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행복할 수 있기를
과거 저는 매 순간 열심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살수록 점점 더 힘들기만 했습니다. 처음엔 그런 삶의 무게가 시간이 지날수록 가벼워질 거라고 믿었지요. 회사 생활을 약 10년간 했었는데요. 글쎄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인생은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저 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고생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삶이 당연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지요. 원래 인생이란 어렵고 힘든 것이고,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으니 꾹 참고 계속 일하다 보면 좋은 날 오겠지 생각했습니다.
몸과 마음은 지쳐 가는데 수중에 돈은 별로 없었습니다. 대기업에 다녔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보다는 몇 푼 더 벌었지만, 한 달 생활비와 고정 지출 빼고 나면 역시나 카드 하나 믿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는 게 하나도 재미없고, 대체 무엇 때문에 이 고생을 해야 하나 회의만 가득했습니다.
제가 바라는 건 딱 한 가지였습니다. 마음이 좀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죠. 돈 욕심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몸 피곤한 것도 참고 견딜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마음 불편한 것은 도무지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매일 걱정했습니다. 매일 스트레스 받았고, 매일 근심 속에 살았습니다. 불안하고 초조했습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남들은 환하게 웃으며 사는 것 같은데 맨날 저만 죽을 지경인 것 같았습니다. 뭔가 정답이 있는데, 저는 그걸 모른 채 살아가는 듯했지요.
당시에는 사업에 실패하기도 전이었거든요. 엄밀히 말하자면 불행할 이유도 없었던 때입니다. 그럼에도 매일이 시련의 연속인 것처럼, 하루하루 한숨만 내쉬며 살았습니다.
출근길에는 버스 안에서 이어폰을 귀에 꼽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눈을 붙였습니다. 길을 걸을 땐 늘 업무상 통화를 했고요. 출근하면 서류 더미에 파묻혀 살았고, 퇴근길엔 술에 취해 비틀거렸습니다.
왼쪽 가슴에 회사 뱃지를 달고 살았는데요. 주변 사람들은 저를 볼 때마다 대단하다 멋지다는 말을 했습니다. 실체는 모른 채 뱃지만 보고 하는 소리였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쓴맛을 삼켜야 했습니다.
큰 실패를 겪고, 1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다 보니, 이제야 그 시절 불행의 원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매 순간 '다른 세상'에서 살았던 겁니다.
출근길엔 버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길을 걸을 땐 길거리 풍경과 사람들 모습에 주목했어야 합니다. 출근해서 일할 땐 빡세게 하는 게 맞았지만, 퇴근 후엔 충분한 자유를 누려야 했던 것이죠.
그 시간엔 그 시간을 누려야 합니다. 그 자리에선 그 자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오직 그것만이 우리가 말하는 인생입니다.
저는 지금 아들이 어렸을 적에 쓰던 아동용 테이블에 맥북을 올려놓은 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 서 있는 저는 온전히 블로거입니다.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잠을 잡니다. 그 순간 저는 온전히 '잠자는 존재'인 것이죠. 강의할 땐 강사가 됩니다. 책 읽을 땐 독서하는 사람이 되고요. 책을 집필할 땐 작가가 됩니다. 아버지 어머니와 대화할 땐 온전히 아들이 되고, 아들과 이야기할 땐 온전히 아빠가 됩니다. 지금 여기, 그 사람이 바로 저의 정체성입니다.
카페에서 친구와 마주앉아도 서로 스마트폰 보기 바쁩니다. 술자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에서 무얼 하든 그놈의 스마트폰 때문에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회사에 출근하면 집 생각을 하고, 퇴근하면 회사 업무 생각을 합니다. 공부하면 놀고 싶고, 실컷 놀다 보면 공부 걱정을 하지요. 아침 먹을 땐 점심 반찬 걱정을 하고, 아이들 유치원 보낸 후엔 다시 아이들 집으로 돌아올 걱정을 합니다.
생각이 늘 '지금,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우리 일상을 보면 생각이 늘 '딴 곳'에 가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몸은 현재에 있는데 생각은 과거나 미래에 가 있으니 온전히 '지금'을 누릴 수가 없는 것이죠.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제가 매 순간 힘들기만 했던 이유입니다.
생각도 습관입니다. 그래서 처음 시도할 땐 어색하고 힘들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익숙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새 사는 것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란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명상을 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습니다. 고요히 앉아서 차분하게 호흡하며 '걱정하는' 명상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는 '나'를 느끼는 시간이지요. 성공한 사람 대부분이 명상을 즐긴다고 합니다. '지금'에 집중하고 몰입하니까 당연히 일도 사람 관계도 술술 풀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일단 생각을 멈춰야 하고요. 다음으로 내가 지금 어디에서 어떤 존재로 서 있는가 확인해야 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존재 가치를 떠올린 후, 그 일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이죠. 자신을 고정적인 존재로 여기지 말고, 매 순간 흐르고 변화하는 물처럼 인식해야 합니다. 얼마나 자유로운지 말도 못 합니다.
세상살이 팍팍합니다. 뜻대로 되는 일도 잘 없지요. 노력하는 만큼 성과도 나오지 않고, 삶의 여유를 갖기도 힘듭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습니다. 지금 여기 온전히 존재하는 것만으로 살아낼 만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한 번 시도해 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