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에 충실해야
책 표지는 중요합니다. 독자가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 표지이고, 책 내용의 상징성도 표지에 담기기 때문입니다. 표지가 참한 책은 손이 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 외면하게 되는 때도 많습니다.
작가가 책을 출간할 때 표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초보 작가의 경우 자신의 첫 책에 세상에 나오는데 이왕이면 예쁜 표지로 포장되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마음일 테지요.
그럼에도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누구나 아는 내용이지만 대충 뭉개고 넘어가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표지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표지에 신경 쓸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오타 하나라도 더 잡는 것이 독자를 향한 예의입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면, "그래도 표지를 무시할 순 없잔아요!"라며 반문을 하겠지요. 저는 지금 표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표지보다 더 중요한 것부터 먼저 챙기자는 이야기입니다.
초고를 집필하고 퇴고를 진행합니다. 사람에 따라 꽤 오래 걸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초고 집필과 퇴고 작업을 할 때는,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정성과 집중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 미루고, 하기 싫고, 억지로 하고, 대충 하고...... 이랬던 사람이 표지 선정할 때는 마치 생사가 걸린 듯 달려듭니다.
쓰고 싶지 않은 표현이지만, "돼지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말이 있지요. 알맹이는 없는데 겉만 번지르르한 상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어울리지 않는 사치와 허영을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시중 서점에 가 보면, 표지는 근사하고 멋진데 내용은 그야말로 엉망인 책들이 있습니다. 다른 책보다 더 큰 실망을 하게 됩니다.
초고 집필과 퇴고 작업에 최선을 다한 사람이 표지에도 신경을 쓰는 법이지요. 글은 대충 쓰고 표지만 예쁘게 하겠다는 생각은 실력은 갖추지 않은 채 겉모습만 번지르르 광택을 내겠다는 태도와 다를 바 하나도 없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쉽게 합니다. 최선을 다해 썼으니 표지에 신경을 쓰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니냐는 뜻이지요. 안타깝습니다. 더 잘 쓸 수 없었을까요? 더 노력할 수 없었을까요? 더 공부하면서 쓸 수는 없었던 걸까요? '최선'이라는 말이 이토록 흔해빠진 세상이라면, 이제 '최선'도 믿을 만한 말이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시대를 아울러 독자 마음을 휘어잡는 책 중에는 표지가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야말로 내용으로 승부를 건 작가들의 책이죠. 물론, 우리 같은 초보 작가가 표지를 극복할 만큼 책 내용을 훌륭하게 쓴다는 것은 다소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표지도 예쁘게 만듭시다. 대신, 표지에 밀리지 않을 만큼 내용에도 최선을 다 합시다. 겉과 속이 일치해야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책만 갖고 얘기하자면, 집필은 과정이고 표지는 결과물입니다. 과정은 소홀히 하고 최종 결과에만 신경을 쓴다면, 세상 어떤 독자가 그 작가를 믿고 좋아하겠습니까. 독자가 옆에서 지켜본다고 상상해야 합니다. 글 쓰고 고치는 작업도 다 지켜보고, 표지를 고르는 과정도 다 지켜보는 것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독자 앞에 떳떳할 수 있다면, 예쁜 표지 고르느라 애쓰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덧붙이자면, 책 표지 가지고 안달했던 작가들, 출간 이후 약 한 달 정도만 반짝 하고는 그 다음부터는 자기 책에 애착도 별로 갖지 않습니다. 내용이 부실하니 독자 앞에 당당하기 힘들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책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로 줄이는 것이죠.
초고 집필과 퇴고 과정에서 혼을 쏟아부은 작가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자기 책을 안고 잡니다. 분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소중하고 예쁘지요. 그래서 또 다음 책도 쓰고 싶어집니다.
표지 신경쓰지 말고 집필에 몰두하라! 이 말을 하기가 참 힘듭니다. 다들 최선을 다했다고 하고, 다들 표지도 중요하지 않냐고 우기기 때문입니다. 말 자체가 아무리 그럴 듯해도 진실은 절대 감출 수 없습니다.
표지 예쁘게 내고 싶은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 전에, 자신이 쓰는 글에 온 정성을 쏟아붓는 것이 먼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요? 네, 맞습니다. 단순한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면, 글쎄요, 표지에 그렇게까지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제목 때문에 안 팔렸다는 말,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지 때문에 안 팔렸다는 말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독자는 표지가 아니라 책 내용으로 판단합니다. 표지가 예쁜 책은 독자도 좋아하겠지만, 표지만 예쁜 책은 독자도 외면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겉모습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실력도 없고 공부도 하지 않고 실속도 없는 사람이 예쁜 옷만 입고 다닌다고 해서 삶이 좋아지는 일은 없습니다.
포장지는 내용물의 가치와 의미를 전달할 정도만 되면 충분합니다. 다 훌륭하면 더 없이 좋겠지만,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표지보다 내용을 선택하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