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리고 지금
막노동 현장에서 3년간 일했습니다.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등 신축 현장에서도 일했고, 반대로 철거 현장에도 함께 했었지요. 그 모든 것이 저한테는 그저 '공사 현장'일 뿐이었습니다. 아파트 짓는다는 생각했더라면, 저는 하루도 일하지 못했을 겁니다. 겁이 나고 부담스러웠을 테니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인력 시장에 가니까 당장 승합차에 올라 타라고 하더군요. 어디로 가는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가자고 하니까 따라갔고, 이것 치우라고 하니 치웠고, 저것 옮기라고 하니 옮겼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조금씩 일머리가 트이기 시작했지요. 어떤 현장이든 도착해서 스윽 둘러보기만 해도 오늘 무슨 일을 얼마나 해야 할지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옮기고 나르기만 했는데요.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조이고 때우고 묶고 세우고 다듬기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보 작가 대부분은 글을 뒤에서부터 봅니다. 이미 완성된 글을 읽어 보았기 때문에,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능과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죠. 세상에 '완성된 글'을 쓰는 작가는 한 명도 없습니다. 모두가 문장 하나로 시작하며, 그리고 다음 문장을 씁니다.
아파트를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한다면, 과연 누가 공사 현장에서 감히(?) 일을 시작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그저 벽돌 한 장을 나르고 모래 한 짐을 옮기는 것 뿐입니다. 그것이 시작이니까요.
글 쓰기가 부담스럽지요? 뒤에서부터 시작하니까 그렇습니다.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세상 어떤 글이든 시작은 고작 단어 하나일 뿐입니다. 글 쓰기가 막막하고 두렵다면 '벽돌' 한 장을 떠올리세요.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벽돌 한 장을 옮기는 것뿐입니다.
조급한 마음도 문제입니다. 초보 작가들이 저한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얼마나 걸려요?"입니다. 빨리 성과를 내고 싶다는 뜻이죠. 물론, 그 마음 누구보다 잘 압니다. 무슨 일이든 쉽고 빠르게 척척 끝내고 싶겠지요.
다시 아파트 떠올려 봅시다. 얼마나 걸릴까요?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어떤 건물을 짓든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충분한 시간과 공을 들여야 근사한 집 한 채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마음 급하다고 해서 공사 기간을 단축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네, 맞습니다. 무너집니다. 한방에 훅 갑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요.
하루만에 책쓰기, 일주일만에 책쓰기, 한 달만에 얼마 벌기...... 이런 광고가 판을 치는 세상인데요. 빨리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가짜 광고입니다. 절대로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과거 저는 그 빠르고 쉽다는 말에 속아 인생을 통째로 날렸습니다. 지름길은 없습니다. 괜한 기대나 팔랑귀 갖지 말고, 묵묵히 자신의 탑을 쌓아 올려야 합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기가 참 힘듭니다. 근사한 아파트를 바라보는 결과론적 생각도 바꾸기가 매우 어렵지요. 그럴 때는 오늘 하루의 성공에 초점을 맞추면 도움 됩니다. 목표를 세우는 것이죠. 한 편의 글쓰기, 다섯 페이지 책 읽기, 블로그 포스팅 발행하기...... 이런 것들을 목표로 세우고 매일 꾸준히 실천하면 결국은 완성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차근차근 진행해서 언제 성과를 내겠는가 싶지요? 작년 연말에 세운 계획 한 번 돌아보세요. 그때 세운 계획들, 만약 올 한 해 동안 차근차근 진행했더라면 지금쯤 어떤 성과가 완성되었을까요? 우리는 하루의 실천과 노력은 소홀히 여기고, 성과만 대단하게 보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멋지고 근사한 아파트라도, 결국은 벽돌 한 장, 모래 한 짐, 시멘트 한 포대로 시작했습니다. 일꾼들의 어깨와 발품으로 조금씩, 하나씩, 하루씩...... 그렇게 완성되는 것이죠.
천 원, 만 원 우습게 여기는 사람은 결코 큰돈을 모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과 지금을 소홀히 여기는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땅에다 두 발을 딱 딛고, 온힘을 다해 오늘을 살아내면, 결국은 자신이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