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어도 마감을 지켜내라

글쓰기, 이 소중한 행위 앞에서

by 글장이


작가에게 마감은 생명과도 같습니다. 대충 여기거나 넘겨도 그만이라는 생각은 작가로서의 자질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최악이자 저질 사고입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기를 원한다면서, 마감을 우습게 여기는 태도를 갖고 있다면 그냥 포기하고 다른 일 찾는 것이 좋습니다.


왜 마감이 이토록 중요할까요? 글쓰기에는 완성이 존재하기 않기 때문입니다. 마감 날짜에 맞춰 끝내야 합니다. 이것은 작가 스스로 다짐이자 독자와의 약속입니다. 작가가 마감을 지키지 않는 것은 이 모든 약속을 깨는 행위이며, 이후 어떠한 행동으로도 책임을 질 수도 없고 돌이킬 수도 없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맨 처음 감옥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저는 마감의 개념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출간할 계획도 없었고, 그렇다고 누가 제 글을 읽어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혼자서 글을 쓰기만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힘들면 나태해지고 쓰기 싫어졌습니다. 그때 좌절하고 포기했더라면 지금의 삶은 결코 만날 수 없었겠지요. 최악의 상황에서 저로 하여금 계속 글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 바로 마감입니다.


첫째, 마감을 넘기면서까지 글을 쓴다고 해서 글이 좋아지는 건 결코 아닙니다. 최선을 다하다가 마감을 넘기는 경우는 없습니다. 대부분 게으름을 피우다가 날짜와 시간을 넘기는 경우지요.


둘째, 지키지 않을 거라면 애초에 마감을 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마감을 정하는 것, 약속을 하는 것, 다짐과 결심을 하는 것. 이 모든 행위는 오직 지키기 위함입니다.


셋째, 완성하려 들지 말고 중단해야 합니다. 글쓰기에 완성은 없습니다. 아무리 잘 써도 여전히 더 잘 쓸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계속 붙잡고 있으면 다음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완벽주의가 스스로를 망치는 셈이죠.


넷째, 글 잘 쓰는 것보다 태도가 훨씬 중요합니다. 문장 잘 쓰는 것보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작가를 어떤 독자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


다섯째, 마감이 쌓이면 작품이 됩니다. 마감을 놓치면 다음 글도 밀리게 되고,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의욕도 상실하게 되고 멘탈도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작은 약속이 쌓여 신뢰를 만듭니다. 오늘 한 편의 글을 마감하는 것이 나의 글 쓰는 삶을 쌓아가는 길입니다.


이렇게까지 마감을 챙겨야 하냐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다. 마감을 이토록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거라면,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말입니까.


글 쓰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것이 소중합니다. 소홀히 여기고 대충 할 거라면 무엇하러 글을 씁니까. 제 삶의 전부와도 같은 글쓰기를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납니다. 글쓰기를 대데 얼마나 만만하게 여겼으면 그따위 태도로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인가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자기 삶을 귀하게 여기고, 살아오면서 보고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성스럽고 아름다운 일이지요. 책 한 권 달랑 내고 작가 코스프레 하면서 똥폼 잡고 싶다면, 제발 부탁인데 글 쓰지 마십시오. 당신 같은 사람이 발을 들일 그런 영역이 아닙니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 이전에 제대로 배우고 익히겠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붕괴되고 배가 침몰하는 모든 사고들이 전부 누군가의 '대충'과 '안일'과 '나태'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사건과 사고를 보면서 손가락질을 하고 혀를 차면서, 왜 정작 자신의 삶은 대충 살려고 하는가요.


문장 하나에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내게 주어진 매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 편의 글에 마음을 다하는 것은 주어진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책 한 권을 쓰는 것은 삶의 일부를 살아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글이야 잘 쓸 수도 있고 못 쓸 수도 있지요. 경험이 부족하고 배운 적도 없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태도와 정성은 누구나 바르게 진심으로 갖추고 쏟아부을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글쓰기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만약 이런 태도와 정성을 다른 어떤 일에 적용한다면 그 일에서도 분명 성공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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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마감을 지켜내십시오! 이런 마음가짐으로 글쓰기를 대할 때, 적어도 지금보다는 우리의 글이 한결 좋아질 겁니다. 독자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을 테고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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