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무 소리 하지 말고 당장 입원하시고 내일 수술 받으세요!
어떻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병원에 오지 않았느냐는 의사의 말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고개 숙였습니다.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가슴이 아프다, 숨 쉬기 힘들다 등
자각 증상이 심했을 거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고,
당장에도 별 문제 없다고만 하십니다.
월요일 오후,
영남대학교 병원 순환기 내과에서
심근경색 확진받았습니다.
화요일 오후
예약된 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갔습니다.
1층에서 입원 수속을 밟았습니다.
2년 전, 허리 수술 받은 적 있어서
아버지, 이번에는 태연한 듯했습니다.
아무래도 심장 수술이라 하니
저는 더 긴장이 되었습니다만
아버지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었지요.
가볍고 단순한 수술이라고
의사가 한 마디만 해주면 좋겠는데,
이번 수술은 그리 간단하지도 않으며
위중한 상태에서의 수술이라
만약의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고
담당 교수가 진지하게 말합니다.
간호 간병 통합 시스템이라
보호자가 상주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시설 좋다 하지만
병실에 누워 계신 아버지 뒤로 하고
차마 집으로 갈 수가 없었지요.
계속 뭉그적거리며 곁에 있다가
한밤중이 되어서야
발길을 돌렸습니다.
오늘(수) 아침 7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아버지는 이미 수술복으로 갈아 입었고,
팔에는 주사 바늘이 여러 개
꽂혀 있었습니다.
제 팔이 시큼거리는 듯했지요.
"자, 이제 이동하겠습니다. 아버님, 수술 잘 받고 오세요!"
간호사는 상냥하게 인사했지만,
제 마음에는 자꾸만 뭔가가
턱 턱 하고 걸립니다.
수술실에 들어간 지 20분만에
방송으로 보호자를 부릅니다.
혹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가.
사색이 되어
수술실 앞으로 달려갔지요.
심장 수술의 경우
수술 직전에 사전 검사를 하고
현 상태를 보호자한테 보여준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심장을
실시간 영상으로 보는데
하마터면 주저앉아
눈물을 터뜨릴 뻔했습니다.
다른 핏줄은 다 정상인데
심장을 잇는 혈관 두 개가
거의 끊어지기 직전이었습니다.
마치, 핏줄이 마지막으로 악착 같이
심장을 붙들고 있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보였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나가서
대기실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앉아서 기다리라고
의자를 수도 없이 준비해 두었지만
잠시도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아침 8시에 수술방에 들어가셨는데
오전 10시가 넘어도
감감 무소식이었네요.
"보호자분! 들어오세요!"
간호사의 목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수술실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담당 교수는, 아까 보여주었던
심장 영상과
수술 후 심장 영상을 비교하며
설명해주었습니다.
아버지의 심장.
금방 잡아올린 바다 물고기처럼
펄떡거리고 있었습니다.
수요일 오전 수업을
야간으로 모두 통합하고
수강생분들한테 양해를 구했습니다.
어제와 오늘,
위로와 격려의 문자를 보내주신
자이언트 가족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회복 기간이 길어질 듯합니다.
주의해야 할 점도 많고,
약도 챙겨 드셔야 하고,
안정도 취하셔야 합니다.
병원에서는 오래 못 있게 하고,
조만간 퇴원해서
집에서 요양을 해야 할 테지요.
얼마든지 해낼 수 있습니다.
아버지도 강하고
저도 강하니까요.
인생, 누구나 끝이 있다지만
내 부모의 끝만큼은
한없이 길게 늘어트리고 싶은 것이
자식의 심정입니다.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2박 3일 어떻게 지나갔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수술 잘 되었습니다.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야간 수업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