때에야 비로소 뭘 좀 알게 되는 것이죠.
글을 쓰기 시작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청운의 푸른 꿈 따위 분리수거함에 버리세요. 작가가 되어 인생역전하겠다는 필사적인 다짐도 제발 하지 마시고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한 가지 뿐입니다.
오늘, 한 편의 글을 쓰면 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