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 보아야 안다, 써 봐야 안다

직접 해 보면 다 압니

by 글장이

학창 시절에 여자친구 몇 만난 적 있습니다. 좋은 만남을 시작한 때부터 헤어지는 날까지 모두가 비슷한 과정을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마냥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일이 생깁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 덥거나 추운 날씨,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는 날, 차가 밀리거나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그런 순간에는 저와 여자친구 모두 '돌변'했습니다.


보이지 않던 낯선 모습에 서로 실망합니다. 급기야 헤어지게 되는 것이죠.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오랜 시간 겪어 보아야 합니다. 특히,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어떤 모습인가 잘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생에는 좋은 날 못지않게 시련도 많으니까 말이죠.


어른이 되어 숱한 사람을 만나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사람 보는 눈이 영 젬병입니다. 괜찮다 싶은 사람한테 뒤통수 맞는 일 허다하고, 아니다 싶었던 사람에게서 존경할 만한 가치를 찾기도 합니다. 사람은 절대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을 두고 이런 일 저런 일 함께 겪어 보아야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높임말로 쓰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반말로 쓰는 게 나을까요?

에세이가 좋을까요, 아니면 자기계발서가 좋을까요?

엄마 얘기를 먼저 쓰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아빠와 다른 가족 얘기를 먼저 쓰는 게 좋을까요?

편지 형식으로 쓰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그냥 일기처럼 쓰는 게 나을까요?

직장인 대상으로 쓰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가정 주부를 대상으로 쓰는 게 좋을까요?


글쓰기/책쓰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한 달에 열 번 정도는 위와 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그 만큼 우리 작가님들 고민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제 답변은 한결 같습니다.


경어체로도 한 번 써 보고, 평어체로도 한 번 써 보세요. 에세이도 한 편 써 보고 자기계발식으로도 한 편 써 보세요. 엄마 얘기도 쓰고 아빠 얘기도 쓰세요. 편지 형식으로도 써 보고 일기 형식으로도 써 보세요. 직장인 대상으로도 써 보고 가정 주부 대상으로도 써 보세요.


작가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한 번 쓰고 끝낼 것이 아니라 평생 쓰는 존재입니다. 전업 작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어쨌든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요. 위와 같은 질문을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한 가지를 딱 정해가지고 그대로 확 쓰고 끝내겠다는 의도나 다름없습니다.


두 편 세 편 써 봐야 자신에게 맞는 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도 써 보고 저렇게도 써 보면, 어떤 것이 더 나은 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쓰지 않고 머리로만 생각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좋은 글' 절대로 찾을 수 없습니다. 쓰지 않았는데 더 나은 글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작가는 쓰는 사람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지 말고 이런 저런 생각을 다 쓰면 됩니다. 고민하지 말고 고민을 쓰면 됩니다. 걱정하지 말고 걱정을 쓰면 됩니다. 쓰는 사람이니까요. 글 쓰는 사람은 글 가지고 말해야 합니다.


사람은 겪어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글은 써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초보 작가들에게는 두 가지 성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쓰지 않고 생각하는 것에 익숙하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생각하니까 그 생각 자체가 공허하다는 것이죠.


경어체로 한 번 써 보고, 평어체로 한 번 써 봅니다. 같은 주제로 두 개의 글이 탄생했지요. 이제 자신이 쓴 두 편의 글을 찬찬히 읽어 봅니다. 둘 중에 어떤 것이 마음에 드는지, 둘 중에 어떤 글이 쓰기가 더 편안했는지. 누가 뭐래도 작가 본인이 가장 잘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쓰기만 하면 즉각 답이 나올 문제인데, 쓰지 않고 고민하고 걱정하니까 자꾸만 밤을 새는 것이죠. 밤새도록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글 쓰는 게 어렵고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한 줄도 안 썼는데 대체 뭐가 어렵고 힘들다는 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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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함부로 평가하는 거 아니라 했지요. 겪어 보아야 합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섣불리 판단하거나 다른 사람 조언에만 혹하지 말고, 직접 써 보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책임지면 됩니다. 그뿐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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