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다
헬스클럽에 가면 다양한 무게의 덤벨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힘에 맞는 무게로 연습을 시작하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무리다 싶을 정도로 무거운 덤벨을 들게 됩니다. 한 번 들어올릴 때마다 으억 하는 소리가 절로 납니다.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하지만, 그래도 힘에 부칠 만큼의 무게를 들어야만 근육이 크고 단단해집니다.
운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다르지 않습니다. 면허증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금방은 도로에 나가 자유롭게 운전하기 힘들지요. 차가 많은 거리에도 나가 보고, 미로처럼 꼬여 있는 주차장에서 몇 차례 진땀을 흘려 봐야 숙달이 됩니다. 그러고 나면 운전에 자신이 생기지요.
힘들고 어려운 일은 우리를 강하게 만듭니다. 연습하고 훈련하여 극복하는 순간마다 성장하게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입니다. 배워야 하고, 익혀야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법이지요.
글을 쓸 때도 심리적인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쓰기 전에는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제법 써진다 싶을 때도 있고 역시나 어렵다 생각이 들 때도 있지요. 그러다가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면, 글이라는 데 생각처럼 만만한 게 아니구나 깨닫게 됩니다.
바로 이때가 갈림길입니다.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계속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포기하는 사람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마음 한 켠에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여전히 품고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계속 쓰는 사람도 어렵고 힘든 고비를 매 순간 만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계속 쓴 사람의 실력은 향상되어 있습니다. 스스로 느끼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읽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포기한 사람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당연한 얘기지요.
힘에 부치는 무게를 계속 들다 보면 근육이 커지고 단단해져서 점점 강해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무거운 덤벨을 들 수 있게 되고, 따라서 몸이 탄탄하게 만들어지는 것이죠.
무섭고 불안하다는 이유로 핸들을 놓고 지내면 운전 실력은 결코 늘지 않습니다. 식은땀 흘리면서도 자꾸 운전을 해 보고, 도로에 적응도 하고, 접촉 사고를 내 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익혀 가는 것이죠.
글쓰기가 쉽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리고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1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아직도 저는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으며 한 편씩 완성할 때의 쾌감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힘듭니다. 어렵기 때문에 실력이 늘고, 힘들기 때문에 희열을 맛볼 수 있는 것이지요.
술술 써지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어렵고 힘들면 그럼 말을 다 하겠습니까.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글쓰기가 어렵기 때문에 꾸준히 잘 쓰는 사람이 적다는 사실입니다. 모두가 쉽게 가는 길에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겠습니까.
아주 조금 수월하게 쓸 수 있는 요령이 있기는 합니다. 첫째, 글을 쓰기 전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글에 담을 만한 소재와 주제를 생각하는 겁니다. 둘째, 글을 쓰기 전에 반드시 메모 또는 낙서를 하면서 뇌를 가동시키면 도움됩니다. 셋째, 가급적 문장을 짧게 씁니다. 그러면 문법에 어긋날 확률이 줄어듭니다.
이보다 더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방법'만 가지고는 글을 잘 쓸 수 없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글쓰기는 어렵고 힘든 과정입니다. 어렵고 힘들어야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단 글을 쓰고, 요령과 방법을 하나씩 적용해 갑니다. 꾸준하게 연습하고, 요령과 방법을 적용하고, 자신을 믿으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쓸 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고 했지요. 뭔가 바라는 것이 있고 도전할 때는 설렙니다. 자신이 바라는 곳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니까 말이죠. 그러다가 꿈을 이루고 나면 일상이 되어버립니다. 별 재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글쓰기는 사람을 평생 동안 설레게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끝이다! 나는 글을 잘 쓸 수 있다! 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가. 박경리 선생님도 그런 말씀 한 적 없고, 톨스토이도 그렇게 말한 적 없습니다. 글쓰기에 완성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글 쓰는 사람은 겸손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할 테지요.
어렵고 힘든 일을 묵묵히 해 나가는 모습, 참 멋있지 않습니까? 쉽게, 빨리 끝내려는 사람들 보면 제 마음까지 조급해집니다. 때로 그런 식으로 뭔가 완성하는 경우도 보게 되는데요. 왠지 어설프고, 정성이 빠진 듯하고, 불안하고, 별로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돈 버는 일도, 글 쓰는 것도, 모두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쉬운 일만 하려는 사람은 결코 성장할 수 없습니다. 힘들이지 않고 살려는 사람은 절대 강해질 수 없습니다. 조급한 사람은 불안하게 마련이고, 결과에만 연연하는 사람은 과정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잘 산다는 건, 정해진 순서와 절차에 따라 어렵고 힘들어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태도를 일컫는 말이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