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어색한 이유와 해결법
첫 번째 차이는 시간의 성격입니다. 말은 실시간으로 주고받습니다. 상대의 반응을 보면서 빠진 부분을 덧붙이고, 오해가 생기면 바로 수정하고, 지루해 보이면 다른 이야기로 건너뜁니다. 말은 양방향이고 즉각적입니다.
반면에 글은 일방적이며 시간차가 있습니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지 않고, 같은 시간에 있지도 않습니다. 읽는 사람의 반응을 보며 조정할 수 없습니다. 글이 독자에게 닿는 순간에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차이 때문에 글은 말보다 훨씬 촘촘해야 합니다. 한 번 읽고 이해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하는 겁니다. 말은 즉시 수정 가능하지만, 글은 세상에 나오면 수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글은 신중해야 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 차이는 보조 수단의 유무입니다. 말할 때는 말 자체만으로 전달하지 않습니다. 표정, 손짓, 목소리 톤, 말의 속도, 잠깐의 침묵까지. 이 모든 것이 함께 메시지를 전합니다. 똑같은 문장이라도 웃으며 말하느냐 진지하게 말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글에는 이런 보조 수단이 없습니다. 오직 문장만으로 전합니다. 그래서 말할 때 자연스러웠던 표현이 글로 옮겨지면 어색해질 수 있습니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표정과 목소리가 따라붙어 의미를 완성하지만, 글로 옮기면 그 옷을 다 벗어버린 앙상한 모습만 남습니다. 글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보여주는 글'을 쓰면 됩니다. 단순히 "아름답다"라고 쓰는 게 아니라, "나무의 색깔, 숲의 웅장함, 단풍, 구름, 그리고 사람들"을 모두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지요. 말할 때의 보조 수단만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보완 가능합니다.
세 번째 차이는 문장의 밀도입니다. 말은 풀어져 있어도 괜찮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해도 되고, 중간에 "그러니까, 뭐랄까" 같은 말을 섞어도 대화가 끊기지 않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된 말은 딱딱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글은 다릅니다. 글에서 같은 말을 중복하면 늘어진다는 인상을 줍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 연결이 느슨하면 읽다가 멈칫하게 됩니다. 글은 말보다 훨씬 빽빽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말을 걷어내고, 필요한 정보를 정확한 자리에 배치해야 흐름이 생깁니다.
말은 즉흥적이기도 하지만, 글은 심사숙고 끝에 적어야 합니다. 말은 그 자리에서 오해를 풀 수도 있지만, 글은 한 번 잘못된 문장으로 전해지면 뜻을 다시 풀어내기 힘듭니다.
이런 차이를 모른 채 말하듯이 글을 쓰면 몇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첫째, 문장이 늘어집니다. 말할 때는 숨을 쉬며 쉬어갈 수 있지만, 글에는 그런 쉼이 없습니다. 그래서 말할 때 자연스러웠던 긴 문장이 글이 되면 숨이 막힙니다. 주어와 술어가 너무 멀어지고, 그 사이에 수식어가 잔뜩 끼어들어 읽다가 길을 잃게 됩니다.
둘째, 같은 표현이 반복됩니다. 말할 때는 별로 의식되지 않지만, 글로 옮겨놓으면 한 문단에 같은 단어가 네다섯 번씩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은 흘러가니까 반복이 귀에 걸리지 않지만, 글은 눈앞에 고정되어 있어서 반복이 바로 보입니다.
셋째, 중심이 흐려집니다. 말은 이야기하다가 샛길로 빠져도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은 한 번 샛길로 빠지면 읽는 사람이 길을 잃습니다. 말하듯이 자유롭게 쓰면 글의 방향이 자꾸 바뀌어 결국 뭘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인상을 주게 됩니다.
그러면 이 어색함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일단 말하듯이 쓴 다음 고칩니다.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글답게 쓰려고 하면 손이 굳습니다. 말할 때의 자연스러움이 빠져버려서 어색해집니다. 그래서 초고는 말하듯이 씁니다.
머릿속에서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상황을 떠올리며 떠오르는 대로 적습니다. 그렇게 초고가 끝나면 그때부터 글로 다듬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긴 문장은 자르고, 반복되는 표현은 바꾸고, 늘어지는 부분은 걷어냅니다. 말의 자연스러움은 살리되, 글의 정돈됨을 더하는 방식입니다.
다음으로, 소리 내어 읽어봅니다. 이 방법의 효과는 해보면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눈으로 읽을 때는 괜찮아 보이던 문장도, 입으로 읽어보면 어딘가 어색한 부분이 드러납니다. 호흡이 끊기는 곳, 의미가 꼬이는 곳, 리듬이 무너지는 곳이 몸으로 느껴집니다. 좋은 글은 눈으로만 쓰는 게 아니라 입으로도 검증할 수 있습니다. 글과 말이 다르지만, 좋은 글에는 자연스러운 말의 리듬이 살아 있습니다.
또한, 한 문장에 한 생각만 담습니다. 말할 때는 생각 여러 개가 한 문장에 엮여도 이해가 됩니다. 말의 속도와 억양이 정리해주니까요. 하지만 글에서는 한 문장에 생각이 두 개 이상 들어가면 바로 꼬입니다. 문장이 길어지고, 주어와 술어가 멀어지고, 읽는 사람이 중간에 멈칫하게 됩니다. 한 문장에 하나의 생각. 이 원칙만 지켜도 글의 가독성이 크게 올라갑니다.
그리고, 접속사와 군더더기를 걷어냅니다. 말할 때 자주 쓰는 그래서, 그런데, 근데, 아무튼, 이런 단어들은 글에서는 대부분 빼도 의미가 통합니다. 빼야 문장이 깔끔해집니다. 말에서는 리듬을 만들던 단어가 글에서는 군더더기가 되는 겁니다. 한 편을 다 쓰고 나서 접속사를 절반만 지워보면, 글이 훨씬 담백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끝으로, 구어체와 문어체의 거리를 조절합니다. 완전히 구어체로 쓰면 덜 정돈된 느낌이 들고, 완전히 문어체로 쓰면 딱딱하고 거리감이 생깁니다. 좋은 글은 대개 이 둘의 중간 어딘가에 자리 잡습니다. 말의 자연스러움은 남기되, 글의 밀도는 유지하는 것. 이 균형은 한 번에 찾기 어렵고, 여러 번 고쳐 쓰면서 감각으로 익혀야 하는 영역입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쓰게 될 가능성 큽니다. 이미 생각을 언어로 옮기는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말을 잘한다는 건 머릿속이 정리되어 있다는 뜻이고, 정리된 생각은 글의 좋은 재료입니다.
다만, 그 재료를 글의 문법에 맞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말하듯이 편하게 쓴 다음, 글답게 고쳐내는 것. 이 두 단계를 거치면 말의 자연스러움과 글의 정제됨을 모두 가진 문장이 나옵니다.
글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방법의 문제입니다. 말과 글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그 차이에 맞게 접근하면 누구나 자연스러운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처음에는 어색함이 계속 느껴지겠지만, 연습하는 만큼 좋아집니다.
어색함을 견디며 계속 쓰는 사람만이 언젠가 자기 글에서 자연스러움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순간이 글쓰기의 진짜 재미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