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실패를 응원합니다
온실 속 화초였습니다. 부모 잘 만난 덕분에 부족함 없이 자랐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맞벌이를 하셨습니다. 어린 저를 챙겨주지 못한 것에 대해 두 분은 지금까지도 눈물을 흘리곤 합니다만, 정작 저는 아쉬울 것 하나 없이 풍요롭게 컸습니다.
4년제 대학 졸업하고, 군에 다녀와서, 대기업에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렇게 아무 '문제' 없이 살았습니다. 야망이라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지만,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에 제 안에서도 꿈틀거렸습니다. 처음엔 그저 열심히 돈 많이 벌어야겠다 정도였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돈이 전부다!'라는 극단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살아온 모든 '정상적인 인생'을 뒤집어 엎고 돌발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경험도 없는 사업에 손을 대고, 그러면서도 일이 술술 풀릴 거라는 대책없는 낙관주의로 일관했지요. 박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난생처음 인생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우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군요. 빚은 순식간에 천문학적인 숫자로 불어났고, 이미 월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사람 떠나가는 것도 금방이었습니다. 평생 함께 할 것 같았던 친구들과 지인들이 '돈 이야기' 한 방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엉뚱한 얘기를 먼저 꺼낸 건 저였는데, 떠나간 그들이 왜 그리도 야속하고 아쉽던지요. 누구라도 그럴 만한데, 당시의 저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습니다.
돈 날리고 사람 날리고. 그렇게 저는 마흔이 다 될 즈음 벼랑 끝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처음으로, 철저하게 혼자가 된 것이죠. 몰랐으니 견뎠겠지요. 그 고통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알았더라면 실패와 동시에 삶을 접었을 겁니다.
실패는 저에게 고통, 상처, 절망, 좌절, 시련, 외로움, 허망함 등을 주었습니다. 힘들었습니다. 아팠습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말도 못합니다. 매일 술을 퍼마셨지요. 하루하루 어떻게 버녔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습니다. 머릿속에는 어떻게 죽을까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실패가 제게 준 것이 그뿐이었다면, 저는 아마 정말로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다른 것도 있었습니다. 실패 뒤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보석들이 놓여 있었지요. 극복, 용기, 인내, 존재감, 잠재력, 자신감, 공감, 배려, 인생 공부...... 살면서 한 번도 구경조차 못 했던, 책에서만 보던 '단어'들이 제 삶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다시 살기로 했습니다. 한 번 살아 보기로 했습니다. 무엇부터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성과와 결실을 맺지 못해도 상관 없었습니다. 다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기적이었으니까요.
저를 강하게 만든 건 8할이 실패였습니다. 지금은 힘들고 어려운 일 닥쳐도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아니, 두려움이 일어나는 그 기분 자체를 즐깁니다. 어떤 일이든 한 번 시작하면 그냥 계속합니다. 중도에 멈추는 일 없습니다. 그냥 계속 가는 거지요.
마음 아픈 일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글도 쓰고 책도 읽습니다. 어떻게든 '아픈 마음'을 제 인생이라는 책 속에 글감으로 다룹니다. 사람들한테 상처 받을 때도 있습니다. 견딥니다. 무조건 버팁니다. 상처에 집중하지 않고 제가 해야 할 다른 일들에 몰입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저는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실패는 결코 인생을 뿌리째 뽑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비바람은 나무를 강하게 만들고, 먹구름은 반드시 걷히게 마련이며, 고통과 상처는 반드시 영광을 만나게 해줍니다.
슬기로운 실패에는 딱 한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무조건 배우기만 하면 됩니다. 어떤 실패든 거기에서 뭔가 하나라도 배울 수 있었다면, 그 이름이 실패에서 경험으로 바뀌는 것이죠.
실패 많이 하고 많이 배우면, 경험 많이 하는 겁니다. 세상 가장 무서운 존재가 경험 많은 놈이죠. 책 많이 읽으라고 하는 이유도 결국은 간접 경험을 통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면, 인생 자체가 경험입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경험하면서 사는 것이죠. 어떤 사람은 경험 하나를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은 경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경험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나약한 인간은 꽃길 경험만 하고 싶어 합니다. 가시밭길 걸은 사람은 맨발로도 인생 뛰어다니지만, 꽃길만 걸은 사람은 신발 끈만 풀려도 쓰러집니다.
오늘도 실패하십시오! 처절하게 실패하세요! 그래야 당신의 인생이 강해집니다. 오늘 아무런 실패를 하지 않았다면 너무나 안타깝고 유감입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성공한 것들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도전하면 됩니다. 내일은 반드시 실패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우리 모두의 실패를 응원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