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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OO에서 다 배웠다

하루, 내 삶의 전부

by 글장이


40대쯤으로 보이는 택시 기사는 푸념하듯 말했습니다.

"내비게이션 대로 가지 않으면 마구 짜증을 부리는 손님들이 있어요."

더 빠른 길로 목적지에 잘 도착했음에도 투덜거리는 손님들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고, 한숨을 길게 내쉽니다.


친절하고 상냥한 손님만 타면 좋을 거라고, 제가 넌지시 편을 들었지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그런 손님만 타면 졸린다."며 한바탕 웃습니다.


좋은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생깁니다. 착한 사람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어떤 사람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햇살 가득한 날만 계속되길 바라는 것이 당연한 것 같지만, 햇볕만 오래 쬐면 피부가 새카맣게 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지요.


진리는 책에만 있는 게 아니라 택시 기사의 한 마디에도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 가져야 할 첫 번째 태도는 관찰입니다. 보고 듣는 모든 것에서 글감을 찾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글감을 찾은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결하면 됩니다. 택시 기사의 한 마디를 '인생'과 연결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어려운 것처럼 느껴지지만, 익숙해지면 거의 '자동으로' 연결됩니다.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인생이나 사랑, 인간관계, 습관, 시간 관리, 태도, 철학, 심리, 도리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키워드와 연결지으면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관찰하고 연결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쉽고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의 글도 독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 쓸모가 없는 거겠지요. 깊이 있는 글을 쓰겠다며 어려운 단어와 복잡한 문장을 잔뜩 늘어놓는 사람 있는데요.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일반 대중이 읽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들을 위한 글이라면, 쉽고 명확하게 쓰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마땅할 테지요.


감옥에서의 경험이 영원한 아픔으로 남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곳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일을 모두 글감으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막노동 현장에서의 경험이 영원한 서글픔으로 남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모든 고통과 시련의 경험들을 활용해 글을 썼기 때문입니다.


책 읽고 글 쓰면서 글쓰기에 관한 기본과 방법을 배운 것은 부정할 수 없겠지만, 지금 제가 어느 정도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대부분 "일상" 덕분입니다. 쓰겠다는 마음을 먹고 세상을 보면 쓸 만한 것들이 눈에 띕니다. 연결하겠다 작심하고 일상을 살피면 연결할 만한 고리가 떠오릅니다. 독자를 위한 글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면 참한 메시지를 정리할 수 있지요.


초보 작가들이 글 쓰는 걸 지켜 보면,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한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일상의 체험을 뒤로 하고, 그럴 듯한 메시지를 떠올려 쓰려 하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겁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이 자신의 하루나 일상 말고 다른 곳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려 하는 것일까요? 자신의 일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사람만 글을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습니다. 특별한 글감으로 써야 한다고 믿는 사람도 많고요. 생각이 베스트셀러나 인생 역전에 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을 거라는 기대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작은 글'의 가치를 알아야 합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보다 더 좋은 글감은 없지요. 오늘 하루의 이야기가, 어쩌면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글'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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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소홀히 여기다가 인생을 망쳤습니다. 하루를 소중히 여기면서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 그저 지나가는 하루가 아닙니다. 내 삶의 전부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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