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글을 쓸 수도 있지

물리적 양의 확보가 질적 향상을 가져온다

by 글장이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한 편의 포스팅을 발행하고 나면, 독자들이 찾아와 댓글을 달아줍니다. 글을 올릴 때마다 댓글을 달아주는 분도 계시고, 어쩌다 우연히 제 글을 읽고 소감을 남겨주는 분도 계십니다. 독자의 반응은 제게 귀한 자산이고, 그들 덕분에 힘을 내 계속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댓글이 유독 많이 달리는 포스팅이 있습니다. 제법 괜찮은 글이라는 증거입니다. 그런 날에는 은근히 기분 좋습니다. 오늘 글이 좀 잘 되었구나 싶어 종일 흐뭇한 기분으로 일합니다. 쓰는 사람의 보람은 역시 독자들의 반응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저는 매일 똑같은 심정으로, 똑같은 정성으로 글을 씁니다. 어째서 독자들 반응이 좋은 때도 있고 별로인 때도 있는 걸까요? 똑같은 정성과 노력으로 글을 쓰는데, 왜 어떤 글은 독자들이 좋아하고 또 다른 글은 독자들이 별로라고 여기는 것일까요?


책 읽는 사람들은 밑줄을 그을 때가 있지요. 매번 괜찮은 문장이 나올 때마다 밑줄을 긋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밑줄을 그은 책을 기억합니까? 그 책에는 얼마만큼의 밑줄이 그어져 있나요?


아무리 많은 밑줄을 그었다 하더라도,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몽땅 밑줄을 그은 적은 없을 겁니다. 여러 개의 꼭지 중에서 딱 마음에 드는 것이 있기도 할 테고, 같은 작가가 썼음에도 그냥 지나치는 글도 있을 테지요.


아무리 글을 잘 쓰는 거장이라도 독자로 하여금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밑줄을 긋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잘 쓴 문장이 있는가 하면, 별로인 문장도 수없이 많다는 뜻입니다.


물리적 양의 확보가 질적 수준의 향상을 가져옵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예외없이 글을 많이 쓰는 사람입니다. 많은 글을 쓰다 보면, 그 중에는 제법 괜찮은 글도 나오고 별로인 글도 많다는 뜻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글을 잘 써야겠다' 다짐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어깨에 힘을 준 채 글을 쓴다면, 한 달에 한 편 겨우 쓸까 말까 한다면, 아무리 힘을 준들 그 글이 좋을 확률은 희박합니다. 잘 써야겠다는 다짐과 각오가 글을 좋게 만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좋은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별로인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쓰다 보면 이런 글 저런 글 다 쓰게 마련입니다. 글에 대한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일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라는 의미입니다.


현재 제 블로그에는 약 5,700건의 포스팅이 발행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 나름 괜찮다고 여겨지는 글이 10퍼센트만 된다고 해도 무려 570편의 글을 뽑아낼 수 있겠지요. 책 한 권 쓰기 위해 필요한 글이 약 40편 정도 되니, 블로그 글만 갖고서도 100권이 넘는 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초보 작가의 경우, 자기 이름으로 책 한 권 내고 싶다며 저를 찾을 때가 많은데요. 자신이 얼마나 간절한지 설명하기에 급급합니다. 그럼에도 도통 글을 쓰지 않습니다. 책 한 권은 끝내주게 쓰고 싶은데, 글은 쓰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물리적 양은 전혀 쌓지 않은 채 끝내주는 책 한 권에만 마음이 가 있습니다.


남들은 무식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단연코 확신합니다. 글을 많이 쓰다 보면, 그 중에 좋은 글도 나올 거라고 말이죠. 멋진 글을 쓸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작가는 멋진 글을 쓸 수도 있고 별로인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일단 글을 많이 쓴 다음, 그 중에서 괜찮은 글을 뽑아내는 것이 가장 지혜롭고 현명한 방법입니다.


작가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많이 쓰는 사람입니다. 많이 쓰지 않는 사람이 책을 내려고 하면 당연히 힘들고 어렵습니다. 글 쓰는 삶이 아니라, 그저 책 한 권에 목 매는 사람은 쓸 때마다 괴롭습니다.


같은 주제로 두 편 쓰라고 하면 한숨부터 짓습니다. 다 쓰고 난 다음에 퇴고하라고 하면 불평부터 합니다. 이렇게도 써 보고 저렇게도 써 보라고 하면 입이 툭 튀어나옵니다. 글 쓰는 사람한테 글 쓰라고 하기가 참 부담스럽고 힘듭니다. 작가가 글을 안 쓰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일단 씁니다. 다르게 한 번 써 봅니다. 또 씁니다. 그런 다음 괜찮은 글을 한 편 고릅니다. 고쳐 씁니다. 다듬어 씁니다. 다시 씁니다. 어느 정도 되었다 싶으면, 새로운 주제로 또 씁니다.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거장이 될 겁니다.


저는 글을 잘 못 쓰는데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꼭 물어 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글을 얼마나 써 보셨나요?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 같습니다. "글 써 본 적 없습니다."


글을 써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자신이 글을 잘 못 쓴다고 하는 걸까요? 근거가 없는 얘기죠. 글을 써 보고, 자신이 쓴 글을 읽어 봐야 잘 썼는지 못 썼는지 알 것 아니겠습니까. 시험을 한 번도 쳐 보지 않은 학생이 자신은 공부를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한 번도 달려 보지 않은 사람이 자신은 달리기를 못한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습니다. 타고난 재능으로 먹고 사는 사람 드뭅니다. 대부분 사람이 노력하고 땀 흘려 인생을 만들어 갑니다. 허튼 소리를 지껄이는 인간들이 많아서, 아무 노력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말이 떠돌아 다니곤 하는데요. 현혹되지 마십시오. 그런 삶이 어디 있습니까!


원하는 수준 만큼 글을 잘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물리적 양의 확보입니다. 오늘도 쓰고 내일도 쓰는 것이죠. 이렇게도 써 보고 저렇게도 써 봅니다. 아무리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별로인 글을 쓸 때가 있고, 아무리 글을 못 쓰는 사람도 제법 괜찮은 글을 쓸 때가 있습니다. 많이 쓰면, 골라낼 글도 많아지는 법이지요.


이 과정에서, 글 쓰는 요령이나 구성 또는 문법 따위를 조금씩 배우고 적용하면 훨씬 효과적입니다. 때문에, 글쓰기는 항상 독서와 병행이 되어야 합니다. 쓰고 읽는 행위의 반복이 물리적 양을 늘이고, 시간이 갈수록 글은 점점 좋아지며, 쓰고 읽는 동안 생각하고 성찰한 덕분에 삶도 훨씬 좋아지는 겁니다.


글쓰기와 독서가 인생을 어떻게 바꾸느냐고요? 글쎄요. 딱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이 작가와 강연가로 풍요롭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한 증명이 되지 않을까요. 재수 없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그 감정을 담아 글 한 편 써 보세요. 재수 없지만 나도 그렇게 한 번 살아 보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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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글쓰기 방법론을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인생을 다르게 살 수 있는 최고의 비법을 공개하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가시적 성과물을 만드세요. 물리적 양을 확보하세요. 매일 탑을 쌓으세요. 매일 반복하는 작은 행위가 삶을 빛나게 만들어줄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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