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써야 하는가
첫째, 독자가 내 글을 끝까지 읽을 거라는 착각입니다. 이름도 얼굴도 없는 무명 작가의 글을 독자가 과연 끝까지 정성들여 읽을까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작가가 해야 할 일은, 독자가 알아서 끝까지 읽을 거란 착각을 지우고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재미와 공감과 감동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둘째, 독자가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거라는 착각입니다. 사람은 자기한테 득이 되는 일 외에는 관심 없습니다.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자기 멋에 취해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독자와 대화하듯 그들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입니다.
셋째, 나의 이야기를 읽은 독자가 이해하고 공감해 줄 거라는 착각입니다. 공부하면서 써야 합니다! 글 쓰는 일은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그냥 손 가는 대로 마구 쓴다고 해서 독자들이 알아서 공감해 줄 거라는 생각은 엄청난 착각입니다. 고집 부리지 말고, 성실하고 치열하게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그렇게 써야 합니다.
‘자기 스타일’이란 말이 있습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대부분의 초보 작가에게는 아직 ‘자기 스타일’이란 것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겸손하고 성장하는 작가가 될 것이고요. 끝까지 고집 부리면 실력도 늘지 않고 독자들한테 외면 받기만 하는 작가가 될 겁니다.
독자, 무섭습니다. 단, 작가가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정성 다해 글을 쓰기만 하면, 독자 만큼 큰 힘이 되는 존재도 없습니다.
작가가 아무리 독자를 위해 좋은 글을 쓴다 해도, 독자가 그 글에 관심이 없거나 아예 읽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겠지요. 스토리, 재미, 공감, 감동 등의 요소를 적절히 섞어 독자로 하여금 읽고 싶게 만들고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책무라는 뜻입니다.
특히, 초보 작가들은 독자보다 작가 본인의 마음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에만 몰입하다 보면 자기 위주의 글만 쓰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서른 초반의 남자 수강생이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며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읽어 보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얘기뿐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어린 시절부터 고생 많이 했고 지금은 나름 성공했다, 본인 잘났다,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독자들이 제 삶을 궁금해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썼습니다."라는 거지요.
독자가 그 작가의 삶을 궁금해 할까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자신은 남의 삶에 관심조차 없으면서, 왜 독자들은 자신의 삶을 궁금해 할 거라고 여기는 것일까요? 자신에게만 취해 있어서 그렇습니다. 자기 중심적이고, 자아도취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를 위해 써야 합니다. 이것이 작가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으면 일기가 되고요. 독자 눈치만 보면 공자님 말씀이 됩니다. 두 가지가 곁들여져 중심을 딱 잡아야 좋은 글이 되겠지요.
설 명절에 온가족 둘러앉아 윷놀이를 했다고 칩시다. 그냥 윷놀이 재미있었다고만 쓰면 일기가 된다고 했지요. 규칙을 지키며 화기애애하게 서로 잘 놀아야 한다고 쓰면 공자님 말씀이 됩니다.
"앞서 나아갈 때도 있고, 돌아갈 때도 있고, 모든 걸 포기해야 하는 순간도 있고, 함께 가게 될 때도 있고, 뒤로 한 발 물러나야 할 때도 있다. 윷판은 우리 인생과 닮았다."
'나의 경험'에다가 어떤 가치 또는 의미를 담아 '메시지'로 전환하면, 비로소 독자는 밑줄을 긋습니다. 보고 듣는 모든 것이 글감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이런 측면에서 하는 말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상이라도 거기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메시지가 되고, 독자를 위한 메시지를 정리할 수만 있으면 얼마든지 참한 글을 쓸 수가 있는 것이죠.
글만 쓴다고 해서 무조건 독자가 읽는 게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세상 모든 작가가 베스트셀러를 썼겠지요.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머릿속에 오직 독자만 있어야 합니다. 작가의 존재 이유는 독자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