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글을 씁니다
자전거를 탈 때, 처음에는 페달을 밟으며 힘을 실어야 합니다. 그래야 바퀴가 굴러가지요. 조금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크게 힘을 주지 않아도 잘 굴러갑니다. 관성의 법칙이라 하지요.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방향 잡아가며 느긋하게 다리를 움직여도 자전거는 쌩쌩 잘 나갑니다.
브레이크를 잡고 멈추면 어떻게 될까요? 자전거는 옆으로 쓰러집니다. 한 쪽 다리로 땅을 짚고 버텨야 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출발할 때면, 처음 들였던 만큼 힘을 다시 실어야 합니다. 이전까지 아무리 잘 굴러가던 자전거라 하더라도, 일단 멈추고 나면 처음과 똑같이 힘을 쏟아 페달을 밟아야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자꾸만 멈추었다가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하면 힘 다 빠집니다. 출발할 때 가장 많은 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계속 타고 있으면 크게 힘들지 않습니다. 리듬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글을 쓴다고 합니다. 나탈리고 골드버그도 매일 글을 쓴다고 하고요. 박경리 선생님도 매일 글을 썼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을 쓸 때마다 어렵다'고 했습니다. 매일 글을 써도 어려운데, 어쩌다 한 번 쓰는 것은 당연히 훨씬 더 어려울 테지요.
매일 글을 쓰면 '리듬'이 생깁니다. 이틀만 쉬어도 다시 처음부터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며칠 계속 글을 썼으니 좀 낫겠지...... 천만의 말씀입니다. 자전거 타기와 똑같습니다. 이전까지 아무리 오랜 시간 자전거를 탔다 하더라도, 멈추었다가 출발할 때는 똑같이 힘이 듭니다.
규칙적인 '쓰기 습관'을 가지면 글 쓰는 것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인간의 뇌는 반복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습성이 있지요. 한 번 하는 것보다는 두 번 하는 것을, 두 번보다는 세 번을 더 중요하게 간주합니다. 매일 글을 쓰면, 뇌는 '글쓰기가 나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구나!' 판단합니다. 모든 신경과 세포를 동원해 글 쓰는 일을 돕게 됩니다.
감옥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제게는 몇 가지 습관이 있었습니다. 첫째, 실제로 쓰는 시간보다 결심하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둘째, 갑자기 뜨거워져서 사흘쯤 몰아서 쓰다가 또 확 식어서 며칠씩 펜을 놓기도 했습니다. 셋째, 별로 쓴 것도 없으면서 글쓰기 전부 아는 것처럼 똥폼 잡았습니다. 넷째, 글이 잘 써지네 못 써지네 작가 코스프레에 빠졌습니다. 다섯째, 쓰지는 않으면서 쓰는 사람인 척 쇼만 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딱 한 가지만 꼽으라 하면, 단연코 '매일 쓰기'입니다. 어떤 근육이든 사용할수록 강해집니다. 글쓰기 근육도 똑같습니다. 매일 글을 쓰면 생각의 근육과 필력이 동시에 향상됩니다.
달리기도 리듬이 붙으면 덜 힘들고, 웨이트도 리듬이 붙으면 한결 수월합니다. 습관이란 할까 말까 선택할 필요가 없는 일이죠. 실제로 글을 쓰는 것보다 쓰겠다 결심하고 책상 앞에 앉는 것이 더 힘들거든요. 습관이 생기고 리듬이 붙으면 매일 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매일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점수 매기는 습성을 없애야 합니다. 잘쓰고 못 쓰고는 지금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기가 처음 말을 배울 때, 잘하는 것보다는 입을 떼는 게 중요하지요.
둘째, 시간과 분량을 정해두는 게 좋습니다. 약속입니다. 규칙이지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더 나은 인생을 만드는 기본이기도 합니다.
셋째, 하루쯤 쉬어도 된다는 타협을 거부해야 합니다. 바로 그 하루에서 탑이 무너지는 것이죠. 너무 빡빡하게 구는 것 아니냐고요? 이런 질문은 제대로 빡빡하게 살아 본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지요.
넷째, 핑계와 변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유가 많습니다. 사정도 많습니다. 말이 많습니다!
다섯째, 최악의 날에도 써야 합니다. 더 나쁠 수 없다 싶은 날 글을 쓰면,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글을 쓸 수 있을 겁니다.
어느 날 갑자기 느낌 왔다면서 몰아 쓰는 사람 있습니다. 노트북 들고 카페 오가며 분주하고 정신 없습니다. 주변에서 말 걸면 짜증부터 내고,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다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 호들갑...... 아주 가관입니다. 글쓰기는 '난리법석'이 아니라 '고요한 리듬'입니다. 매일 묵묵히 쓸 뿐이지요.
글 쓰는 삶을 만났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인생을 누리고 있습니다. 피곤한 날에도, 마음 아픈 날에도, 머리가 띵한 날에도, 어김없이 글을 씁니다. 오늘도 글을 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