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다
책을 쓰는 데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기획하고, 초고 집필하고, 여러 차례 퇴고를 거쳐, 출간을 합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단계가 없겠지만,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퇴고입니다. 고치고 다듬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나아집니다. 기획과 초고 단계에서 놓쳤던 부분들, 부족하고 아쉬운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이죠.
어느 정도 퇴고를 마쳤다고 생각하고 원고를 다시 읽어 봅니다. 그런데, 아직도 여전히 고쳐야 할 곳이 많이 눈에 띕니다. 그래서 다시 작업을 시작합니다. 몇 차례 작업을 한 후에 이제는 정말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원고를 읽어 보는데요. 아, 이게 웬일입니까. 마치 초고를 보는 것처럼 부족하고 모자란 곳 투성이입니다.
퇴고는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조금만 해도 눈이 침침하고 머리가 아프고 신경이 날카로와집니다. 그런 작업을 몇 차례나 걸쳐서 하는데도 여전히 글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당연히 멘탈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계속해야 하나? 그만두어야 하나? 갈등과 염려를 반복하게 됩니다.
일곱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스스로 '완전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생산자가 어떤 제품을 출시할 때는 기본적으로 완성도를 생각하게 마련인데요. 글과 책은 항상 '불완전한' 상태로 세상에 내놓게 됩니다. 이럴 때 작가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첫째, 내가 언제 어떤 글을 쓰든 상관없이 '내 글은 항상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것이 글이 가지는 대표적인 특성입니다. 완성이 없습니다. 완전도 없습니다. 퇴고는 완성하는 게 아니라 중단하는 겁니다.
둘째,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부족함이 느껴진다면 그 부족함을 다음 책에서 보완해야 합니다. 한 권으로 끝내려는 생각을 할수록 글은 더 미약해집니다. 아이러니죠.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완성도가 높아지고, 어떻게든 완벽하게 쓰려고 할수록 더 부족하게 마련입니다. 한 권씩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첫 번째 책보다 두 번째 책이 낫고, 두 번째 책보다 세 번째 책이 낫습니다. 작가는 완성되는 사람이 아니라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셋째,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작가가 듣는 최악의 말은, "첫 번째 책이랑 비슷하네"입니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죠. 성장하지 못했고, 변화하지 못했고, 나아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수치입니다. 모욕입니다. 작가는 어떤 말을 들어야 할까요? "와! 여태까지 본 중에 이번 책이 최고입니다!"
처음에는 60점짜리 책을 출간합니다. 두 번째는 65점 받으면 됩니다. 세 번째는 70점 받는 거지요. 만점? 그런 건 없습니다. 글쓰기에 100점은 없습니다. 작가는 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죠.
완벽주의는 작가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실제로 완벽할 수도 없습니다. 특히, 초보 작가의 경우에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인데요. 잘 쓰고 싶은 마음은 건전한 욕구이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쓰는 삶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되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충 쓰고 끝내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자기 수준에서 더할 나위 없을 때까지 노력해야 합니다. '최선'이라는 말은 자신이 가장 잘 알지요. 글은 부족할 수 있지만, 쓰는 과정 모두가 적어도 독자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는 않아야 합니다.
작가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집필을 멈추는 때입니다. 앞서 출간한 책이 자기 실력의 전부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입니다. 공부하고 노력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책을 출간해야 합니다. 노력하고 있음을, 성장하고 있음을 독자와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것. 이것이 작가의 삶이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