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즐겁지 않다면

작가의 표정이 환했으면 좋겠습니다

by 글장이

직장에 다니고 있는 K는 저와 통화할 때마다 같은 하소연을 합니다. 글을 쓰고 싶다고,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이죠. 17년째 같은 회사에 근무중이고, 직급은 차장입니다. 이제 곧 부장 진급을 앞두고 있습니다. 월급도 꽤 되고, 이대로 정년까지 근무한다면 퇴직금도 많이 받을 겁니다.


썩 괜찮은 여러 가지 조건들을 모두 포기하고 작가가 될 수는 없으니, 그냥 꿈을 포기하고 다니던 직장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한숨 섞으며 말하지요. 워낙 진지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라 제가 함부로 대꾸는 하지 않지만, 안타까운 마음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K는 회사에 계속 다니는 게 좋겠습니다. 아무 문제 없이 정년까지 근무하고, 퇴직금도 많이 받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그 동안 일하느라 고생 많이 했을 텐데,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마땅한 일입니다.


K가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작가가 되는 길은 '모든 것을 때려치워야만' 가능한 일이 아니란 사실입니다. 직장 다니면서 글 쓰면 됩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글 쓰고, 그러면서도 얼마든지 작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글을 쓰고 있기도 하고요.


K가 참 바보처럼 보이지요? 회사 다니면서 글 쓰면 될 텐데 왜 저런 고민을 하고 있나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그런데요. 우리 주변에는 실제로 K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바빠서 글을 쓰지 못했다."

"시간이 없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글 쓰는 방법을 모르겠다."

"내가 쓴 글이 가치가 있는 지 모르겠다."

......


이 모든 쓰지 못하는 이유들이 K의 그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바쁘고 시간이 없으면 매일 조금씩만 쓰면 됩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싶으면 아무거나 일단 한 번 써 보는 거지요. 글 쓰는 방법을 모르겠으면, 이렇게도 써 보고 저렇게도 써 보면 됩니다. 자신의 글이 가치 있는 지 여부는, 글을 다 써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나서 고민할 문제입니다.


정말로 답이 없어서 고민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 고민 뒤에 숨어서 글을 쓰지 않는 자신을 합리적으로 변호하고 있는 걸까요?


비단 글쓰기 뿐만 아닙니다.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 입에서는 항상 그럴 듯한 이유와 핑계가 술술 나옵니다. 일을 게을리하는 직원들 입에서도 회사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요. 매일 술 마시는 사람들은 매일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마련이지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열심히 하고, 술을 마시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늘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K는 글을 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직 그의 선택입니다. 누구도 강요할 수 없지요. 다만 한 가지, K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싶은 사실이 있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글을 써서 행복하다면 어떻게든 글을 써야 합니다. 매일 한숨을 쉬면서 회사에 나가 일을 할 거라면, 밤에 잠을 줄여서라도 글을 써야지요. 어떤 상황도 나를 행복하지 못하게 막을 수 없습니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어떤 일이 있다면, 모든 이유와 핑계와 변명을 벗어던지고 기꺼이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그 일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고뇌하는 작가' 이미지가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들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담배를 입에 물고 종일 커피를 마셔 가며 '창작의 고통'으로 스트레스 받는...... 그런 모습이 제법 멋있게까지 보일 정도였지요.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아니, 원래부터 모든 창작에 고통만 있는 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기쁨이 있었을 겁니다. 행복과 보람과 의미와 가치와 즐거움과 유쾌함과 살아가는 멋이, 글 쓰는 과정 안에 반드시 포함되어 있었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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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가 되어 막노동판을 전전했습니다. 편안하게 글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토록 간절했던 시간이 또 없었지요. 지금 저는 신나게 글 쓰고 있습니다. 즐겁고 행복합니다. 창작의 고통? 글쎄요. 아직 제가 수준이 낮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쓰기 전의 제가 훨씬 더 아프고 괴로웠습니다.


자신이 쓰는 글이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 지 모르겠다고요? 저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즐거운 마음으로 글 써야겠다 다짐하고 실천할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가집니다. 더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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