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행복한 인생
글 쓰는 사람은 자신에게 솔직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솔직하면 더 잘 쓸 수 있습니다. ‘지어낸 이야기’는 쓰기 힘듭니다. 금방 막힙니다. 작심하고 거짓으로 쓰겠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인생에 약간의 꾸밈과 과장을 하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있는 그대로 쓰면 술술 써 나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솔직함이 어떻게 비춰질까 하는 두려움이죠. 사람들이 욕하진 않을까? 손가락질하지는 않을까? 비웃으면 어쩌나. 이런 생각들 때문에 솔직해지기가 어려운 겁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아니면서도 솔직하게 쓰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입니다. 쓰지 않는 이유에서부터 솔직하지 못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첫째, 시간이 없어서 쓸 수 없었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정말로 시간이 없었을까요? 혹시, 어떻게든 시간을 낼 수 있지는 않았을까요? 우리에겐 시간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시간 절반만 쪼개도 몇 줄 쓸 수 있습니다. 두 번 말할 필요도 없는 얘기입니다.
둘째, 베스트셀러를 쓸 만한 자신이 없어서 쓸 수가 없다고 합니다. 1등 할 자신도 없으면서 무려 12년씩이나 학교를 다녔습니다. 왜 이제 와서, 굳이 글쓰기에만, 1등의 강박을 덧씌우려 하는 것인지 납득하기 힘듭니다.
셋째,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 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1년도 아니고 2년도 아니고, 적어도 20년이상 살아온 인생일 텐데, 쓸 게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런 경우에는 쓸 게 없는 것이 아니라, 쓸 거리가 너무 많아 고민이란 뜻이겠지요. 어떤 내용이라도 좋으니까 일단 써야 합니다. 쓰기 시작하면, 무엇이 자신에게 더 중요한 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입으로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마음은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 진실을 마주하기가 두려운 것이죠. 전부 다 포장입니다. 화장입니다. 겉치레에 불과합니다. 싹 다 걷어내야 합니다. 홀딱 벗고 세상 앞에 서면, 처음에는 부끄럽기도 하고 모멸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됩니다. 세상은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솔직해지면, 세상 가벼운 인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솔직해지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 눈치 따위는 전혀 볼 필요가 없습니다. 내 이야기를 꺼낼 때는 남들이 흉을 볼 것 같지만, 사실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을 품고 살아가거든요. 그들은 더 잘 감추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의 삶은 더 무거울 겁니다. 초점을 그들의 시선에 둘 게 아니라, 나 자신의 삶에 두어야 합니다.
처음 글을 쓰면, 나름 솔직하게 쓴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분장을 하게 될 겁니다. 솔직함에 익숙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자신의 생각, 성격, 과거, 가치관, 철학, 좋아하는 일, 싫어하는 사람 등 모조리 한 번 적어 보는 겁니다. 그렇게 매일 꾸준히 쓰다 보면 서서히 자신의 실체와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지요. 장님이 눈을 뜨는 것처럼 세상이 번쩍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일기를 쓰는 겁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조차 꾸며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첫 단계는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가 슬슬 감정을 쓰게 될 겁니다. 화가 난다, 속상하다, 짜증난다,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나…… 감정을 쓰는 단계를 지나고 나면 조금씩 솔직해집니다. 자신의 못난 구석도 쓰게 되고, 인생에 대한 생각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는 일기를 신이 내린 축복이라 부릅니다. ‘모닝 저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365일 일기장을 채우고 있습니다. 매일 똑같은 분량의 양의 글을 씁니다. 단 하루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이미 매일 쓰고 있으면서도, 2023년 목표를 ‘일기 쓰기’ 하나만 딱 잡았습니다. 그거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일기를 쓰면 좋겠습니다. 형식과 방법 아무 상관없습니다. 적어도 일기를 쓰는 동안에는 자신과 삶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고요. 그런 사고의 사간을 거듭하면 성장하고 확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그래서 자신을 제대로 알게 되면 겁날 것이 없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기준에 억지로 맞출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확연한 나의 모습이 있으니 그대로 살아가면 그뿐이지요. 아울러, 다른 사람의 인생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됩니다. 억지로 꾸미거나 바꿀 필요가 없으니 이보다 가볍고 행복한 인생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