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되는 일은 없다

지혜롭고 현명하게

by 글장이


월요일에 병원 갔을 때, 오후 2시까지 입원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화요일 아침에 다시 "오후 2시까지 오셔서 입원하세요!"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것저것 준비물 챙겨서 아버지 모시고 병원에 갔지요. 해야 할 일들이 있었지만, 전부 야간으로 미뤘습니다.


입원 수속을 밟고 11층 입원실로 올라갔습니다. 이름을 말하고 병실 안내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하더군요. 오후 5시가 넘어야 병실이 빈다고 말이죠.


심장에 문제가 생겨 급하게 입원하고 수술해야 한다고, 병원측에서 몇 차례나 강조했었는데. 이제 와서 무려 세 시간이나 기다리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만 기다려야 할 문제라면 세 시간 아니라 종일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든 넘은 아버지한테 세 시간은 너무나 긴 시간이었죠.


예전 같았으면 병실 복도에서 소리를 버럭 질렀을 겁니다. 아니면, 원무과나 순환기내과에 전화를 해서 난리를 피웠을 수도 있었겠지요. 병원측 사정은 내 알 바 아니고, 무조건 병실을 내달라고 억지를 부렸겠지요.


이제는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안 되는 일을 억지로 되게 하면 반드시 무슨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인생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지요. 마음은 답답하고 조급하지만, 그럴수록 여유를 갖고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간호사를 닦달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란 사실도 생각해야 합니다.


제 입장을 다시 설명했습니다. 아버지 연세도 많으시고, 심장 수술 기다리는 중이라 상황이 편치 않다, 조금이라도 빨리 병실을 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하고는 보호자 대기실로 아버지를 모시고 갔습니다. 불편한 의자에 앉아 무려 세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담당 간호사가 대기실로 왔습니다. 마침 입원 예정이었던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가는 덕분에 병실 하나가 비었다고 하네요. 결국 우리는 잠시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원을 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금방 병실이 생길 텐데, 왜 그리 번거롭게 일을 하느냐...... 뭐 이런 말은 할 필요도 없습니다. 간호사들도 그런 상황을 짐작할 수 없었고, 또 이미 다 지난 일을 가지고 말해 봐야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죠. 어쨌든 병실이 생겨 다행이고, 아버지 입원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중요했습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침상에 누웠는데, 이번에는 링거 바늘이 문제였습니다. 바늘을 꽂은 팔이 벽쪽으로 놓이게 되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침상의 위치를 조금만 옮기면 좋겠다 싶어서 조치를 부탁했지요.


이번에도 안 된다고 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규정상 침상을 마음대로 옮기지 못한다고 하네요. 병원 나름의 규칙과 원칙이 있을 테지만, 환자가 불편함을 호소하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도 한데...... 두 번 말하지 못하도록 딱 잘라 거부하는 태도가 못마땅했습니다.


또 한 번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래, 자기네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요. 아버지를 설득했습니다. 내일이면 수술을 할 테고, 수술 마치고 나면 그 때 가서 침상의 위치를 어떻게든 조절해 볼 테니 오늘 하루만 참으시라고 말이죠.


입원 후, 한 시간쯤 지났습니다. 거짓말처럼, 바로 옆 창가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퇴원을 한다고 합니다. 간호사실에 얘기하고는, 얼른 옆 침상으로 옮겼습니다. 비어 있는 침상으로 환자가 이동하면 서류상 수정해야 할 부분들이 있긴 하겠지만, 무슨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니니까 간호사들도 동의해주었습니다.


병원측 실수로 입원 시간을 지연할 뻔했을 때도 아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던 터라, 이번에는 간호사측에서도 쉽게 양해를 해주더군요. 아무튼 그렇게 아버지는 편안한 상태로 침상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젯밤 9시경, 병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늘 오전 10시에 퇴원해야 하니 시간 맞춰 퇴원 수속을 밟으라는 얘기였습니다. 수술도 잘 마쳤고, 병원에 있어 봐야 계속 누워 있는 것 말고는 달리 조치할 것도 없다고 해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아침 7시. 갑자기 간호사실에서 호출이 왔습니다. 당뇨 수치가 불안정하고, 심장 박동수도 일정하지 않아 조금 더 지켜 보아야 한답니다. 오늘 퇴원은 할 수 있느냐 물었더니, 그것도 확실하게 답변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당뇨는 수술 전부터 있었던 고질병이고, 심장 박동수도 크게 문제 없어 보이는데...... 제가 무슨 의사도 아니고, 멋대로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몇 시쯤 결과가 나오느냐, 퇴원이 가능하긴 한 것이냐, 아니면 더 입원해 있어야 하느냐...... 궁금해 죽겠는데, 아무것도 답을 줄 수가 없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곳입니다. 온갖 변수가 시시각각 생겨나는 곳이기도 하지요. 의사가 환자 불편하게 만들 목적으로 일부러 일을 엉망으로 할 리도 없습니다. 간호사가 보호자 힘들게 하려고 일부러 장난을 칠 리도 만무하지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수시로 생겨납니다.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딱 부러지게 일이 척척 진행되지 않아 답답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집을 부리거나 난리법석을 피워 해결될 문제도 아닙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일이 우리 뜻대로 술술 풀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런 경우는 잘 없지요. 항상 문제가 발생하고, 벽이 생기고, 악당이 나타납니다. 그럴 때마다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는 것은 결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첫째,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없는 일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저도 처음엔 참 속편한 말이다 싶었는데요. 살아 보니 이 생각만큼 지혜롭고 현명한 태도가 없었습니다.


둘째, 흥분할수록 일은 꼬이게 마련이란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정치인들 싸우는 거 자주 보시죠? 소리 지르고 욕하고 윽박지르는 사람일수록 논리가 부족합니다. 흥분하는 사람치고 신뢰가 가는 사람 드물지요. 무슨 일이 생기든 차분하게 고요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셋째, 어떤 상황에 처하든 다른 사람 탓하는 건 금물입니다. '누구 때문에'라는 생각이 일을 망칩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 책임입니다. 억울하고 분할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내 책임으로 받아들이면 일은 더 잘 풀리게 마련입니다.


돈, 인간관계, 명성, 직업 등 모든 분야에서 '억지로' 일을 풀려다가 인생 모두 날렸습니다. 나의 생각과 나의 말이 무조건 옳고, 세상과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한 탓에 늘 화만 내면서 일을 그르쳤지요. 안 되는 걸 되게 만드는 것이 실력인 줄 알았습니다.


큰 실패를 겪은 후, 글 쓰고 책 읽으면서 깨달았지요. 모든 일은 처음부터 일어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요. 사건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란 뜻입니다. 그 사건을 받아들이는 나의 생각과 태도가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죠.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면 일은 풀리게 마련입니다. 만약 일이 꼬인다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 나에게 주는 배움과 교훈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요. 침착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최선의 길을 선택하는, 지혜롭고 현명한 태도로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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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퇴원할 수도 있고, 조금 늦어질 수도 있고, 또 다른 변수가 생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고 큰 고비를 넘겼다 하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아버지 마음 편안하게 오늘 하루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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