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처음 탔을 때, 혹시 추락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안절부절, 손에 땀이 흥건했지요. 무사히 착륙한 후, 비행기에서 내릴 때에야 비로소 얼굴에 미소를 띌 수 있었습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비행기가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고 합니다. 그 만큼 사고 확률이 적다는 뜻이지요. 고도의 기술과 정밀한 과학의 결집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을 즐기면 되는 것이죠.
군에 복무할 때 유격 훈련 받은 적 있습니다. '헬기레펠'이라는 종목(?)이 있지요.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1미터 상공에서 외줄에 의지해 아래로 내려오는 훈련입니다. 그냥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면 그거 뭐 못하겠나 싶지만, 막상 현장 높이에 올라서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위에서 한 명, 아래에서 한 명, 두 사람 교관이 줄을 붙잡고 안전장치에 걸어 단단히 고정하고 있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사고 위험은 거의 없지요. 훈련병이 극도로 흥분해서 마음대로 행동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교관을 믿고 외줄을 믿으면 됩니다.
수영을 배운 적 있습니다. 강사의 한 마디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안 가라앉으니까 염려 마세요."
몸에 힘을 빼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몸이 물에 둥둥 뜹니다. 자세를 제대로 잡을 필요가 있지만, 어쨌든 물 속으로 가라앉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했지요. 혹시라도 물에 빠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에 발버둥을 치게 되는데, 그럴수록 더 위험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물에 몸을 맡기면 일단 뜨고, 그 다음에 동작을 배우는 것이죠.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는다는 믿음, 교관이 단단히 잡아주고 있다는 믿음, 물에 가라앉지 않는다는 믿음...... 이러한 믿음이 우리로 하여금 '그 일'을 더 잘하도록 만들어줍니다.
초보 작가 중에는 자신이 쓰는 글이 형편없다며 좌절하는 이가 많습니다. 경험이 부족하니까 문장력이 부족할 수는 있겠지요. 구성력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어떨까요? 어쩌면 세계적인 거장들 못지않게 순수하고 진실할 수도 있습니다. 거짓말로 글을 쓰는 건 더 어려운 일이거든요.
모든 일에 믿음이 중요하듯이, 글 쓰는 사람도 자신의 글이 가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써야 합니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글을 형편없다 여기면, 어떤 독자가 그 글을 읽겠습니까. 멋지고 화려한 글이 아니라, 현재 수준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좋았던 일도 있고 불행했던 경험도 있지요.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냈으니, 그것만으로 대단한 것이지요. 자꾸만 뒤돌아보면서 자기 삶을 흉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인생? 별 것도 없는 인생?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세상에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인생은 없습니다. 우리 인생은 결코 추락하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의 줄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은 가라앉지 않습니다.
'내 삶이 가치 있다'는 믿음을,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바로 그 믿음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줍니다. 글도, 삶도, 자신을 믿는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