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독자 모두를 위한 '자기화 글쓰기'

내가 쓰고 싶은 글, 독자를 위한 글

by 글장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하는가? 아니면, 독자가 좋아하는 글을 써야 하는가? 초보 작가가 글을 쓸 때마다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자니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을 것 같고, 그렇다고 독자 입맛에 맞추자니 쓸 맛이 나지 않습니다. 어떤 글을 써야 한다는 기준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매번 작가 스스로 선택해야 하니까 쓸 때마다 갈등이 생기는 것이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일단, 속이 후련합니다. 가슴 속 응어리가 풀어집니다. 내 멋대로 쓰는 거라 제약도 받지 않습니다. 자기 만족도가 높습니다.


단점은 무엇일까요? 독자 호응이 적습니다. 계속 꾸준히 쓰기 위해서는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의 반응이 중요한데요. 자기 만족으로 끝나는 글은 팬을 확보하기가 어렵지요. 책임, 사명, 소명 따위 느낄 수 없습니다. 오직 자기 마음을 위로하는 선에서 글쓰기 가치를 멈추어야 합니다.


독자가 좋아하는 글을 쓰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먼저, 글을 쓸 때마다 독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내 글을 읽는 독자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응원해주고 공감해주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내 글이 독자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는 생각에 쓸 맛이 납니다. 더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도움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독자를 의식하다 보면 작가 특유의 글을 쓰기보다는 공자님 말씀을 쓰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부부싸움 한 이야기를 쓰다가도 결말은 사이좋게 잘 지내야겠다로 끝나는 것이죠. 육아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을 쓰다가도 결론은 아이 잘 키워야겠다로 맺음하는 겁니다.


독자를 위한 글이 아니라 독자 눈치를 보는, 가짜 글을 쓰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부담이 됩니다. 스트레스 받습니다. 점점 글 쓰기가 싫어집니다.


글쓰기 기본 원칙이란 게 있습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독자가 읽고 싶은 글로 쓴다!" 참 말이 쉽지요? 이렇게 쓸 수만 있다면 글쓰기 고민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어렵지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이 있습니다. 사람 일상이라는 게 대부분 비슷합니다. 순간의 감정이나 느낌은 전혀 다르지요. 나와 독자. 서로 다른 점도 있고 비슷한 점도 있을 겁니다.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나의 느낌과 감정을 적고, 생각할 거리로 마무리한다면, 나와 독자 모두에게 도움되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떻게 해야 나도 좋고 독자도 만족스러운 글을 쓸 수 있을까요? 몇 가지 방법을 정리합니다. 저는 이 방법을 '자기화 글쓰기'라고 부릅니다. 초보 작가님들 글 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는 글을 써야 합니다.


'부부싸움을 해서 속상하다'라고 쓰면, 독자는 작가의 감정을 '속상했다'로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글을 쓴 사람의 감정을 독자 스스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요. 일방적입니다. 나누는 게 없습니다. 빨려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냥 그런 줄 알아야 합니다.


5시 30분에 일어났다. 거실 찬 기운에 몸이 떨렸다. 냄비를 가스렌지 위에 올리고 불을 켰다. 두부를 썰고, 지난 번에 먹다 남은 고기도 조금 준비했다. 남편은 고기 들어간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새벽에 일어나 남편을 위해 아침밥을 짓는 내 모습. 학창 시절에 상상이나 했었던가. 출근 준비를 마친 남편이 식탁 앞에 앉는다. 된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더니 인상을 찡그린다. "왜 이렇게 짜냐." 그러면서 수저를 식탁 위테 탁 하고 내려놓는다. 튀어나오려는 험한 말을, 나는 간신히 삼킨다.


구체적인 상황을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부부의 곁에 독자가 서 있는 느낌을 주어야 합니다. 싸움이 시작되기 전 일촉즉발 분위기에 독자가 숨조차 죽일 정도로 끌어당겨야 합니다.


이렇게 '보여주는 글'을 쓰면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효과가 있지요. 자신을 객관화 해서 볼 수 있습니다. 경험이 감정으로만 남는 오류를 줄이고, 냉철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겁니다. 둘째, 독자는 글을 평가하기보다 작가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경험을 나누면 공감이 생기지요.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괜찮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둘째, 중요한 내용만 선별해서 써야 합니다.


작가 스스로에게 중요한 내용, 그리고 독자에게 꼭 전해야겠다 싶은 내용. 이렇게 두 가지만 쓰겠다 작정하고 덤벼야 합니다. 초보 작가일수록 불필요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성향이 있는데요. 아직 글쓰기 중심을 잡지 못한 탓입니다.


먼저, 주제를 선명하게 정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주제를 뒷받침할 만한 보조 스토리를 구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요약과 정돈이 필요합니다. 길게 늘어놓을 게 아니라, 딱 부러지게 핵심만 전달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리해줍니다. 필요하다 싶은 내용을 적을 때, 작가는 쓸 맛이 나고 독자는 읽을 맛이 나겠지요.


셋째, 독자에게 익숙한 '나의 작은 경험'으로 써야 합니다.


사람 살아가는 모양새가 비슷하다 했습니다. 아침에 알람 소리 들으며 억지로 잠자리에서 일어난 이야기, 화장실에 가다가 문지방에 발가락을 콕 찧은 이야기, 계란을 깨다가 흰자위 액이 줄줄 흘러 찝찝했던 이야기, 힘들게 일 마치고 귀가했는데 아내가 잔소리를 퍼부을 때 집을 뛰쳐나가고 싶었던 이야기, 내가 알아서 어련히 챙길 텐데 굳이 애 밥 차려주라는 말을 던지는 시어머니 이야기......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이야기에 마음이 끌립니다. 그럼에도 많은 초보 작가들이 '특별한 글감'만 찾으려 합니다. 항상 강조합니다. '오늘'을 쓰면, 최고의 글이 될 거라고 말이죠.


보여주는 글을 쓰면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됩니다. 독자도 간접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돌아보게 되지요. 나에게 중요한 이야기, 독자에게 필요한 이야기, 횡설수설 군더더기 싹 다 빼고 '나와 독자에게 중요한' 이야기만 하자는 것이지요. 나누고 공감하기 위해 일상의 작은 경험을 글에 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이유로 '자기화 글쓰기'라 부릅니다. 내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독자를 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내 것이면서, 또 독자의 것입니다.


뜬구름 잡는 공자님 말씀은 내 것도 아니고 독자의 것도 아닙니다. 경험이 나를 관통해 손끝을 타고 흘러나올 때에만 진짜 글이 됩니다. 그 경험을 독자가 함께 하고, 느낌과 감정을 나누면 비로소 공감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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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립니다. 비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글 쓰는 동안 빗소리보다 자동차 소리가 더 많이 들립니다. 빗줄기가 약한 탓입니다. 자연이 문명보다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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