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쓰고 말하기
"글 쓰기 어려워요!"
"글 쓰기 힘들어요!"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통곡 소리. 정체는 갈망이다. 잘 쓰고 싶다는 욕구. 책 한 권 내고 싶다는 바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다. 고난(?)을 뚫고 술술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알약 하나 삼키고 하룻밤에 베스트셀러 쓰는 영화 속 이야기는 허구일 뿐. 이마에 핏방울 맺힐 때까지 고민해야 하는 일일까.
글쓰기/책쓰기 코치로서 궁리했다. 어떻게 해야 수강생들 갈망 풀어줄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알게 된 사실 있다. 정답은 없다. 초보 작가들에게 참고할 만한 내용은 될 터. 정리해 본다.
어렵다, 힘들다, 모르겠다 말하는 이들의 공통점. 쓰지 않는다는 사실. 우쒸! 대체 무슨 소린가! 써 보지도 않고 어려운지 힘든지 어찌 아는가! 혹시 쓰기 싫은 것 아닌가? 귀찮고 골치 아프니까 그냥 어렵다 힘들다 징징거리는 건 아닌가?
누가 잘 쓰라고 했나? 일기 쓰듯이 그냥 한 번 써 보라는 건데. 그조차도 못하겠다면 차라리 안 쓰는 게 낫지. 자전거를 배우는 어린 아이가 한 번 타 보지도 않고 어렵다 힘들다 하면 뭐라고 하겠는가? 일단 한 번 타 보자 하지 않겠는가? 뭘 해 봐야 어려운지 힘든지 알 것인데.
세상에서 가장 형편 없는 글을 쓰겠다 작정하고, 일단 한 번 써 보시길. 혹시 아는가. 생각보다 잘 쓸 수 있을지. 어떤 말이든 근거가 있어야 하고,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 일단 쓴다. 그런 다음,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면서 좌절해도 늦지 않다.
《노인과 바다》쓰려고 하는가? 아니면 《토지》? 미안하지만 나는 그 정도 실력이 못 된다. 가르칠 능력도 없고, 방법도 모른다. 대단하신 작가님,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시라.
단계가 있고 과정이 있다. 숫자부터 배우고, 덧셈 뺄셈 배우고, 구구단 외우고, 그 다음에 방정식이다. 시작부터 미분 적분 배우려고 하면 신이 와도 방법 없다. 문자와 카톡 보내는 수준으로 '작품' 쓰려고 덤비는데 이걸 무슨 수로 가르치나. 자기 수준과 정도는 모른 채 노벨 문학상 받겠다 하니 어렵고 힘들 수밖에.
남의 꿈을 짓밟는 소리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현실을 직시하도록 가르치는 것도 코치의 역할. 허공에 동동 떠다니는 망상에 가능성 부여하는 건 아마추어 돈벌이 장사꾼이나 하는 짓이다. 가슴에 비수를 꽂아서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게 하고 공부하게 만드는 것이 마땅한 일 아니겠는가.
주제부터 선명하게 정해야 한다.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한 편의 글을 완성하지 못하는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주제가 없거나 희미하다는 사실. 자신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모르는데 무슨 글을 쓰겠다는 말인가.
다음으로 스케치. 자신이 정한 주제(핵심 메시지)를 무엇으로 뒷받침할 것인가 메모해야 한다. 경험, 사례, 예시, 근거 등 "내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에 대한 배경과 바탕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 중에도 실력이 늘지 않는 경우 많은데, 대부분 스케치 없이 그냥 써서 그렇다. 키워드 중심으로 간단히 메모만 하고 글 써도 달라진다.
그런 다음 초고 집필한다. 뒤돌아보지 않는다. 나아간다. 수정하지 않는다. 계속 쓴다. 찝찝한가? 참아라! 고치고 싶은가? 진정하라! 일단 한 편의 글을 완성할 때까지 밀어붙인다.
마지막으로 퇴고한다. 수정한다. 다듬는다. 뺄 것은 뺀다. 보완할 게 있으면 추가한다. 없애고 줄이고 바꾼다. 퇴고할 때 머리 다 빠진다. 가발 장만하고 퇴고하시라.
마지막 부분은 다음에 써야지.
이 부분은 나중에 추가해야지.
퇴고할 때 추가하면 되겠지.
초고는 막 써도 된다. 예외가 있다. 분량이다. 다른 건 다 멋대로 써도 되지만, 분량만큼은 예외 없다. 무조건 채워야 한다. 한 편의 글은 A4용지 기준 1.5~2매 정도다. 초고 쓸 때 이 정도 못 채우면 퇴고할 땐 더 못 채운다. 퇴고는 '쓰기'보다 '지우기'다. 내용이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늘지는 않는다. 퇴고할 때 내용을 늘이면 그건 다시 초고다. 퇴고 또 해야 한다.
글 쓰고 싶다며? 작가 되고 싶다며? 근데 왜 더 쓰기를 귀찮아 하고 힘들어 하는가? 누가 보면 30년 글만 쓴 줄 알것다. 이제 글쓰기 시작한 사람이 뭘 자꾸 건너뛰려 하는가. 어렵고 힘들겠지. 자꾸 생각하려니 골치도 아프겠지. 근데 이것 하나는 알아야 한다. 글쓰기가 원래 생각의 산물이라는 것. 생각하기 싫다면 글도 쓰지 말아야 한다.
한 편의 글을 '빨리 끝내려' 하지 말고, 끝까지 눌러 쓰겠다는 마음 먹어야 한다. 글 한 편 매듭을 짓고 난 후에 다음 글을 쓰는 습관. 이것이 글 잘 쓰는 유일한 비법(?)이다.
평가는 선생이 한다. 평가는 면접관이 한다. 평가는 전문가가 한다. 이제 막 글 쓰기 시작한 사람이 글도 쓰고 평가도 하려고 드는가. 글 보는 눈이 얼마나 탁월하길래 평가까지 하려는 것인지. 그렇게 글을 잘 볼 줄 알면서 왜 못 쓰는가.
명심하라! 우리는 초보 작가다. 모든 게 서툴고 엉성한 시기. 걸음마 수준. 가나다 배우는 단계. 그러니, 마음 내려놓기를. 욕심 부리지도 말고, 작가 코스프레도 그만 하고.
일단 쓴다. 일단 끝까지 쓴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다음 글을 쓴다. 마흔 편쯤 쓰면 초고 완성이다. 3~4일 묵혀 둔다. 다시 꺼내 읽어 본다. 괴롭다. 엉망이다. 배우고 공부하고 책 읽는다. 어디가 어떻게 문제인가를 꼬집어 몇 개만 골라낸다. 적어도 이것들 만큼은 잡겠다는 생각으로 퇴고한다. 초고에 비하면 한결 나아진다. 그렇게, 글쓰기 실력은 쌓여간다.
어려운가? 글 쓴 것 한 번 가져와 보라. 힘든가? 쓴 것 한 번 가져와 보라. 글 쓰는 사람은 어렵다 힘들다는 말조차 글을 통해 해야 한다. 말로 하면 푸념이지만 글로 쓰면 성찰이다. 말로 하면 험담이지만 글로 쓰면 통찰이다. 그럼에도 쓰려는 당신, 남의 글 놓고 이러쿵 저러쿵 방아 찧는 인간들보다는 훨씬 낫다. 자신의 품격과 자질을 의심하지 말길.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