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다 포토샵 작업하지 마라

있는 그대로 내 모습 마주하기

by 글장이


사진 작가들은 풍경이나 인물을 찍습니다. 풍경이나 인물을 통해 세상과 의미와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죠. 산을 찍으면, 그것은 산이면서 동시에 웅장함과 용기와 극복이 됩니다. 바다를 찍으면, 그것은 바다이면서 동시에 거친 세상이며 역경이고 거대한 우주가 됩니다.


글 쓰는 작가에게 의미와 가치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경험과 기억과 마음입니다. 사진 작가가 풍경과 인물을 찍듯이, 글 쓰는 작가는 경험과 기억과 마음을 찍습니다. 경험을 통해 철학을 정리하고, 기억을 통해 삶을 되새기며, 마음을 통해 인간을 표현합니다.


여기, 어느 사진 작가가 찍은 풍경이 있습니다. 떠오르는 태양 주변에 붉은 빛을 인위적으로 덧붙였네요. 주변 광채도 포토샵으로 효과를 냈고요. 누가 봐도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라 그림처럼 조작한 작품입니다. 이런 사진을 보면서 감동을 받는 사람이 있을까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경험과 기억과 마음을 글에 담을 때는 내가 느끼고 깨달은 바를 있는 그대로 적어야 합니다. 이것을 진실이라 합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작가의 진심이며 진짜 글이라 할 수 있겠지요.


얼마 전, 어느 작가님이 적은 글을 보니 '4가지'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숫자 4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차마 '싸가지'라는 단어를 쓰지 못해 돌려 쓴 표현입니다. 굳이 이렇게 눈치 보면서 쓸 필요 없습니다. 당당하게 '싸가지'라고 써도 됩니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와! 너무 아름다워요!" 라고 쓰는 것보다, "끝내주네요!"라고 쓰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실제로 끝내준다는 말을 했다면, 그렇게 생각했다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툭 튀어나오는 첫 마디를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 살아있는 글을 쓰는 방법입니다.


"심적 고통으로 말미암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라고 쓰는 것보다, "마음이 아파 잠을 잘 수가 없었다."라고 쓰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강렬합니다. 카페에서 친구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 때 실제로 쓰는 단어와 구절을 그대로 글로 옮긴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물론, 평소 대화에서 사용하는 온갖 은어와 비어 및 욕설 따위를 전부 글에 담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표현을 정제하여 '글처럼' 쓸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요즘은 나이를 많이 먹은 사람도 '어머니' 대신 '엄마'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글을 쓸 때도 그냥 자연스럽게 '엄마'라고 쓰면 됩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차마 '엄마'라고 쓰지 못하니까 어색하게 '어머니, 어머니' 쓰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글 쓰기도 어려울 뿐더러 다 쓰고 나면 자기 글처럼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두 개의 모습을 갖고 살아간다 하지요.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 그리고 내 안에 존재하는 나. 다른 사람한테 보여지는 나는 무겁고 지치고 힘듭니다. 위선과 가식이죠. 지켜야 할 것들. 피곤합니다. 반면, 내 안에 존재하는 진짜 나는 약하고 무기력하며 겁이 많습니다. 함부로 드러내길 꺼려 하지요.


다른 사람한테 보여지는 나에게서 조금만 발을 옮겨 내 안에 존재하는 나로 옮겨 가야 합니다. 무겁고 지친 인생에서 한 발 물러나, 약하고 소심한 진짜 나에게 다가가는 것이죠. 용기가 필요합니다. 의지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만 하는 노력입니다.


진짜 나를 드러내는 도구 중 하나가 글쓰기입니다. 글을 쓸 때조차 '보여지는 모습'에만 집중하면 힘들어서 못 삽니다. '까발리자'는 게 아니라 '솔직해지자'는 의미입니다. 단어 하나 바꿔 쓰는 행위를 통해 인생을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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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한 번 써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책으로 내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진짜 나를 한 번 마주해 보는 것이죠.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겁니다. 대신, 살면서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자유를 맛볼 수 있을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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