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는 힘
아닌 걸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계속했던 적 있습니다. 사업에 망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매일 집착하고 매달렸지요. 빨리 그만두었더라면, 적어도 그 만큼 망가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사람들의 부탁이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 그랬지요. 선배가 업무를 부탁하면, 내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 바쁜데도 거절하지 못해 또 일거리를 쌓기만 했습니다. 아니오! 제 일이 많아 할 수가 없습니다! 이 한 마디가 왜 그리도 하기 힘들던지요. 상대가 무안할까 봐, 나중에 내게 불이익이 돌아올까 봐, 나에 대한 인상이 나빠질까 봐 마음 졸이면서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 말았습니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에도 바쁜데 이리저리 쓸데없는 약속에 불려 다니느라 시간을 낭비한 때도 적지 않았습니다. 내 삶에 불편함을 끼치는 사람, 내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 나를 망가뜨리는 행동들을 과감하게 삭제했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해서 허공에 날려버린 시간과 에너지, 지금 생각하면 아깝기 짝이 없습니다.
그만두고 거절하고 삭제해야 합니다.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한테 잘할 수도 없습니다. 모든 순간에 몰입할 수도 없습니다. 인생은, 선택하고 집중하는 과정입니다. '열심히'라는 말 앞에 반드시 '무엇'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에 열심인가! 바로 이것이 내 인생을 결정짓는 한 마디입니다.
그만두고 거절하고 삭제하는 태도는 글 쓰는 사람한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첫째, 읽고 쓰는 삶에 방해되는 모든 생각과 말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말은 글쓰기에 전혀 도움 되지 않습니다. 하소연, 푸념, 징징거리는 태도로 독자를 챙길 수는 없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내 어깨에 기댈 겁니다. 작가의 정신은 건강하면서도 탄탄해야 합니다.
둘째, 무리한 부탁, 경우 없는 요청 따위는 과감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글을 쓰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없는 시간도 내야 할 판입니다. 사람한테 묶여 '어쩔 수 없이 해주어야 하는' 그런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의 특징은, 그 일을 해주면서도 불평 불만 계속 쏟아낸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좋은 소리 듣지도 못합니다. 악순환을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셋째, '감정'을 삭제하고 '팩트'에 집중해야 합니다. 좋다, 싫다, 불행하다, 아프다, 서운하다, 힘들다, 피곤하다, 짜증난다...... 이런 따위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독자의 공감과 이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그대로 써야 독자 가슴에 닿을 수 있습니다.
과거 못살았던 시절 우리 선조들의 아끼고 절약하는 습성이 그대로 이어진 탓일까요? 맺고 끊고 버리는 일에 익숙지 못합니다. 수십 년 한 번도 꺼내지 않은 물건을 버릴 때에조차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으니 말입니다.
생각도 버려야 하고 시간도 줄여야 하고 사람도 없애야 합니다. 결단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힘들어하는 이유는 생각과 시간과 사람 때문입니다. 골치 아프고 지친다 하면서도 끝까지 놓치 못하는 것이죠. 뜨거운 돌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자꾸만 뜨겁다고 불평하는 것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저도 미련과 집착 많이 갖고 살았습니다. 내려놓으면 무슨 큰일이 생기는 건줄 알았지요. 쿵 하고 인생 통째로 무너진 다음에야 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꽤 많은 생각과 시간과 사람을 삭제했으나, 삶은 더 좋아지기만 했습니다. 제가 버린 생각과 시간과 사람이 실제로 저한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나를 막고 있는 벽을 치워야만 인생 풀리기 시작합니다.
어디까지 내려놓아야 합니까? 어디까지 버려야 합니까? 얼마나 그만두어야 합니까? 당연히 이런 질문을 하게 될텐데요. 딱 잘라 말씀드리겠습니다. 모조리 버리고 전부 다 없애고 몽땅 잘라내야 한다고 말입니다. 여지를 두는 순간 아무것도 버리지 못합니다. 그냥 '나'라는 존재 하나만 남겨놓고 그 외에는 싹 다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합니다.
내가 정한 방향으로, 내 꿈을 향해서, 나의 길을, 거침없이 당당하게 나아가는 겁니다. 누구도 내 뜻을 막을 수 없고 방해할 수 없습니다. 그 무엇도 나의 삶을 방해할 수 없는 것이죠.
자, 지금 글을 한 편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쓰지 못하는 핑계와 변명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거 전부 다 버리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오직 나와 내 인생만 생각한다면, 쓰지 못할 이유는 몽땅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소중한 추억이다 생각하며 잊지 못하면 잡생각이 되고요. 아깝다 생각해서 버리지 못하면 쓰레기 됩니다. 저 사람 입장 이해하고 배려해서 차마 거절 못하면 결국은 나만 힘들게 되지요. 내 마음이 편안하고 견고해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남을 도울 때도 진심 다할 수 있습니다.
그만두고 거절하고 삭제합니다. 오늘도 인생 가볍게! 내 삶에 중요한 일에만 집중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