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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처럼, 그리고 잡초처럼

마음 편안한 인생

by 글장이


아들 방에 전기 장판이 고장났습니다. 2년 정도 사용했는데, 어딘가 합선이 되었는지 조그맣게 타서 구멍이 뚫렸네요. 당연히 작동은 멈췄고요. 한겨울이라 당장 새로 사야 했지요.


대구 유통단지에 가서 침대용 전기장판 한 장을 샀습니다. 이번에는 제법 좋은 걸로, 돈을 좀 썼습니다. 주인장이 말하더군요. 싸구려 사서 2년 썼으면 많이 쓴 거라고요. 메이커 있는 것으로 사서 AS 받으면서 오래 쓰라고 합니다.


집으로 가져와서 기존에 쓰던 걸 버리고 새로 쫘악 깔았습니다. 선 연결하고 작동시키니까 금세 뜨끈해집니다. 이불 덮고 누우니 잠이 솔솔 오네요. 아들도 만족해 합니다.


무엇이든 각각의 수명이 정해져 있나 봅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고, 컴퓨터도 그렇지요. 처음엔 제법 오래 쓸 것 같지만, 막상 사용해 보면 어느 정도 기한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정성스럽게 다루고 애지중지하면 수명을 다소 연장할 수는 있겠지만, 세상에 영원한 건 없으니까요.


사람도 다르지 않습니다. 누구나 결국엔 죽음을 맞이합니다. 끝이 있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우리네 일상을 들여다보면,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구는 때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먼저, 시간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지요. 하루, 오늘, 지금...... 죽음을 생각하면 이 모든 순간이 더 없이 소중하고 아쉬운 때입니다. 주어진 모든 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별 것도 아닌 일로 마음 다치고 상처입고 아웅다웅 다투며 살아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정해진 시간을 사는 만큼, 짧은 인연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할 텐데 말이죠.


언제부턴가 두 가지 생각을 하면서 살게 되었습니다. 태양처럼. 그리고 잡초처럼. 덕분에 저는 예전보다 마음 편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물론, 욱할 때도 많지만 오래 가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 편안한 삶이 최고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태양처럼, 모조리 다 주는 겁니다. 다 줘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태양이니까요. 빛과 열을 나눠준다고 해서 내가 가진 빛과 열이 줄어드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니 주는 만큼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예외도 있습니다. 아직은 제가 수행이 덜 되었는지, 싸가지 없이 구는 사람한테까지 나눌 마음은 없습니다. 예의가 없거나 경우가 없거나 염치 없는 사람들한테는 철저하게 선을 긋습니다. 나눔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만 챙겨도 인생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잡초처럼 그냥 살아갑니다. 저도 한때는 목표와 계획 철저히 세우고, 악착같이 살았습니다. 지금도 목표와 계획을 세우기는 합니다만,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나 자신을 힘들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길가에 핀 잡초도 편안하게 살아가는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이 허구헌날 속상해가며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태양과 잡초. 전혀 다른 두 가지 마음으로 균형을 잡습니다. 속 좁은 생각이 들 때는 태양이 되고, 스트레스 심할 땐 잡초가 됩니다. 반드시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남은 인생. 아무리 길어 봐야 아침밥 15,000번 정도 먹으면 제 인생도 끝이 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적으니까 인생 참 허무하다 싶지요. 이왕이면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 행복한 것이 좋겠습니다. 사람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이 후회라고 합니다. 조금씩 그 후회를 줄여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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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실에 2천 원을 내고 고장난 전기 장판을 한 쪽에 버렸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삶을 마치고 추운 날씨에 폐기된 전기 장판. 내 삶이 끝나는 순간은 적어도 조금은 더 아름답기를 바라 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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