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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을 때가 더 중요하다

촉을 세우다

by 글장이


밤 10시부터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종일 다른 일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다가, 밤 10시가 되기만 하면 뭔가 떠오를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지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믿는 자만이자 오만입니다. 글쓰기를 우습게 여기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오늘 쓸 거리에 대해 눈과 귀를 열어야 합니다. 무엇을 보든지 글감으로 생각하고, 무엇을 듣든지 소재로 여겨야 합니다. 일을 하다가도 문득 이런 걸 쓰면 어떨까 궁리하는 것이죠.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도 주제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촉을 세우고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써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무엇을 써도 된다"고 답변합니다. 일상 곳곳에 스며 있는 자신만의 글감을 찾기 위해서는 안테나를 바짝 세워야 합니다.


"다른 일은 다 접고 글쓰기 생각만 하라는 것이냐?"


네,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다소 무리가 있겠지요.


하던 일 그대로 합니다.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청소도 하고, 거래도 합니다. 제가 권하는 것은, 그럼에도 사람의 머리는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자는 것이죠. 잠시 틈을 내어 '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 어렵지 않을 겁니다.


뇌가 글쓰기를 잊지 않고 있어야 팍팍 돌아갑니다. 전혀 관심없는 듯 다른 생각과 다른 일만 하면, 뇌도 나 자신이 글쓰기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잠재의식이 도와주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해도 극대의 효과를 얻기 힘듭니다.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지 않는 시간에 잠재의식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것도 결정적입니다. 작가는, 쓰지 않을 때조차 쓰고 있어야 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조금만 연습하면 보고 듣는 모든 것에 촉을 세우는 행위가 자연스러워진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고, 글쓰기에 관해 생각하는 것을 깜빡할 때도 많을 겁니다. 괜찮습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계속 노력하면 됩니다.


- 출근길 지하철에 빼곡한 사람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 점심 식사 후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과 가을의 풍경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 속상한 전화를 받았나요? 어떤 주제로 글을 쓰면 될까요?

- 베란다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은 어떻게 풀어 쓰면 될까요?

- 운전하는데 자꾸 끼어드는 차가 있네요.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요?


하루를 보내는 동안 이렇게 글쓰기에 관한 생각을 하다 보면, 밤 10시에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쥐어짜지 않아도 얼마든지 한 편의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쓰는 행위가 고통스럽지 않으면 재미를 붙일 수 있고요. 재미가 붙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며칠만 반복하면 뇌가 알아서 척척 생각해주고 연결해주고 떠올려줍니다. '글쓰기는 내 삶의 일부야'라고, 무의식에 각인해준 덕분입니다.


자동화 시스템이라는 말이 있지요. 공장에서만 쓰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 머릿속 생각도 자동화시킬 수 있습니다. 최고의 방법은 반복이지요. 많이 반복할수록 빨리 자동화됩니다. 생각하는 습관이 자동화된다니,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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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도 중요하지만, 쓰지 않을 때가 더 중요합니다.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보냈는가에 따라 글을 수월하게 쓰기도 하고 어렵게 쓰기도 하니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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