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글쓰기/책쓰기를 상품으로 보고 대상 소비자를 파악해 보면 다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쓰고 싶고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강렬한 사람. 둘째, 쓰고 싶지만 주변 상황이 마땅치않은 사람. 셋째, 아예 관심없는 사람.
쓰고 싶고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강렬한 사람은 도움이 필요없습니다. 공부도 알아서 할 테고, 방법도 알아서 찾을 테고, 실제로 꾸준히 글도 쓸 테니 말이죠. 절실함과 필요성이 그를 움직일 겁니다. 아예 관심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얘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을 살아갈 겁니다.
문제는 '쓰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입니다. 제가 도와야 할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마음 속에 '열망'을 품고 있습니다. 첫 번째 경우와 다른 점은, 그들이 바라보는 '현실 상황'이 글쓰기에 대한 열망 못지않게 팍팍하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에게 몇 가지 방법을 건넵니다. 제 방법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만의 상황에 맞춰 선택하고 조정하면 되겠지요.
첫째, 시간이 없습니다.
대표적인 상황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시간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합니다. 하루 한 편씩, 적어도 40일 이상 글을 써야 합니다. 한 편의 글을 쓰는 데에는 약 3~4시간이 소요됩니다. 퇴고도 해야 합니다. 시간 없는 사람들이 글을 쓰고 책을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논리가 참이라면, 그 동안 글 쓰고 책 낸 사람들은 전부 시간이 많았다는 말이 됩니다. 제가 운영하는 [자이언트 북 컨설팅]에서 책을 출간한 536명의 작가들 중에, 시간 남아돌아서 글 쓴 사람 한 명도 없습니다. 다들 바쁩니다. 대체 어떻게 글을 쓰고 책을 출간했을까 궁금할 정도입니다.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시간을 더 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루 24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져 있으니까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다른 시간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죠. 귤 10개를 24명한테 나눠주었습니다. 그런데 한 명이 더 나타났습니다. 이럴 땐, 누군가 한 사람이 귤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지요.
어제까지 살아온 인생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한 가지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빈 자리에 글쓰기를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잠을 좀 줄이거나,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하거나,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거절하거나, 주말의 꿀 같은 낮잠을 포기하는 것이죠.
글 쓰는 사람한테 물리적 시간의 확보는 필수입니다. 다른 시간 하나를 포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결단을 내려야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둘째, 두렵고 불안합니다.
끝까지 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자신 없습니다. 잘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한 권 분량의 '쓸 말'이 있을지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이렇듯,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면 계속 망설이고 주저하게 됩니다. 글 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 마음 못지않게 두렵고 불안한 마음도 함께인 것이지요.
또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보고 뭐라고 할 것인가 걱정됩니다. 비난과 험담, 악평 따위가 두렵습니다. 형편없다는 말을 듣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고 계속해서 끝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막무가내로 믿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작은 성공 경험'을 쌓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요.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존재'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블로그 글쓰기를 권합니다. 성공 경험이 쌓이기도 하고요. 이웃들과 소통하면서 자신감 가질 수도 있습니다. 때로 맷집도 키울 수 있고요. '글쓰기 연습'을 하자는 거지요. 무슨 일이든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많으면 겁날 게 없습니다. "하다 보면 는다!" 저는 이 말을 믿습니다. 덕분에 제 삶도 싹 다 바뀌었고요.
셋째,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쓰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사람들의 말 중에서 가장 형편없는 핑계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쓸 말이 없는 게 아니라, 쓰지 않을뿐입니다. 머릿속 생각을 글로 쓴다는 것도 바른 표현이지만, 글을 쓰면 머릿속에 생각이 떠오른다는 말도 참입니다. 손은 제 2의 뇌라고 하지요. 손을 자꾸 움직이면 뇌가 활성화됩니다. 가만히 앉아서 글감이나 영감이 떠오르길 기다리다가는 죽을 때까지 한 줄도 쓰지 못할 겁니다.
뭐가 됐든 일단 쓰기 시작해야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깨닫고 배우게 됩니다. "일단 부딪쳐야 한다!" 글쓰기만큼 이 말이 딱 어울리는 분야도 없을 겁니다. 일단 쓰기 시작해야 합니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없애버리고, 막 쓰겠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하지 못하는 것만큼 불행한 삶이 또 있을까요? 저는 살면서 실패를 많이 해 보았습니다. 그 중에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절망적인 일도 많았고요.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제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하지 않았던 일들'입니다.
글 쓰고 싶다면 오늘 당장 글을 쓰고, 책 내고 싶다면 매일 꾸준히 글을 쓰십시오. 지금이 어떤 세상입니까. 역사 이래 이토록 화려한 문명의 시대는 없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잘 쓰면 좋겠지만 못 써도 괜찮습니다. 뭐 어떻습니까. 무슨 시합 하자는 것도 아닌데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