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프게 한 건 늘 인연이었다

상처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by 글장이


나를 실망시킨 건 항상 '친한 사람'이었습니다. 내 마음을 괴롭게 한 사람도 언제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에게 용기와 희망과 격려를 준 사람도 곁에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내 삶에 고통과 시련을 준 것도 모두 인연을 맺은 이들이었습니다.


생판 모르는 남한테는 화도 내지 않습니다. 내가 화를 내는 것은 늘 가족이나 지인이었죠. 관계는 참으로 묘합니다. 연을 맺지 않은 사람 때문에 고통 받는 일은 없습니다. 만나고, 좋아하고, 그저 그런 관계가 되었다가, 또 화를 내다가, 다시 친해졌다가, 상처를 주었다가...... 이런 상황이 반복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게 되면 깊은 관계가 되기도 하고 영영 돌아서기도 합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숱한 책과 강연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경우마다 성향마다 관계의 쟁점은 따로 있기 때문에 일반론이 적용되기란 어렵습니다. 아마 인류가 존재하는 한, 관계는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고 풀어야 할 숙제인 듯합니다.


K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뼛속까지 거짓말입니다. 저는 그 사람의 실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입만 떼면 거짓입니다. 돌아서면 다른 말을 합니다. 불과 5분 전에 저 사람한테 했던 말인데, 방금 저한테 하는 말은 그 내용이 전혀 딴판입니다. 어쩜 이리도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K를 어려워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꼴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아주 가관입니다. 바들바들 떱니다. K한테 잘못 보일까 봐, K와의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 K와 무슨 문제가 생기거나 그 문제가 커질까 봐...... 뻔히 알면서도 한 마디 말도 못 꺼내고, 오히려 '감사하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K와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이들 중에는 저와 친분 두터운 사람도 많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거짓말 투성이인 K는 어려워하면서 저는 만만하게 보는 것이죠. K한테는 상냥하게 말합니다. 저한테는 욕을 합니다. K한테는 예의를 갖춥니다. 저한테는 안하무인입니다. K한테는 도리를 다합니다. 저한테는 기본조차 하질 않습니다.


저는 진심을 다해 돕습니다. K는 온갖 거짓말로 자기 이득만 챙기려 합니다. 그럼에도 K는 '대접'을 받고, 저는 '무시'를 당합니다. K와의 관계는 어렵고 저와의 관계는 친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좋은 마음으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제 마음 속에 다른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나도 '어려운 사람'으로 계속 남는 게 좋지 않을까.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친구처럼 다가가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입에 담지도 못할 험한 말들을 마구 쏟아내는 '친한 사람'들을 보면서 한숨을 짓게 됩니다. 그런 사람 눈에는 타인의 잘못된 점만 보입니다. 정작 뼛속까지 거짓말 투성이인 K 같은 사람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편하고 만만한 사람들의 단점만 지적하는 것이죠.


편할수록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친할수록 예의를 갖춰야 합니다. 가까울수록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편하니까 이해해라, 친하니까 그런 거지, 가까운 사이니까 넘어가자......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 하면 편한 사이가 될까요? 어떻게 하면 친하고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을까요? 이전에 많은 노력과 시간과 정성과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한두 번 만난 사람이 어떻게 친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무시한 채, 그저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는 것은 참으로 못된 짓이지요. 상처를 주는 행위입니다. 잊지 못할 상처를, 상대방의 가슴에 새기는 짓입니다.


K가 이 글을 읽는다 해도, 아마 자신의 이야기인 줄 모를 겁니다. 뼛속까지 거짓말인 인간들은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불쌍한 인간입니다.


편하다는 건, 친하다는 건 마음을 열었다는 증거입니다.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준 사람한테 상처를 주고 비수를 꽂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아버지를 무시하고, 어머니한테 소리 지르고, 형제자매한테 못할 말을 하고, 친구한테 욕을 하고, 자신을 가르쳐준 사람에 대한 험담을 밥먹듯이 하고, 삼삼오오 모였다 하면 없는 사람 흉이나 보고, 좀 어렵다 싶은 사람 앞에서는 꼬리 살살 흔들고, 좀 만만해졌다 싶으면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이고......


이렇게 쓰고 보니, 저 자신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네요. 네, 맞습니다. 저도 어려운 사람 앞에서는 가식을 떨었고 좀 편하다 싶은 사람들에게는 함부로 대한 적 많습니다. 반성해야 합니다. 깨달아야 합니다. 이대로 계속 살면 죽을 때 후회할 게 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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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5월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예의를 갖추고, 아무 말이나 함부로 던지는 경박한 행동을 삼가해야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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