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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 없다면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을 텐데

환경, 상황, 조건, 그리고

by 글장이


음악을 켜 놓고 글을 쓰지 못합니다. 집중해야 하는데, 음악을 틀어 놓으면 아무래도 신경이 다른 곳에 쓰이기 때문입니다. 소리에 민감합니다. 음악조차 켜 두지 못할 정도니까 다른 소음은 오죽하겠습니까. 식구들 대화하는 소리, 아파트 윗층 소음, 저 밖에서 들리는 공사현장 기계 소리...... 종일 온갖 소리가 주변에 가득합니다.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글 쓰는 데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우선 그 일부터 해결을 하고 난 후에 다시 책상 앞에 앉습니다. 그런데, 그 '해야 할 일'이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요. 하나 끝내면 다른 일 생기고, 또 하나 끝내면 다른 일 닥칩니다. 집중해서 글 쓰고 싶은데 자꾸만 '다른 일'이 생기는 것이죠.


사람이나 말도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한 마디가 거슬릴 때가 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에 대해 함부로 지껄이는 사람들. 분명히 내가 몇 번씩이나 강조했는데 엉뚱한 말로 받아치는 사람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사람들. 자신들은 별 것 아니라 여기지만, 그것이 내 가슴 속에 가시로 박혀 오랜 시간 속을 상하게 만듭니다. 이러니 글 쓰기에 집중할 수가 없지요.


소음, 일, 사람, 말...... 뭐 이것 뿐이겠습니까. 차분하게 앉아 집중해서 글을 쓰려고 하지만, 세상은 늘 나의 글 쓰기를 방해합니다. 쓰지 못하는 이유를 200가지는 댈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글을 쓰지 않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늘 당당할 수 있는 것이죠.


시끄러운 소리만 없다면, 글을 잘 쓸 수 있을 겁니다. 다른 해야 할 일들이 없다면, 글 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을 테지요. 삐딱한 사람, 그들이 내뱉는 허튼 말만 없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글을 잘 쓸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자,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졌습니다. 우선, 세상을 조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소리를 잠재우는 것이죠. 다음으로는 일을 모조리 때려치워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오직 글만 써야 합니다. 끝으로, 사람들을 아예 만나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의 입에서 아무 말도 나오지 못하도록 입을 봉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는 모두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궁극의 고요! 오직 글만 쓰는 인생! 사람과 말로부터 자유로운 삶! 지금까지 7년 동안 함께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한 사람 중에 이와 같은 환경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세계적인 거장 중에서도 그런 사람 없었고요.


누구나 소음 속에서 글을 씁니다. 다들 각자의 할 일을 다 하면서 글을 씁니다. 사람을 만나고, 허튼 소리 들어가며, 그럼에도 글을 썼지요. 글 쓰는 사람은 누구나 이런 상황에서, 번잡한 환경에서, 마땅찮은 조건에서 글을 씁니다.


글 쓴다고 제주도 호텔 방 잡은 사람, 결국은 다 못 쓰고 나왔습니다. 글 쓴다고 회사 때려치운 사람, 회사 다닐 때보다 진도가 더 느립니다. 사람 때문에 글 쓰기 힘들다는 사람, 그 사람 입에서 다른 사람 험담 더 많이 나옵니다. 험담하느라 글 쓸 시간조차 없어 보일 지경입니다.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 과연 소음과 일과 사람과 말 때문일까요?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200가지가 넘지만, 단 하나의 행동으로 200가지 이유를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글을 쓰는 겁니다.


쓰지 않는 사람에게 왜 쓰지 않느냐고 이유를 물어 보면, 사람마다 그 대답이 천태만상입니다. 그런데, 글을 쓰는 사람한테 방법을 물어 보면, 대답은 늘 한결 같습니다. "그냥 쓰는 거지요."


글쓰기 뿐만 아닙니다. 환경과 상황과 조건은 언제나 인생과 함께 합니다. 가장 좋은 핑계와 변명이 되기도 하고, 도전과 극복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이유로 쓰지 못했다는 말을 들으면, 안쓰럽다는 생각 별로 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고야 말았다는 말을 들으면, 와우! 대단하고 멋지게 여겨집니다.


결국 문제는 환경이나 상황이나 조건이 아니라 자신의 태도란 뜻이지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존재가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사람입니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이죠. 지혜롭고 현명한 태도입니다.


세상 소음을 차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던 일을 몽땅 때려치울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다 없애버릴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한 줄의 글을 쓰는 것입니다.


세상은 그냥 돌아가게 둡니다.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세상은 그저 세상의 모습대로 돌아갈 테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도 그렇게 합시다. 세상이 아무리 방해를 해도 그저 우리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것이죠. 세상으로부터 영향 받지 말고, 내가 쓰는 글이 세상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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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싸우고,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그리고 다음을 향해 다시 나아가는...... 글 쓰는 작가나 축구 선수나 공부하는 학생이나 다를 바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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