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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모두 퇴고에서 완성되었다

초고, 퇴고, 그리고 탈고

by 글장이


일곱 권의 개인 저서를 출간했습니다. 다시 펼쳐 읽어 보면 얼굴이 달아오르는 부분도 있고 제법 잘 썼다 싶은 곳도 있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싹 다 마음에 드는, 그런 책을 쓰는 작가도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스스로 만족스러운 부분을 몇 군데 찾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한 일이지요. 이 또한 건방진 얘기일 수도 있을 겁니다.


책으로 출간하기 전, 그러니까 제가 맨 처음 썼던 초고도 일곱 편 모두 보관하고 있습니다. 수정 작업을 하나도 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원고. 저는 이 초고를 읽는 걸 좋아합니다. 제대로 엉망이거든요. 누가 볼까 겁부터 납니다. 하지만, 제가 작가로서 책을 출간한 것은 결국 일곱 편이 초고 덕분입니다.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는 몇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먼저, 주제를 정하고 제목과 목차를 짜는 '기획'을 해야 하고요. 그런 다음 초고를 씁니다. 초고가 완성되고 나면 수정하고 보완하는 퇴고를 하게 되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보통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합니다. 그런 다음 출판사에 넘기고, 이후에도 다듬는 작업을 몇 차례 더 한 후에 책이 출간됩니다.


초고가 그대로 책으로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질문이 잘못 되었네요. 이런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독자를 우롱하고 무시하는 처사지요. 자동차를 만들면서 시험 운전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채 소비자한테 판매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그렇다면, 퇴고는 완벽하게 해야 하는 걸까요? 물론, 완벽하게 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제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아무리 집중하고 정성 쏟아도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이 있었습니다. 퇴고는 '완성'하는 게 아니라 '중단'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최선을 다하되, 완벽주의는 내려놓아야 합니다. 부족하지만 자기 수준에서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고, 더 실력 쌓아서 다음 책을 쓰는 것이죠.


출간한 책을 읽어 보면 마음에 드는 부분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에 드는 부분들은 하나 같이 퇴고할 때 추가하거나 수정한 내용들입니다. 열심히 초고를 쓰지만, 결국 독자에게 전할 가장 중요한 내용들은 퇴고 작업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사실은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첫째, 초고가 없으면 결코 제대로 된 핵심 내용을 담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마음에 드는 부분이 퇴고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은, 초고가 없었다면 아예 시도조차 못 한다는 뜻이지요.


또 한 가지는, 초고를 쓸 때 어깨에 힘을 많이 줄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수정하면 됩니다. 고치고 다듬는 과정에서 훌륭한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옵니다. 초고는 중요하지만, 초고에서 힘을 다 빼면 퇴고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글 잘 쓰는 사람은 빨리 쓰고 오래 고칩니다. 글 못 쓰는 사람은 오래 쓰고 안 고치려 합니다. 초고와 퇴고,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과정이 없습니다. 각 단계마다 요령 있게 작업해야겠지요.


초고와 퇴고는 비단 글쓰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2016년 5월에 강의를 처음 시작했는데요. 그때 저의 강의 내용이나 자료를 지금의 그것들과 비교해 보면, 부족하고 모자란 점이 많이 보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강의를 준비하려 했더라면, 아마 아직도 강의를 하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7년 세월 동안 수도 없이 시행착오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고요.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다듬어진 강의를 만나게 될 거라 확신합니다.


일단 시작합니다. 그리고 계속합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공부를 병행해야 합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변화와 성장을 이룰 수 없습니다. 앵무새처럼 똑같은 내용만 되풀이하는 강사를 신뢰하는 청중은 없겠지요.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수도 없는 퇴고 과정을 거쳐야만 더 나은 강의를 할 수가 있는 겁니다.


인생도 똑같습니다. 처음부터 준비하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들 인생 초고부터 시작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하나씩 배우고 적용하며 퇴고를 진행하는 것이죠. 때로 잘못 쓸 수도 있고, 오타가 나올 수도 있고, 구성과 맥락이 엉성할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초고니까요. 하나씩 수정하고 보완하면 됩니다. 모든 일에는 퇴고 과정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초고를 씁니다. 그리고 퇴고를 합니다. 기회는 항상 있습니다. 무엇이든 해 봐야 하고, 실수와 실패도 경험해야 합니다. 그래야 무엇이 옳은 지 알게 될 테고, 많이 알아야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을 테지요.


혹시 지금 흔들린다면, 인생 초고를 쓰는 중이라 생각하고 마음 편히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퇴고하면 됩니다. 고치고 다듬어 더 나은 인생으로 만들면 됩니다.


혹시 지금 모든 게 잘 된다 기고만장하고 있다면, 아직 퇴고를 끝내지 않았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완성은 없습니다. 완벽도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고 익혀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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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분들에게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지우고 버리고 없애고 다시 쓰기를 주저하지 마세요. 글 쓰는 사람이 글 많이 쓰고 다시 쓰기를 싫어하면 어쩝니까. 언제든 지금 쓰는 글을 죄다 버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써야 합니다. 버려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더 잘 쓸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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