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을 위한 글

작가의 태도

by 글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길 원하는 사람은 실제로 사랑 받기 힘듭니다. 사람마다 생각과 취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헤밍웨이 읽지 않은 사람 많고, 박경리 선생의 글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 글을 싫어하는 독자도 많습니다. 모두에게 사랑 받지 않아도, 헤밍웨이와 박경리 선생은 충분히 훌륭한 거장입니다. 저도 찐팬 많이 모시고 있고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할까요? 네, 그렇습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써야 합니다. 그렇게 쓰면 더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부류의 독자들이 "어머! 이건 나를 위한 글이야!"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전에 어느 수강생이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면서 저한테 이런 말을 한 적 있습니다. "대한민국 엄마들을 위한 글을 썼어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그러나, 제가 읽어 본 소감은 달랐습니다. 두루뭉술한 표현이 가득했지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야말로 '우주'였습니다.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전부였거든요.


사람마다 갈증을 느끼는 분야가 다릅니다. 어떤 엄마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지 못해 불만일 테고요. 또 다른 엄마는 아이 영어 교육을 잘 시키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을 겁니다. 남편과 함께 행복한 육아를 하고 싶다 생각하는 엄마도 있을 테고, 아이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엄마도 많을 겁니다. 체력이 약해 고민인 엄마도 있고, 자신의 이름과 역량을 개발하기를 바라는 엄마도 적지 않습니다.


각자가 바라는 내용이 다 다른데, 책 한 권에 이 모든 내용을 전부 담으려 하면 거의 백과사전이 되고 말 겁니다. '자기 시간을 갖고 싶다'는 엄마와 '행복한 육아를 꿈꾼다'는 엄마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책을 쓴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이 정도 되려면 세계적인 육아 박사 학위 받아야 할 겁니다. 우리는 그런 거창한 이야기를 쓰자는 게 아니지요.


평범한 사람이 책을 쓸 때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소박하게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오늘 아이와 함께 무엇을 했고, 그래서 어떤 걸 느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하고 싶다 정도. 그러면서도 자기만의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면 '엄마의 시간'에 대해 잘 전달한 셈입니다. 종일 행복했다면 '행복한 육아' 방식에 대해 정리를 한 것이고요.


빈 의자에 한 사람 앉혀 두고 글 써야 합니다. 지금 눈앞에 앉은 어느 엄마가 당신에게 묻고 있습니다. "도무지 시간을 낼 수가 없어요. 종일 아이 꽁무니만 쫓아다니고 있어요. 저도 저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


자, 이럴 때 당신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일까요? 시간에 대해 할 말이 별로 없다면, 이것은 자신의 주제가 될 수 없습니다. 반면, 이 엄마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시간에 관한 조언이 생각난다면 충분히 글을 쓸 수가 있겠지요.


어렵고 복잡한 말로 설명하면 이 엄마가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쉽고 단순하고 명료하게 조언을 건네야 하겠지요. 특히,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듯이 전하면 눈앞에 앉은 엄마가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듯 설명하기보다는, 나도 힘들었는데 이렇게 해 보니 좀 낫더라 조근조근 말해주면 훨씬 효과가 있을 테고요.


말하기와 글쓰기. 두 가지를 놓고 보면, 대부분 사람이 말하는 게 조금 더 편하다고 합니다. 말부터 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글을 쓰는 게 효과적이라는 뜻입니다. 당장 첫 줄부터 무슨 내용을 적어야 할까 망설여지지만, 눈앞에 앉은 사람한테 말을 거는 정도라면 부담이 훨씬 적겠지요.


첫째, 공감해야 합니다. 자기만의 시간을 갖지 못해 답답해 하는 엄마한테 얼마나 힘든가 맞장구를 쳐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둘째, 자신의 경험담을 말해주어야 합니다. 내가 당신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증명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렇게 해야 상대방이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셋째, 달라질 수 있음을 설명해야 합니다. 공감에서 끝나면 하소연과 푸념밖에 되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전하면, 상대방은 기대를 갖기 시작합니다.


넷째, 방법을 알려줍니다. 쉽고 명확하고 단순해서 즉시 실행 가능해야 합니다. 정답일 필요는 없습니다. 작가 자신의 경험이니까요. 상대방이 이 방법 대로 실행하면, 조금은 나아질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전해야 합니다.


다섯째, 응원의 메시지를 담습니다. 자기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해서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지요. 나도 해냈으니 당신도 해낼 수 있다! 자신감 심어주고, 즉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자극을 주면 더 좋겠습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오직 한 가지 내용만 담아 글을 쓰는 것도 결코 만만치않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초보 작가들이 자신의 원고에다 '인류'를 담으려 합니다. 혹은, 상대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자기 이야기만 쓰려고 하지요. 글쓰기가 어렵고 힘든 이유는 '나'와 '상대방'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제대로 된 방법으로 일정 기간 꾸준히 연습하고 반복하면 누구나 제법 잘 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읽는 사람은 무엇을 원할까요? ①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인가 ②쉽고 명확한가 ③믿을 수 있는가 ④실행 가능한가 ⑤효과가 있는가. 이 다섯 가지 항목이 곧 독자 마음입니다. 작가는 글을 쓸 때마다 위 다섯 가지 항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소리지요.


딱 한 사람 머릿속에 떠올리고, 그 사람을 빈 의자에 앉혀 둔 채 상상하며 글 써야 합니다. 그래야 내용도 진실하게 나오고, 저절로 쉽고 명확하게 쓰게 됩니다. 저는 지금 이 포스팅을 쓰면서, 눈앞에 '어떻게 해야 글을 쉽고 명확하게 잘 쓸 수 있는가' 궁금해 하는 사람을 앉혀 두고 있습니다. 말하듯이, 투명인간의 표정과 눈빛마저 살피면서 말이죠.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책 한 권 내는 데 급급해 할 필요 없습니다. 실제로 자이언트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한 사람 중에도 "쓰는 삶의 의미와 가치"는 전혀 모른 채, 그저 돈 벌고 성공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왔다가 사라진 이들 적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본질과 가치를 뒤로 하고 눈앞에 실리만 챙기겠다는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배우고 공부하고 익히고 연습하여 자기 삶을 통째로 변화시키거나 성장하면, 주변 사람 저절로 모이는 법이지요.


얕은 경험만 가지고 강의하겠다 마케팅하겠다 발버둥쳐 봐야 결국에는 텅 빈 자신만 세상에 공개하고 끝나는 꼴을 면치 못할 겁니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블로그에 '글쓰기 수업'만 홍보할 게 아니라 매일 '글 쓰는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오래 전에 제가 영업할 때, 자신은 제품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고객들한테만 좋다고 권하는 사람 많았거든요. 앞뒤가 맞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합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SNS에 홍보하고 광고하기만 바쁜 사람들. 자기 눈앞에 독자가 앉아 있다고 해도 과연 그럴 수 있는가 자문해야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글을 쓸 때는 백지만 마주한 채 쓸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이 글을 읽을 독자 한 사람을 앉혀 두고 써야 합니다. 잘 아는 사람도 좋고, 가상의 인물이라도 좋습니다. 실제로 대화를 나누듯 중얼거려 보고, 그 내용이 이 사람한테 도움이 될 것인가도 짚어 보아야 합니다.


상대가 있으면 논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상대가 있으면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글만 썼다 하면 점잖은 표현이 나오고, 글만 썼다 하면 '내면의 자아' 같은 표현을 습관적으로 쓰는 것도 전부 독자를 감안하지 않은 탓입니다.


베스트셀러 얘기도 자주 하는데요. 생각도 삐딱하고, 게으르고, 글을 써 본 경험도 부족한 사람이 대체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베스트셀러를 쓴다는 건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노력이나 공부는 하지 않고, 오직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욕심이 자신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 또한 눈앞에서 독자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퍼뜩 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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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이유는 독자를 위함입니다. 책을 쓰는 이유도 독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지요. 내가 전하려는 도움을 받게 될 독자를 바로 옆에 앉혀 두고, 진심으로 그를 위하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 이것이 바로 글쓰기/책쓰기 기본 태도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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