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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썼다면 그것으로 됐다

어떤 삶이든, 좋다

by 글장이


좋은 일이 생기면 기뻤습니다. 나쁜 일이 생기면 괴로웠습니다. 좋은 사람 만나면 즐거웠고, 싫은 사람 만나면 짜증났습니다. 좋은 곳에 가면 행복했고, 별로인 곳에 가면 우울했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글을 쓰고 난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좋아 봤자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괴롭고 힘든 시간 때문에 스트레스만 받았습니다. 나한테 어떤 일이 생기는가가 중대한 관건이었죠. 그래서 좋은 일이 생기길 기대하며 살았습니다. 실제로는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훨씬 많이 생겼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인가도 중요했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사람을 만나길 기대했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훨씬 더 많이 만나야 했습니다.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이것은 온전히 내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나름 노력하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때가 많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인가. 내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좋은 사람만 만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은 결코 수월하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에 기대를 걸고 살아가는 셈입니다. 그러니 실망하고 상처입을 때가 많은 것이지요.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것으로 됐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간접적인 '배움'을 택합니다. 무조건 도움됩니다. 어느 곳을 가든 '가치'를 재해석합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내게 도움이 된다고 믿고 살아가는 것이죠.


제주도 여행 갔습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행복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왔더니, 하루도 빠짐없이 강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또한 행복했습니다.


밤 늦게 집에 돌아왔더니 현관에 신발이 어지럽게 놓여 있습니다. 다른 식구들 운동화는 가지런한데, 어머니의 그것만 삐딱합니다. 어머니의 다리만 삐딱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발만 삐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운동화를 가지런히 놓으면서, 어머니 발이 가지런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말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상담 전화가 옵니다. 때로는 스트레스 받기도 하지만, 맨 처음 제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얼마나 답답했는지 돌이켜 봅니다. 저의 한 마디로 힘을 얻는 그들을 생각하면, 이 또한 제게 의미 있는 주말이지요.


무슨 일이 생기든 상관없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좋습니다. 어디를 가든 행복합니다. 폭탄이 떨어져도 저는 그 폭탄을 글로 쓸 자신이 있습니다. 글쓰기는 저 자신을 지키는 최종 병기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평소에 책을 읽습니다. 꾸준한 독서는 마르지 않는 글감의 샘입니다. 어떤 책을 읽든, 그 안에다 제 경험을 투영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책을 읽기만 하면 계속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오늘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 어디로 가게 되는가. 이 모든 것들에 집착할 필요 없고 연연하지도 않습니다. 몇 줄이라도 읽고 썼으면, 그것으로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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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싶은 사람 있다면, 꼭 글 한 번 써 보길 권합니다. 글쓰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견딜 만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힘 얻어서 다시 살아내면 되지요. 그렇게 다시 살아가게 된 이야기, 나중에 책도 내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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