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괜찮고, 내일은 더 괜찮고
누군가가 제 강의를 들으러 왔습니다. 별 생각 없었지요. 이은대라는 사람, 뭐 별 것 있겠어? 이런 생각으로 강의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이럴 때 이 사람 입에서는 "이은대 대단하구나!"라는 말이 나올 겁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여기저기서 소문을 듣고 '이은대는 대단한 사람일 거야!'라고 생각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막상 강의를 들어 보니까 기대보다 별로인 거죠. 그럴 때 이 사람은 "이은대 별로네"라고 말할 겁니다.
저는 무엇이 달랐을까요? 네, 맞습니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습니다. 저는 그대로입니다. 늘 하던 대로 강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은 저를 대단하다고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저를 별로라고 합니다. 제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관점 차이인 것이죠. 대단하다는 말에 기고만장해서도 안 되고, 별로라는 말에 휘둘릴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제 모습 그대로 강의를 하면 됩니다.
관점은 자신에게도 적용됩니다. '나'라는 사람의 수준을 엄청나다고 느끼면, 실제로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현실의 내 모습에 좌절하고 실망하게 됩니다. 난 대체 왜 이럴까, 난 왜 이리 실수 투성이일까, 난 왜 이리 부족하고 모자랄까. 자책하고 스스로를 원망하면서 힘들고 고달픈 인생을 살게 됩니다.
반대로, 자신을 형편없게 여기는 경우는 어떨까요? 실제의 삶이 그나마 나으니까 괜찮을까요? 아닙니다.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과는 차이가 있지요. 자신을 모자란 인간으로 여기는 사람은 '기대'가 아니라 '불평과 불만'으로 일상을 살아가게 됩니다. 의기소침해지고 우울한 마음을 갖는 것이죠.
잘났나고 생각하면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좌절하고, 못났다고 생각하면 우울하고 자신감 없어서 계속 못난 인생을 살게 됩니다. 실제로 '나'는 잘났다 못났다 기준도 없고 따질 필요도 없습니다. 생긴대로 산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그저 나의 모습으로 살아갈 뿐입니다.
뭔가 좀 부족하고 모자라다 싶을 때는 배우고 공부해야겠구나 생각하면 됩니다. 일이 좀 잘 된다 싶을 때는 내가 이런 쪽으로 재주가 있구나 생각하고 더 열심히 일하면 그뿐이지요.
생각과 마음을 항상 자기쪽에 유리하도록 끌고 가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나'는 괴롭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존재로서 삶을 누리고 경험하기 위해 이 땅에 온 거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꾸만 스스로를 평가하고 분석하여 힘들게 만듭니다. 그것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말이죠. 아무런 의미도 없고 가치도 없는 생각 때문에 마음의 병을 얻는 겁니다.
나는 나의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타인은 타인의 모습대로 살아갑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조화로운 세상이 되는 것이고요. 길을 가다가 넘어지면, 내가 넘어졌구나 하고 다시 일어서면 그만이지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아이고, 내가 왜 또 넘어졌나. 난 왜 이리 바보 같은가'하며 자책합니다.
길을 가다 보면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넘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요. 마음을 조금만 자유롭게 갖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볼 수 있으면, 넘어지는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거든요.
앞으로 남은 삶에서 우리는 또 많이 넘어지고 다치고 깨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파하고 힘들어할 것이 아니라,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게 인생이니까요. 아울러, 옆에 넘어진 사람 손 잡아줄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다른 사람이 나에게 어떤 말을 하는가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과민하게 신경을 쓰며 살아가는 듯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또한, 자신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낮은 점수를 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는 게 좀 신나고 재미있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 인생이 엉망이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했을 테지요. 세상으로 다시 돌아와 보니, 나름 괜찮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타인이나 자신의 '평가'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잘하는 건 잘한다 해주고, 부족하고 모자란 게 있으면 배우면 됩니다. 나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고 고쳐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우리는 '고장난' 게 아니거든요.
지금도 괜찮습니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추구할 뿐입니다. 뜯어고치는 게 인생이 아니라, 확장이 인생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