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한 감정을 진정시키는 방법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괜히 곁에 있는 사람한테 화를 내곤 합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저를 화나게 만든 경우도 있지만, 아무 상관 없이 그냥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편한 말을 듣기도 하는 거지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것이 잘못된 행동임을 깨우치지만, 막상 화가 난 상태에서는 옳고 그름을 분별할 만큼의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덟 평짜리 방 안에 열 명의 수용자가 함께 생활했습니다. 좁은 방에 다닥다닥 사람이 붙어 앉아 있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게다가, 그 곳에 있는 사람들 성격이 썩 좋을 리도 없지요. 특히 여름에는, 조금만 살이 맞닿아도 불쾌해집니다. 시비가 많고 다툼이 많고 방 분위기가 엉망입니다.
피부병 때문에 독방에서 약 두 달간 생활했습니다. 두 평이 채 되지 않는 곳에서 혼자 지내는 거지요. 답답하고 외로울 것 같아서 많은 수용자들이 독방을 싫어합니다. 거기 가면 마치 당장 죽을 것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독방이 훨씬 좋았습니다. 방이 좁은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없으니까 화를 낼 상대가 없었고요. 덕분에 저는 두 달 동안 마음 수련 잘할 수 있었습니다.
"광풍은 울창한 수풀이 앞에서 가로막지 않으면 허공에 흩어져서 그 힘을 잃는다." - 루카누스
마음이 요동을 칠 때는 잡힐 거리가 없어야 합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지요. 대화로 풀어야 할 문제도 있고, 위로를 받아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 혼자서 마음의 파도를 잠재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감정이 격할 때는 입에서 좋은 소리 나오지 않거든요. 뭔가 걸리적거리면 하지 않아도 되는 모진 소리를 하게 되고, 그러면 분란만 일어납니다.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은 전부 쓰레기입니다. 사람을 힘들게 만들고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입을 떼면 험담이 되지만, 글로 쓰면 성찰이 된다." - 이은대
이왕이면 글을 써 보길 권합니다. 심란했던 마음이 가라앉기도 하고, 증오와 분노가 사그라들기도 합니다. 바람이 허공에 흩어지듯 격한 심정이 서서히 약해지는 것이죠. 글쓰기는 독서와 함께 마음의 평정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적어도 백지는, 내가 하는 말에 쓸데없는 참견이나 오지랖을 펴지는 않거든요. 가만히 들어줍니다. 빈 종이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고 생각하면, 참 든든하고 힘이 됩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모진 일들 중 대부분은 '말'에서 비롯되거든요. 다툼도 말로 시작되고, 오해도 말로 빚어지며, 화도 말에서 비롯됩니다. 입을 다물고 말을 줄이면 지금보다 훨씬 평온한 인생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만약 화를 내는 것이 마땅하고 바른 표현 방식이라면 상대가 없어도 화를 내야 합니다. 혼자서 말이죠. 그러나, 주변에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혼자 화를 내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우리는 어쩌면 그 누군가가 앞에 있기 때문에 화를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화를 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말도 있습니다. 억지로 삼키기보다 적절하게 뿜어낼 필요도 있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 '적당한'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화 때문에 자신을 망치고 인생도 망가뜨리고 다른 사람한테 피해까지 입히게 된다면 당연히 문제가 심각하다 할 수 있겠지요.
'화'라는 감정을 현명하게 풀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저도 욱하는 성질 때문에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화를 내지 않았더라면 인생 많은 부분이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한결 좋아졌습니다. 시시때때로 화를 내지는 않습니다. 내 기준에 맞춰 상대를 곡해하는 일도 줄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글을 쓴 덕분입니다. 내 화를 고요히 받아주는 백지라는 대상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글쓰기 다양한 효과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감정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격한 감정 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글을 써 보길 권합니다. 호흡이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