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칙금 3만 원, 안전벨트 미착용

운전 좀 살살 하자

by 글장이


아버지 모시고 병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심장 수술을 하고 현재 외래 진료 다니는 중입니다. 두 달 혹은 석 달에 한 번씩 영남대 병원 순환기 내과에 가서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아버지는 별 이상 없는데도 매번 병원에 다녀오는 일이 성가신 모양입니다. 그대로 건강하게 병원 다닐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외래 진료 마치고 약국에서 약을 탔습니다. 그러고는 차를 몰아 대로로 나오는데 경찰 두 명이 저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따스한 손짓을 하더군요.


"안전벨트 미착용입니다. 면허증 가지고 계시죠?"


아차 싶었습니다. 병원에서 아무 이상 없다는 말을 듣고 기분 좋게 나오다가 벨트 착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한 거지요.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든 사정하여 벌금을 삭감하거나 안 내려고 떼를 썼을 텐데, 이번에는 그냥 좋은 마음으로 3만 원 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벌점은 없다고 하네요.


최근 들어 운전을 난폭하게 했습니다. 앞차가 끼어들어도 욱하며 화를 내고, 신호에 자주 걸려도 짜증을 냈으며, 도로 상태가 엉망일 때도 투덜거렸습니다. 평소에는 감정 관리가 제법 되는 편인데, 핸들만 잡았다 하면 전혀 다른 페르소나가 출현하는 모양입니다.


단속 경찰한테 걸려 범칙금을 내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죠. 흔히 "재수없다"고 말합니다. 생돈 3만 원을 내야 하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공감이 됩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달리 해 보면 다행이기도 합니다.


운전할 때 조심해라! 그냥은 안 통합니다. 절대로 고치지 못합니다. 이렇게 강렬한 '신호'를 받아야 정신 차릴 수 있습니다. 경찰한테 걸려서 범칙금 정도 내야만 경각심을 갖게 되는 것이죠. 만약 제가 안전벨트 미착용 같은 소소한 범칙금이 아니라 더 큰 사고를 당하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겁니다.


인생에는 항상 별 일이 다 생깁니다.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문제는, 나쁜 일을 당했을 때 우리의 태도입니다. 재수 없다며 툴툴거릴 수도 있고, 발끈 화를 낼 수도 있고, 담당자와 시비 붙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태도도 나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나에게 일어나 이 일이 내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인가?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성인군자가 되자는 게 아닙니다.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이니까요. 나에게 유리하고, 나에게 이롭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풀이하고 인정하는 태도가 바람직합니다. 삶이 점점 더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안전 운행 했습니다. 벨트 착용은 물론이고, 규정 속도를 준수했으며, 신호도 다 지켰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서행했고, 우회전시 건널목 신호도 일일이 다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느긋하게 운전해서 집에 오니까 마음이 어찌나 편안한지 별 게 다 행복하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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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은행에 갔습니다. CD기에 가상계좌를 입력하고 3만 원 송금했습니다. 생돈 3만 원이 기계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아깝다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오늘 이 범칙금 납부를 잊지 말자 다짐도 했고요. 봄바람이 살랑 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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