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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렵다면, 희망을 짓는 중

살아간다는 의미와 가치

by 글장이


초보 작가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힘들다, 어렵다"입니다. 저도 똑같은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무엇이 어떻게 힘든 지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때로는 이해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버럭 혼을 내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어렵고 힘든 일을 극복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또 경우마다 필요한 처방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짧은 기간 갈등과 방황을 거쳐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은 제법 긴 시간 동안 절망과 좌절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가 시련과 고통을 마주하게 되고, 또 각자의 방식으로 이것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10년 넘도록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별별 어려움을 다 겪었지요. 그런데 만약 제가 글 쓰는 과정에서 아무 힘든 일을 경험하지 못했더라면 어떨까요? 수많은 수강생들한테 "그럴 땐 이렇게 하세요!"라고 조언할 수가 있었을까요?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갔을 때, 그 심정은 차마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처참합니다. 정치인이나 재벌들이야 한 번 다녀오는 것이 뭐 그리 큰일도 아니겠지만, 저처럼 평범하게 일상을 살던 사람한테 '전과'는 치명적입니다. 몸도 마음도, 그 시절의 경험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파산도 다를 바 없습니다. 요즘은 회생이나 파산이 엄청난 '사건'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정작 당하는 본인은 삶이 끝나는 것 같거든요. 무엇보다, 한 집안의 가장이 경제적 능력을 상실했다는 법원의 선고를 받는 것은 무능력의 끝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악인 겁니다.


알코올 중독은 또 어떤가요. 의지, 열정, 도전, 노력, 극복, 용기...... 인생에서 이런 초긍정의 단어들이 몽땅 사라져버립니다. 모든 것을 잊고 싶다는 현실회피의 결과입니다. 도망입니다. 세상 가장 못난 사람으로 전락하는 것이지요.


인력시장 막노동 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사람이 비굴해집니다. 머리를 쓰지 않고 몸으로 살아야 합니다. 육체 노동의 귀한 가치를 모르는 바 아닙니다만, 아무리 좋은 말로 둘러쳐도 '노가다꾼'의 삶은 좋게 포장하기 힘듭니다. 매일 숨이 턱까지 차고, 매일 온몸이 오물 투성이가 되고, 매일 손발이 갈라집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요. 그 모질고 힘든 시간 다 겪고 나니, 지금은 전부 재산이 되었습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위로할 수 있게 되었고, 누가 무슨 하소연을 해도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빡세게 고생한 사람들끼리는 마음이 통합니다. 겉으로야 소리도 지르고 혼도 내고 화도 내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깊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책 많이 읽었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떻게 살았는가 유심히 살피면서, 그 모든 이야기를 제게 대입했지요. 그들이 해냈다면 나도 할 수 있겠다! 그들이 이겨냈다면 나라고 못할 게 없겠다! 이런 희망과 용기가 불끈 솟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살다 보면 고난과 역경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 고난과 역경이 무엇이든, 세상에는 반드시 나보다 먼저 그 과정을 겪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희망과 용기를 품는 것이죠.


이제, 반대의 경우도 짚어 보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나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힘들고 어렵다면,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한 길을 걷는 중.


과거에 제가 겪은 모든 일들 덕분에, 이제 저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건넬 수가 있습니다. 경험 없는 사람의 조언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허나, 비슷한 경험을 먼저 겪은 사람의 말에는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되거든요.


글을 쓰면서, 혹은 책을 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렵고 힘든 순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럴 때마다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나중에 후배 작가들한테 조언해줄 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주제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도움될 겁니다."


시간이 부족할 때는, 어휘력이 부족할 때는, 문법을 잘 모를 때는, 글감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가족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자기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 눈치가 보인다면...... 글 쓰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이러한 '고난'을 겪고 나면, 그제야 후배 작가들한테 한 마디 조언을 건넬 수가 있는 것이죠.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겪는 일 먼저 겪은 사람 틀림없이 있으니 그들로부터 배워야 하고요. 내가 겪었던 일 나중에 겪는 사람 분명 있으니 그들을 위해 조언해주어야 합니다. 살아간다는 것,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말은 바로 이런 뜻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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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운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살아갈 힘도 생기고 살 맛도 납니다. 의미와 가치는 그래서 중요한 것이지요.


힘들고 어렵다면, 나중에 비슷한 일을 겪게 될 사람들을 위한 희망을 짓는 중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려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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