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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한 다섯 가지 두려움

두려움과 극복에 관한 이야기

by 글장이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려움이죠. 글을 쓰기 전에 겁이 나는 겁니다. 당연한 현상입니다. 해 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는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가장 크게 느낍니다. 해 본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고, 무엇보다 자신이 완성한 글이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으니 불확실성의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글을 술술 잘 쓰는 사람은 어떨까요? 그들에게는 이런 두려움이 아예 없는 것일까요? 저는 글쓰기/책쓰기 코치로 7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글을 썼고, 또 시중에 나와 있는 관련 책을 100권 이상 읽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나름의 요령으로 극복하고 있을 뿐이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의 실체를 알아야 합니다. 오늘은 글쓰기에 관한 두려움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리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정리해 봅니다.


첫째,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


한 마디로 막막하다는 겁니다.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는 몇 줄만으로 소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글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논리와 뒷받침으로 원고지 12~15매 분량을 채워야 합니다. 부담스럽지요. 특히, 책을 쓰는 사람은 이런 글을 약 40~50편 써야 하니, 시작도 하기 전부터 기가 질릴 수밖에 없습니다.


책을 출간한 이들도 처음엔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쓰기 시작하니까 할 얘기가 있더란 겁니다. 글은 손으로 쓰는 거라고 늘 강조합니다. 머리로 생각만 해가지고는 막막함을 뚫을 수 없습니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쓸 거리가 나옵니다. 쓰고 싶은데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오늘 당장 한 번 써 보시길 권합니다.


둘째, 시작에 관한 두려움


첫 줄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일단 시작만 하면 어떻게든 쓰겠는데, 처음에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 많습니다. 글쓰기/책쓰기 관련 책 중에는 "첫 줄에서 승부를 걸어라"는 식으로 압박을 주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럴 필요 전혀 없습니다.


우리에겐 12척의 퇴고가 남아 있습니다. 고치고 다듬을 기회가 수도 없이 있다는 뜻입니다. 일단 쓰고 나중에 고치면 됩니다. 꼭 첫 줄부터 시작할 필요도 없습니다. 쓰고 싶은 글, 하고 싶은 말을 생각나는 대로 씁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쓴 짧은 글을 모아 연결만 해도 얼마든지 좋은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끝까지 쓸 수 있을까, 분량에 대한 두려움


쓰다가 멈추면 죽도 밥도 안 되니까 자꾸 망설이게 되는 겁니다. 끝장을 보지 못하면 그 동안 쓴 글이 모두 물거품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시간이 되면 쓰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과거 우리의 할머니들이 자주 했던 말이 있지요. "내 인생 책으로 쓰면 열 권도 더 될 거야." 그렇습니다. 누구나 자기 안에 '맺힌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걸 모조리 쏟아붓는 행위가 바로 글쓰기입니다. 매일 일기만 써도 365페이지입니다. 그 중에서 절반만 가려내도 183페이지입니다. 일 년만 살았어도 분량 차고 넘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넷째, 잘 쓰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두려움을 품고 살아갑니다. 발표를 잘 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성적이 나쁠 거라는 두려움,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인간은 누구나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 때문에 두려운 것이지요.


가장 먼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자신에 대한 확신입니다. 나를 인정해주는 첫 번째 사람은 나 자신이어야 합니다. 결과도 인정해주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과정을 인정해주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력하는 나를 인정해주는 것도 인생 귀한 가치입니다.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두려움을 가질 게 아니라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하나씩 배우고 적용하고 연습하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최고의 글을 쓰려고 하지 말고 '나의 글'을 써야 합니다.


다섯째, 독자에 대한 두려움


남들이 내 글을 읽고 뭐라고 할까에 관한 두려움입니다. 공포입니다. 다섯 가지 두려움 중에 가장 큽니다. 웬만해선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이걸 극복하면 다른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도 거의 본능에 가까운 습성인 것 같습니다. 글쓰기 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치를 보는 거지요.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사는 게 피곤하고 힘들고 지칩니다. 종일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으니 인생이 얼마나 무겁겠습니까.


다른 사람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느끼는 사람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책을 얼마나 읽는가? 나는 작가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가? 나는 적나라한 비판을 한 적이 몇 번이나 되는가? 나는 작가의 문장 하나하나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논한 적이 얼마나 많은가?


어떻습니까? 아마 대부분 사람은 위 질문에 고개를 흔들 겁니다. 그런 적이 거의 없다는 뜻이지요. 우리는 생각만큼 다른 사람 인생에 관심 없습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 내용이나 메시지에 관심 있을 뿐, 나와 글에 대해 이런 저런 비판을 할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간혹 상처가 될 정도의 악성 댓글을 남기는 인간도 있긴 합니다. 분명한 것은, 초보 작가인 내 글을 비판하느라 시간과 공을 들이는 인간이라면 틀림없이 할 일이 없는 사람일 거란 사실이지요. 할 일 없는 한량의 말에 뭐 그리 신경을 씁니까.


독자는 두려워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서로 기대야 할 존재입니다. 독자 무서워 죽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독자 덕분에 오늘도 글을 쓴다고 해야 마땅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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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포스팅을 맨 처음 시작할 때, 막막하고 두려웠습니다. 어떻게 써야 할까.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순서는 어떻게 정할까. 글투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기는 할까.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첫 줄을 썼습니다. 그리도 다음 문장을 썼습니다. 이제 마무리 단계입니다. 한 편의 글을 썼다는 뿌듯함과 희열이 느껴집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단 한 명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오늘도 누군가를 도운 셈이 됩니다. 작가로서 소명을 다한 것이지요.


'나'는 두려움보다 강한 존재란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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