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편한 게 최고다
터무니없는 금액을 아무렇지도 않게 빌렸습니다. 대출을 받을 때는 내게 갚을 능력이 있는 지 심사숙고하고, 상환 계획도 차근차근 세운 후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당연한 얘기죠. 그런데 이 당연한 과정을 저는 깡그리 무시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마음이 불안하고 급했기 때문입니다.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도록 사고를 마비시킵니다.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더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의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지요.
돌이켜보면, 저의 실패 원인은 너무나 뻔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짓을 태연하게 저질렀던 탓이죠. 저도 나름 정규교육 받았고, 멀쩡하게 직장 생활 잘했습니다. 똑똑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요. 그런데 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짓을 저질렀는가. 결국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럴 때마다 메모를 하고 일기를 씁니다. 틈날 때마다 메모와 일기장을 펼쳐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이것을 단상으로 글을 씁니다. 8년째 매일 블로그 포스팅을 발행하고 있으며, 일곱 권의 책을 냈습니다. 모두가 독서에서 비롯된 결과물입니다.
그런데요. 어떤 이유로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할 때는, 아무리 책을 읽어도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책이 별로인가 싶어 다른 책을 펼쳐 읽기도 하지만, 결과는 똑같습니다. 마음에 파도가 출렁이고 있으니 집중을 할 수도 없고, 그러니 차분하게 생각하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죠.
글은 빨리 써야 하고, 책에서는 아무런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더 착잡해집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될수록 점점 '하기 싫다'는 생각만 듭니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감옥에 있을 때 노트에 적은 문장이 있습니다.
최고의 인생이란 어떤 것인가? 마음 편한 것이 최고의 인생이다. 속 편한 삶이 최고이다!
오죽하면 이런 글귀를 적었겠습니까. 억만금을 손에 쥐어도 마음이 불편하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도 마음이 궁하면 행복하지 않습니다. 몸이 좀 힘들고 피곤해도 마음에 여유가 있고 편안하고 안정되어 있으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 보면, 대부분 급하고 초조하고 불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꿈과 목표를 향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과 조급하게 정신없이 달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때로는 손을 뻗어 그들을 붙잡고 싶습니다. 과거 저와 비슷한 경험을 치르게 될까 봐 안타깝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허리를 세우고 숨을 크게 쉬어야 합니다. 마음이 태도에 영향을 미치듯, 자세도 마음 상태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됩니다. 효과 있습니다. 직빵입니다. 어깨 딱 펴고, 양 손을 허리춤에 갖다 대고, 다리 벌리고 서서, 가슴 활짝 열고, 고개 팍 들고, 악악악 소리 한 번 지릅니다. 그런 과정에서 호흡을 의식적으로 크게 합니다. 5분만 반복하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둘째, 자신이 지금 초조하고 불안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멈추지 않으면 자신의 상태를 읽지 못합니다. '나도 모르게'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러지 말아야 합니다. 나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자꾸 의식하고 인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셋째, 잘 안 된다 싶을 때에는 길가에 핀 잡초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완벽주의를 내려놓자는 뜻입니다. 반대로, 일이 좀 잘 된다 싶을 때는 태양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빛을 비춘다는 생각이죠. 다른 사람 도우며 살아야 합니다. 이렇게 양 극단의 생각 사이에서 중심 잡으며 살려고 노력하면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넷째, 무슨 일이든 미리 해야 합니다. 마감 날짜가 정해져 있다고 해서 그 날짜까지 시간 많다고 생각하면 마지막에 항상 쫓기게 됩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조금씩 미리 해두는 것이죠.
다섯째, 최선을 다하되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안 되는 걸 억지로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습니다. 세상에는 나의 통제권 범위 안에 있는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에만 전념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시간부터 가져야겠지요.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마음이 편안하면 일도 잘 풀립니다. 마음이 편안하면 입맛도 좋고, 마음이 편안하면 잠도 잘 잡니다. 마음이 편안하면 관계도 좋고, 마음이 편안하면 몸도 건강해집니다. 마음이 편안해야 생각도 잘 나고, 그래야 글도 잘 쓸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