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글을 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최고는 단연코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처럼 '재미'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텍스트로 독자의 관심을 끌기는 힘들지요. 스토리텔링은 독자의 관심과 집중, 그리고 공감을 유도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설명문 형식으로 쓰는 것보다는, 자신이 부정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야기와 어떤 계기로 인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했을 때의 경험 등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야기로 글을 쓰면 분량을 채우기도 쉽습니다. 실제로 자신이 겪은 경험이기 때문에 문장을 쓰기 위해 머리를 쥐어짤 필요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야기 자체가 '재미'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기본적으로 여섯 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요. 먼저, 주인공(등장인물)이 있어야 합니다. 그 주인공이 바라는 어떤 목표가 있어야 하고요.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노력과 방해 요소가 부딪치는 절정의 순간이 있어야 합니다. 끝으로, 주인공이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처음과는 다른 '곳'에 도착하는 것이죠.
신데렐라부터 어벤저스까지, 모든 이야기를 위 공식에 대입하면 딱 맞아떨어집니다. 어떤 내용이든,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 경우, 스토리텔링의 형식을 빌어 쓰는 것이 가장 유효하다고 확신합니다.
스토리텔링으로 글을 쓸 때 유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입니다. 자칫하면 외부 환경이나 조건, 사건 따위에 집중하게 되는데요. 우리가 스토리에 빠져드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통해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을비가 내리다가 막 그쳤다고 가정해 봅시다. 외부에서 일어난 사건은 '비가 오다가 그쳤다'는 단순한 사건 뿐이지요. 하지만 주인공인 내 마음은 복잡합니다. 울적한 일이 있었는데 가을비 덕분에 위로받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그 비가 그치는 순간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 일을 해야 하는 겁니다. 핵심은 '비'가 아니라, '비로 인해 변화하는 내 마음'인 것이죠.
운전을 하던 중 접촉 사고가 났다고 생각해 봅시다. 외부에서 일어난 사건은 '교통사고'일 뿐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내 마음은 '깜짝 놀랐다'에서 '천만다행이다'로 바뀌었다가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로 나아갑니다.
사건 자체는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시킬 수 있으나, 메시지 전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환경이나 조건이나 사건은 결국 '메시지'를 위한 배경일 뿐이지요.
스토리텔링으로 글을 쓸 때는 '사건'과 '내 마음' 두 가지 모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둘 다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는 뜻인데요. 외부 사건을 보고 듣는 것은 조금만 집중하면 됩니다만, 자신의 마음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 중에 매 순간 자신의 마음을 챙기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강의 시간에 종종 물어 봅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래서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대부분 답을 합니다. 반면,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거나 일반적인 표현밖에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았다, 별로였다, 나빴다, 그저 그랬다...... 요약하면 이 정도가 전부입니다. 인간의 감정은 수십 수 백 가지가 넘는다고 하지요. 그런데도 서너 개의 표현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없거나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각종 SNS, 유튜브, 인터넷, TV 등 현란하고 그럴 듯한 외부 문명이 잠시도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치는 세상입니다. 이것도 재미있고 저것도 흥미진진합니다. 그러니,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없는 것이죠.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어야 합니다. 매 순간 기분과 생각과 마음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언제 어딜 가든 주변 사람들 표정을 보면, 마치 어느 영화 속 등장 인문들처럼 감정을 잃어버린 존재들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무뚝뚝하거나 인상을 팍팍 쓴 채 살아가고 있지요.
강의 시간에 유쾌한 웃음을 전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환하게 웃어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무슨 개그맨은 아니지만, 적어도 '강의를 하는 사람'이니까 청중이 배꼽을 잡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한 번쯤은 선물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밖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사고 자체가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심경의 변화입니다. 돈이면 전부라고 생각하던 구두쇠 영감이 어떤 계기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품는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죠. 주인공(등장 인물)의 생각과 마음의 변화가 독자에게 닿는 핵심 요소입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그래서 내 마음은 어떤 상태이고 또 어떻게 변화해가는가. 이러한 생각을 품고 살아가면 하루하루가 즐겁고 흥미진진합니다. 좋은 일 나쁜 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이 스토리가 되니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