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기도
컴퓨터는 입력과 출력을 연산 장치로만 합니다. 거기에는 어떤 의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다릅니다. 입력된 내용이 출력될 때, 어떤 의미로 입력되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같은 내용이 입력되어도 출력이 다르게 마련입니다.
바로 이 '의미'라는 것이 인간에게는 중요합니다. 살아온 환경, 교육, 유전, 취향, 성격 등에 따라 '의미'는 달라집니다. '의미'가 강해질수록 의지와 집념도 강해지고, 별 '의미'가 없다 싶을 때 의욕이 상실되는 법이지요.
살다 보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인생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황과 갈등이 생기는 것이죠. 이럴 때 도움되는 것이 종교입니다. 어딘가에 마음을 기대고, 그로 인해 위로받고 희망을 갖기도 합니다. 저는 신앙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만, 만약 소원을 들어주는 신이 있어서 세 가지 소원만 들어준다면 이렇게 기도하고 싶습니다.
첫째, 제 삶이 옳다는 신념을 잃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을 때,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비관한 적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때가 제일 아팠습니다.
삶의 특성 중 하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죠. 지나간 일에 얽매여 괴로워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늘 '지금'만 있을 뿐입니다. 실수하고 실패했을 때, 지금에 집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남은 인생에서 또 다시 시련과 고통을 겪게 된다면, 그 때는 제 인생이 옳다는 확신을 갖고 이겨내려 합니다. 반드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신께도 도움을 청합니다.
둘째, 다른 사람들을 바로잡으려는 욕구를 없애주시기 바랍니다.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잘못을 뜯어고치려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사람은 여간해서는 변화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장점과 단점 있게 마련이고요. 나와 다르다고 해서 잘못은 아니거든요.
눈에 가시처럼, 말과 행동이 탐탁치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 생각과 말과 행동이 옳다고 우기며 상대를 바꾸려 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못났고, 말도 안 되는 짓인가를 깨달았습니다.
함부로 타인을 바꾸려는 습성, 다른 사람을 전부 내 식대로 해석하는 착각을 하지 않도록 신께서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셋째,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감사하고, 오직 그 마음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나를 미워하고 시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증오하고 시기하는 이들과 맞서 불퉁한 마음으로 산 적이 더 많습니다. 미안합니다. 내게 잘해준 사람들, 그들의 마음을 소홀히 했습니다.
남은 인생에서는, 나를 좋아하고 아껴주는 이들만 생각하겠습니다. 그들에게 품을 내어주고, 그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을 돕기 위해 살겠습니다.
어차피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나보다 못한 사람들입니다. 소중한 감정 낭비하며 일일이 상대할 가치가 없었던 것이지요.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나보다 나은 이들입니다. 그들에게 배우며 함께 성장해 나아가는 것이 마땅한 일이겠지요.
한때는 저도 돈, 성공, 부자 등의 단어로 기도한 적 있습니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신이 얼마나 저를 안타깝게 여겼을까 부끄러운 마음 더 없습니다.
흔히 인생을 지구별 여행이라고도 합니다. 잠시 다녀가는 것이죠. 이 찰나의 순간 동안, 더 가지려고 하고 더 오르려고만 했으니 얼마나 우스운 꼴입니까. 결국은 다 놓고 떠나야 하는데 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는 이 세 가지 기도가 살면서 바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내용의 기도일지라도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용을 담을 거란 사실입니다.
기도를 하고 나니까, 꼭 그렇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신께 빌었는데 제 마음이 달라지네요. 이래서 기도를 해야 하나 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