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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말고 글 쓰기, '낙서'의 중요성

글 쓰는 방법

by 글장이


잘 쓴 글을 보면 부럽습니다. 나도 이런 멋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몇 줄 쓰다 보면, 좀 전에 읽은 '잘 쓴 글'과 '내 글'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실망하고 좌절합니다.


'잘 쓴 글'과 '내 글' 사이 가장 큰 차이점은 '생각'입니다. 글은 생각을 받아적은 결과입니다. 생각이 반듯하고 독특하며 우수하면 글도 좋습니다. 생각이 엉켜 있거나 부정적이면 글도 형편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일까요? 지난 10년간 매일 닥치는 대로 글을 써 본 결과, 누가 뭐래도 '낙서'가 최고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낙서의 힘'에 한치의 의심도 없습니다.


첫째, 빈 종이에 마구 적는다.


좋은 생각이 좋은 글을 만든다고 해서 종일 생각만 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방법입니다. 좋은 생각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단어야말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최고의 도구지요.


빈 종이를 꺼내놓고 떠오르는 단어를 마구 적습니다. 혼자서 하는 브레인 스토밍이라 하지요.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단어 혹은 구절을 있는 그대로 적어 봅니다. 희안하게도, 빈 종이에 단어들이 하나씩 채워지는 순간 생각도 단어들의 뒤를 이어갑니다. 그러다 보면 어떤 내용의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오르게 됩니다.


낙서할 때 주의할 점은, 이 낙서를 어딘가에 어떻게 사용할 것이라는 전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목적을 갖고 하는 낙서는 인위적입니다. 그러면 생각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둘째, 독서 노트를 적습니다.


독서 노트를 낙서라고 표현하는 것에 반론을 펼치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허나,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낙서의 형태가 독서 노트라고 믿습니다.


책을 읽고 관련 내용을 적습니다. 기준이 있습니까? 형식이 있나요? 기준과 형식을 미리 정하고 그 틀에 맞춰 노트를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아무런 기준이나 형식 없이 그냥 읽은 책에 대해 마구 적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책 내용을 잘 정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머릿속 생각을 잘 정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독서 노트의 핵심은 줄거리 베껴 쓰는 게 아닙니다. 책 속 내용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요. 독서 노트도 효과적인 낙서임이 분명합니다.


셋째, 템플릿 스케치를 합니다.


한 편의 글을 쓸 때는 적절한 양식으로 구성해 둔 템플릿을 이용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템플릿 구성에다 바로 글을 쓰는 걸 볼 수 있는데요. 그렇게 하면 빈 종이에 바로 글을 쓰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템플릿이 다섯 개의 빈 칸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바로 글을 쓸 것이 아니라 빈 칸에 스케치부터 해야 합니다. 이것을 또 다른 낙서라 부르는 것이지요.


첫 단락에는 어떤 내용을 쓰고, 두 번째 단락에는 무엇을 쓰고, 세 번째 단락에는 어떤 예시를 들고...... 이런 식으로 한 편의 글을 몇 가지 내용으로 채울 것인가 미리 낙서를 해 두면, 글 쓰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블로그 포스팅을 예로 생각해 봅시다. 단편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서 바로 글을 쓰면, 아무래도 내용이 허술하거나 논점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옆에 빈 종이에다가 순서대로 어떤 내용을 포스팅할 것인가 낙서부터 하고, 그걸 보면서 글을 쓰면 훨씬 낫겠지요.


글 쓰기도 힘든데 언제 낙서까지 하면서 쓰느냐 불만의 목소리도 들리는 듯합니다. 30초면 됩니다. 1분이면 충분합니다. 낙서 먼저 하고 글을 써 보세요. 한 번만 해 보면, 낙서 먼저 하고 글 쓰는 것이 이래서 좋은 거구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준비하는 데 시간 너무 많이 씁니다. 생각하느라 애를 너무 많이 씁니다. 글 쓰는 사람은 손가락 움직이지 않으면 헛방입니다. 작은 수첩 하나 준비해서 종일 뭐라도 끄적거리다 보면,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머리보다 손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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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펼쳐 놓고 타닥타닥 글 쓰는 모습 보기 좋지요? 나도 그렇게 '작가처럼' 글 쓰고 싶다 생각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요. 글을 잘 쓰는 사람 대부분은 낙서부터 합니다. 뭐가 있으니까 그렇게 술술 잘 쓰는 것이지요.


낙서부터 하십시오. 부담도 없고, 누가 검사도 하지 않습니다. 낙서장만 모아도 콘텐츠 될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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