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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법칙

인생 법칙과 똑같다

by 글장이


집에만 있으니 답답했던 모양입니다. 어디 나가고 싶다고, 아들이 툴툴거립니다. 어딜 가고 싶냐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딱히 가고 싶은 곳은 없다고 합니다. 아직 젊으니까 그저 피가 끓는 모양입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결국 집에 그냥 있기로 했습니다.


크리스마스인데도 아무 특별한 것 없이 집에만 있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법칙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네 가지로 정리해 봅니다.


첫째, 목적지가 명확해야 합니다. 어딜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 분명해야지요. 갈 곳이 분명했다면 어떻게든 데리고 나갔을 겁니다. 혼자 갈 수도 있고요. 어쨌든 목적지가 없으니 시작도 못했던 것이지요.


둘째, 절실해야 합니다. 아들은 이번 대학 수시 모집에 합격했습니다. 그것도 본인이 원하는 곳에요. 지금은 세상 부러울 게 없고, 더 바랄 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마음이 풍요롭고 편안하니 나가도 그만이고 안 나가도 그만입니다. 크리스마스든 뭐든 그저 행복할 따름이라 어딜 나가지 못해도 아쉬울 게 하나도 없다는 뜻입니다.


셋째, 시간을 관리해야 합니다. 아니, 자신을 관리해야 합니다. 실컷 늦잠 자고 일어나서 오후에 어디 나가자고 하면 막막합니다. 게다가, 아내는 밤에 『재벌집 막내아들』마지막회를 봐야 합니다. 아들과 함께 외출을 하더라도 금세 돌아와야 하니 나갈 맛이 나지 않는 것이지요. 외출해서 놀 생각이었다면 일찍 일어나 서둘러야 했습니다.


넷째, 환경도 어느 정도 문제가 됩니다. 춥습니다. 목적지도 없이 나가서 길거리를 방황하기에는 날씨가 만만치 않습니다. 환경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방해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크리스마스에 아들이 외출하지 못한 이유를 정리하다 보니, 어쩜 이리도 인생과 딱 맞아 떨어지는지 놀랄 정도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도 위 네 가지 요소를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첫째, 목표를 선명하게 정해야 하고요. 둘째, 절실함과 필요성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셋째, 시간 또는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끝으로,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그래서 '법칙'이라 부르는가 봅니다. 성공학이나 자기계발서를 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데요. 이미 성공을 경험한 이들의 입에서 같은 내용이 되풀이되어 나온다면, 그것을 정리하여 스스로 적용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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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고 있나 싶어서 아들 방에 살짝 들렀더니, 책상 앞에 앉아 삶은 계란과 간식을 먹으며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 신나게 하고 있습니다. 나갈래? 물었더니 고개를 세차게 흔듭니다. 그냥 따뜻한 방에 앉아 친구들과 게임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러라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놀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시험이 아니라 인생을 준비해야 할 테니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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