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번 멈추는 시간
술을 끊었습니다. 4년째입니다. 늦었습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진즉에 끊었어야 합니다. 끊어야 하는 때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지키지 못했습니다. 신의, 관계, 시간, 건강을 잃었습니다. 실망과 후회를 얻었지요. '즐기는 정도라면 괜찮다'라는 말만 믿었습니다. 저 자신이 '즐기기만 하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술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적당히 마시고, 흥에 취해 긴장과 스트레스 풀 수 있다면 오히려 건강에도 나쁘지만은 않을 거라 믿습니다. 문제는 지나친 음주입니다. 취하는 것이죠. 인사불성.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는 건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는 마실 때마다 정신을 잃었으니, 저한테 술은 마약보다 더한 독극물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매번 술자리 참석합니다. 사이다 마시고 물 마십니다.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 술 마시는 사람들과도 어색하지 않게 놉니다. 실수? 없습니다. 주정? 있을 리 없지요. 말짱한 정신에 대화하고, 몽땅 기억하고, 마무리도 깔끔합니다. 숙취도 없어서 다음 날 정신 아무 이상 없습니다. 모든 걸 지켜내고 있습니다.
주변에 열심히 사는 사람 많습니다. 곁에 가면 그 열정에 화상을 입을 정도입니다. 저도 치열한 삶을 추구하는 편이라 그런 사람 보면 기분 좋습니다.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고, 주어진 몫을 살아내는 이들. 어쩌면 세상은 그런 사람들 덕분에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갖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무엇을 향해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길의 끝에서 무엇을 만날 수 있는가. 왜 거기까지 가려고 하는가. 어떤 삶을 만들려고 하는가. 왜 그렇게 살려고 하는가. 이런 무수한 질문들을 스스로 던지고 고민하는 과정이 인생에는 꼭 필요합니다.
오래 전, 저는 돈과 성공에 미쳐 질주하며 살았습니다. 능력도 인정 받았고, 주변 사람들의 신임도 받았습니다. 돈도 많이 벌었으며 떵떵거리고 살았지요. 그러다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실수'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했으나, 그것은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며 살았던 인생 대가였습니다.
한 마리 준마의 힘은
그 말이 적당한 때에
딱 정지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으로밖에는
더 잘 알아볼 것이 없다
- 몽테뉴
아무리 비싸고 좋은 럭셔리 자동차라 하더라도 브레이크 성능이 엉망이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겠지요. 잘 달리는 기능 못지않게 멈추는 힘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멈출 줄 알아야 다시 나아갈 수 있는 법이죠.
술, 담배, 마약, 도박 등 좋지 않은 행위들도 당장 멈춰야 하지만, 자신을 힘들게 만들면서까지 질주하는 인생도 반드시 멈춰야 합니다. 나쁜 행동 하다가 망가지는 것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나름 열심히 살다가 망가지면 그 서러움과 배신감은 평생 지워지지 않습니다.
첫째, 하루에 딱 5분이라도 좋습니다. 일기를 쓰세요. 이건 제가 '권하는' 정도가 아니라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애원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일기를 쓴지는 대략 10년쯤 되었고요. '매일', '정해진 분량', '예외 없이' 쓴지는 3년째입니다. 강의할 때마다 "일기는 신이 내린 축복이다!" 강조합니다. 제 삶이 풍요롭고, 계속 번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일기입니다.
둘째, 생각과 말과 행동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내가 하는 말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나의 행동이 아들에게 부끄럽지는 않은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질문 세 가지입니다. 이 세 가지 질문 앞에서 당당할 수 있다면 인생,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셋째, 오늘도 공부하였는가, 아니면 그냥 살았는가 점검해야 합니다. 공부하지 않는 사람 있습니다. 공부하는 척하는 사람 있습니다. 자신이 공부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 있습니다. 진짜 공부를 하는 사람 있습니다. 진짜 공부란 무엇일까요? 현실입니다.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야 진짜 공부입니다. 투덜투덜 불평 불만 내뱉으면서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라는 문장에 밑줄 긋는 것은 공부가 아니지요.
넷째, 감사해야 합니다. 혼자 잘난 줄 아는 사람 많습니다. 부모 덕분이고, 형제자매 덕분이고, 주변 사람 덕분입니다. '나'를 도와준 사람.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말로만 '감사'를 강조합니다. 필요할 때 묻고 아쉬울 때 찾으면서 정작 고맙다는 인사에는 인색합니다. 당연한 줄 아는 거지요. 감사 모르면 망합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싶으면, 내가 감사를 잊고 살았구나 깨달으면 됩니다.
다섯째,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물이 반도 안 찼는데 넘치는 줄 압니다. 10분만 얘기해 보면 밑천 다 드러나는데, 마치 많은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합니다. 자신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 성스럽고 숭고한 일입니다. 스스로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죠. 공부하고 노력하면서 자기부터 반듯하게 세워야 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엉망인데 무슨 거짓으로 책을 많이 팔려고 하는 건가요.
멈추는 시간은 괴롭고 힘듭니다. 자신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살피는 일입니다. 아닌 걸 아니라 해야 하고, 틀린 걸 틀렸다 해야 하고, 모자란 걸 모자란다 해야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괴롭고 힘든 멈춤을 꾸준히 가지면 달리는 일이 두렵지 않습니다. 언제든 멈출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 편안하고, 계속 달릴 수 있는 모든 장치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도 생깁니다.
멈추기 위한 도구는 많습니다. 일기, 명상, 독서, 운동, 호흡, 글쓰기, 산책...... 자신에게 맞는 방법 찾아서 꾸준히 실천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이 하는 말 중에서 가장 아쉽고 안타까운 표현 있습니다. "바빠 죽겠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미쳐버리겠다."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이렇게 허망하게 살아서 어쩝니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말, 시간 지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겁니다.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지나면서 깨달은 바가 있는데요. '후회'라는 감정, 참 할 짓이 못 됩니다. 아픕니다. 아직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았습니다. 후회할 일 만들지 마세요. 지금 당장 멈추길 바랍니다.
희망적인 소식은, 하루 한 번 잠깐이라도 멈추는 시간 가지면 삶이 훨씬 좋아진다는 사실입니다. 바빠서 멈출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멈추지 않아서 정신 없는 겁니다. 오늘, 일기도 쓰고 책도 읽고 호흡도 가다듬는, 멈추는 하루 만들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