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힘
말은 오해를 낳습니다. 나름 열심히 설명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은 자기 생각을 기준으로 남의 말을 듣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말은 생각을 완전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도구지요. 내 쪽에서 나가는 말도 완전하지 못하고, 상대 쪽에서 받는 말도 명확하지 못합니다. 세상은 말을 주고받으며 움직이지만, 실제로 말이란 것은 취약하고 불안한 도구임에 분명합니다.
하루를 돌아보면, 내 입에서 나간 말들이 얼마나 부질없고 못났는지 후회할 때 많습니다. 차라리 말을 하지 말 걸, 그땐 이렇게 말했어야 하는데, 왜 하필이면 그 말을 했을까......말은 상처와 아픔도 남깁니다. 관계에 금이 가도록 하고, 신뢰를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말의 좋은 점도 충분히 인정합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표현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말의 위험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를 내뱉더라도 신중하게, 그리고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 말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이 따듯해지고, 용기와 희망 품을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그러나 우리는 감정의 동물입니다. 욱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거친 말을 토해내고야 말지요. 이렇게 말은, 인류를 만든 핵심인 동시에 삶을 힘들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쓸데없는 말 참 많이 하고 살았는데요. 글 쓰면서 말이 줄었습니다. 강의 시간 제외하면, 침묵할 때가 더 많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입은 다물고 글을 씁니다. 침묵이 말보다 훨씬 울림 있습니다.
첫째, 내가 입을 다물면 다른 사람이 보입니다. 술자리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내가 말을 많이 하면 다른 사람 얘기 못 듣겠지요. 한 쪽에 가만히 앉아 없는 사람처럼,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 바라보면 전에 없던 그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함께 어울리는 것도 좋겠지만, 한 번쯤은 입을 다물고 물러나 그들을 지켜보는 것도 좋은 인생 공부가 됩니다.
둘째, 입을 다물면 나 자신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안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소리죠. 진짜 생각이라고 표현해도 좋겠습니다. 말에는 꾸밈이나 과장, 허풍 따위가 섞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침묵의 소리에는 오직 진실만 담겨 있습니다. 침묵은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해줍니다.
셋째, 덜 피곤합니다. 말하는 것에도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제법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합니다. 수다 떨고 나면 피곤하거든요. 그런데, 입을 다물고 있으면 한결 개운합니다. 신경 쓸 것도 없고, 후회도 적고, 갈등도 줄어듭니다. 그렇게 모은 에너지,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에 쏟아부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평생 입을 다물고 살았더라면, 아마 제 삶에 일어났던 좋지 않은 일 중에서 절반은 사라졌을 겁니다. 말을 줄이는 것이 삶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래서 속이 타면, 빈 종이 꺼내 놓고 글 한 편 써 보시길 권합니다. 누구한테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까 잘 쓰든 못 쓰든 상관 없습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이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존재인지 하나씩 알게 됩니다. 평생 살아가면서 자신을 아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안다는 것은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엉뚱한 선택을 할 리도 없고요.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경우도 사라집니다. 내가 나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가장 나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죠.
처음에는 침묵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무조건 말을 참으려고만 하지 말고, 한 마디 한 마디에 의미와 가치를 담는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하는 말에 관심을 가져 보자는 의미입니다. 이렇게만 연습해도 쓸모없는 말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침묵은, 삶의 속도를 줄여줍니다. 말할 때와 침묵할 때, 조급한 마음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속도가 느려지면, 창 밖에 펼쳐진 풍경을 더 잘 볼 수 있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