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장점을 살려야
인생에는 한 번 부서지면 다시 만들기 힘든 영역이 있습니다. 가족, 인간관계, 상처 따위가 그러하지요. 회복이 영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노력과 힘이 듭니다.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한 순간의 실수가 빚은 상처와 실패가 꽤 많습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를 하기도 했었지요.
그런 차원에서 보았을 때, 글쓰기는 참으로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제든 다시 쓸 수 있으니 말이죠. 고쳐 써도 됩니다. 다듬고 보완해도 되고, 빼고 줄여도 됩니다. 단어 하나만 바꿔도 전혀 다른 뉘앙스가 되기도 하고, 구성을 앞뒤로 바꾸어 강세를 다르게 둘 수도 있습니다.
고쳐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생이나 말과는 전혀 다른 장점을 가진 것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장점은 살려야 맛이지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가장 큰 장점은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생각하는 힘을 살린 덕분에 인류가 지금에 이른 것 아니겠습니까. 인생이나 말과 달리 글쓰기가 가진 장점이 고쳐 쓰기라면, 당연히 적극적으로 고쳐 써야 마땅하겠지요.
'글쓰기'는 '고쳐 쓰기'입니다. 고쳐 쓰지 않은 글은 힘이 없고 엉성하며 정리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글은 고쳐 쓰기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헤밍웨이도 고쳐 썼고 하루키도 고쳐 썼으며 조앤 롤링도 고쳐 썼습니다. 그러니까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고쳐 써야 하는 것이죠.
글쓰기가 고쳐 쓰기란 말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이 쓴 글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잘 쓴 글이든 못 쓴 글이든 뭐가 있어야 고쳐 쓸 수 있겠지요. 여기에서 글쓰기 중요한 대목이 나옵니다. 무조건 많이 써야 한다는 대원칙입니다. 물리적 양의 극대화! 그래야 고쳐 쓸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고 좋은 글이 탄생할 기회도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가장 먼저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하루에 얼마나 고쳐 쓰고 있는가? 대부분 사람은 "글을 잘 쓰는가?"에만 관심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글쓰기를 어렵고 힘들게 여기고, 또 잘 쓰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고쳐 쓰는 양"이 적으면 글을 잘 쓸 가능성도 적습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에서는 매주 목요일 밤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문장수업"을 진행합니다. 수강생들이 쓴 글의 일부를 발췌하여 화면 상단에 띄우고, 그 아래쪽 여백에다 실시간으로 퇴고 작업을 시연합니다. 해설과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죠. 이른바, "라이브 퇴고 쇼"를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평균 다섯 편의 글을 수정하는데요. 백여 명이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문장을 하나하나 수정하고 설명 덧붙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오직 하나뿐인 수업이라고 자부합니다.
이렇게 실시간 퇴고 시연이 가능한 이유는, 제가 지난 10년 동안 엄청나게 "고쳐 써 보았다"는 경험의 증명이기도 합니다. 저는 문예창작과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어디서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습니다. 무식할 정도로 쓰고 고치는 작업을 반복했을 뿐이죠. 감옥에서는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핑핑 어지러울 때까지 매일 글을 썼고요. 출소 후에는 노가다판에서 삽질하면서도 매일 새벽과 늦은 밤에 글을 썼습니다.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하루도 글을 쓰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저한테 "글 잘 쓰는 방법"이나 "책 내는 법"을 묻습니다. 그러면서 꼭 말끝에다 "얼마나 걸리냐"는 질문을 덧붙입니다. 쉽게 빨리 잘 쓰고 싶은 그 심정이야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허나, 어떤 바람이나 욕구를 가질 때는 그에 따른 시간과 노력도 함께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 쓴 글을 검토한 뒤 퇴고 안내를 하면 인상부터 쓰는 사람 많습니다. 퇴고 안내 두 번 하면 목소리가 달라집니다. 고쳐 쓰라는 말을 세 번쯤 하면 아예 대놓고 짜증을 냅니다. 글 쓰는 삶을 살고 싶다며 저한테 조언을 요청해 놓고, 고쳐 쓰라고 하면 화를 낸다 이 말입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고쳐 쓸수록 글은 무조건 좋아진다는 사실입니다. 글쓰기는 '고쳐 쓰기'입니다. 기꺼이 고쳐 써야 합니다. 제가 "됐다"고 해도 더 고치겠다 덤벼야 합니다. 그런 집념이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겠지요.
마구 씁니다. 다시 씁니다. 고쳐 씁니다. 또 고쳐 씁니다. 그러고 나서, 한 번 더 고쳐 씁니다. 이것이 글쓰기 최선의 방법입니다. 독자는 작가의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정성을 읽는 것이죠.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