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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때문에 상처받는 일 없도록

미련과 집착

by 글장이


지난 7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또 헤어졌습니다. 글쓰기/책쓰기를 배우겠다고 저를 찾아왔지만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떠난 사람도 많고, 수년째 함께 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가르치고 배우고 함께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역시나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자이언트 초기에 저는 사람에게 집착했습니다. 제게 오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붙잡으려 노력했습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데, 그 성향을 일일이 맞춰주려 했으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었지요. 그때는 한 사람 한 사람 입맛을 다 맞춰주는 것이 제가 해야 할 도리인 줄 알았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하나하나 다 맞춰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 곁을 떠나는 사람이 있더란 사실입니다. 최선을 다했는데 사람이 떠나면 허탈하지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가. 내가 무슨 실수를 했는가. 자꾸만 제 자신을 향해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되었습니다. 관계는 물론이고, 제 인생에도 좋지 않은 영향만 미치게 되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을 붙잡으려는 마음, 그것을 집착이라 부릅니다. 길가에 핀 꽃도 가만히 두는 것이 가장 위하는 방법이죠.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습니까. 있는 그대로 지켜보고 아끼고 좋아해주면 그 뿐입니다. 자꾸만 내 사람으로 만들려고 애를 쓰면 상대도 부담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사람 마음은 하루에도 골백 번 바뀌지요. 좋은 마음이 생겼다가도 싫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다가 다시 좋은 마음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자기 마음도 뜻대로 되지 않는데, 다른 사람 마음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을 가지고 애를 쓰니까 피곤하고 힘들고 지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내가 바다를 좋아하는 것은 바다가 뭘 그리 잘해서가 아닙니다. 그냥 바다가 좋은 것이죠. 내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산이 뭔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좋은 겁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내가 뭔가를 엄청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이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 곁에 있는 것이고, 그게 싫으면 떠나는 것이죠.


본연의 내 모습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상대를 곁에 두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나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그들의 마음이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정성과 사랑으로 대해야 하는 것은 마땅합니다. 허나, 집착하고 매달려 상처를 받는 관계는 지양해야 하겠지요.


누군가 나를 좋아해준다면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면 그 또한 그들의 마음일 뿐입니다. 사람이 내게 오면 두 팔 벌려 환영해주고, 사람이 나를 떠나면 미련없이 보내줍니다. 이것이 바로 관계로부터 상처받는 일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관계가 중요하지요. 하지만, 관계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타인을 내 마음에 따라 조종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나는 나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뿐이지요. 다만, 언제나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관계 자체에 대한 집착이나 미련은 줄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 돕는 것도 억지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강점이나 장점을 갖고 있게 마련입니다. 삶의 경험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의미와 가치 가득한 인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저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죠. 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면 그 느낌이 주변 사람들에게 저절로 전달됩니다.


오늘도, 이번 주에도, 이번 달에도, 수많은 이들이 자이언트를 찾아옵니다. 저의 삶과 강의, 그리고 제 글이 마음에 든다고 하는 사람들은 꽤 오랫동안 곁에 있을 테지요. 아니다 싶은 사람은 또 저를 떠날 겁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곁에 머무는 사람들한테 아양을 떠는 것도 아니고 떠나는 사람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본연의 제 모습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 오직 그거면 충분합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번개가 내려쳐도 언제나 그 자리게 꿋꿋하게 서 있는 아름드리 나무처럼. 사람들은 때로 나무 아래에 와서 휴식도 취하고 생각도 하며 잠시 머물곤 하지요. 그러다가 때가 되면 제 갈 길로 떠납니다. 평생 머물 것 같던 사람이 홀연히 떠나기도 하고, 떠났던 사람이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나무는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나무의 모습으로, 변함없이 말이죠.


인간관계에 정답은 없습니다. 아마 수백 년이 흐른 뒤의 인류도 지금과 똑같은 인간관계 고민을 하며 살아갈 겁니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자체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일 테지요.


서로 아끼며 사랑하는 사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지나치게 의지하거나 내 마음에 들도록 맞추려는 마음은 관계를 망치는 길입니다. 최고의 인생은 언제나 마음의 평온이지요. 내가 나의 길 위에서 평온하면 주변 사람도 함께 평온할 수 있습니다. 내가 불안하고 초조해 하며 촐싹거리면 주변 사람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저 편안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며 내 갈 길 가다 보면 이런 사람도 만나고 저런 사람도 만나게 마련입니다. 좋은 사람 만나면 감사한 마음으로 품어주고, 별로다 싶은 사람 만나면 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구나 여기면 그뿐이지요. 모든 사람 내 뜻에 비춰 옳다 그르다 판단하고 분별하려 들면 나만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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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겁니다. 오늘도 곁을 지켜주는 사람 있을 테고요. 오늘도 저를 떠나는 사람 있을 겁니다. 그런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인생 공부가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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